비상임 조합장 ‘무제한 연임’ 문제, 국회가 책임져야

2004년 잘못된 법개정이 문제 야기

19대 이어 21대 국회서 개정 시도

  • 입력 2022.04.10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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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협 조합장 장기집권으로 인한 기득권·부정부패 등의 폐단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온 골칫거리였다. 때문에 국회는 지난 2004년「농업협동조합법」을 개정하면서 그때껏 전면 무제한이었던 조합장 연임을 3선까지로 제한했다.

문제는 이 연임 제한 규정을 상임 조합장에게만 적용하고 비상임 조합장은 그대로 방치해버렸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2020년대 지금에 이르러서도 ‘임기연장 꼼수용 비상임 전환’, ‘10선 조합장’처럼 보는 이의 낯까지 부끄럽게 만드는 모습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분명 국회가 저지른 큰 실책이다.

노골적으로 벌어지는 폐단에 마침내 지난 19대 국회에서 비상임 조합장 연임 제한 시도가 이뤄졌다. 김재원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2013년 3월 발의한「농업협동조합법」개정안으로, 비상임 조합장의 연임을 상임 조합장과 똑같이 제한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비상임 조합장 연임에 제한이 필요하다는 데엔 의원, 농식품부, 농해수위 수석전문위원까지 표면적으로 큰 이견을 보이지 않았지만, 정작 조합 이·감사 인사규정 등 다른 사안들에 다소 이견이 있어 한 묶음으로 보류 처리된 것이다.

같은 시도가 다시 등장한 건 한 대수를 건너뛴 현 21대 국회에서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2월 마찬가지로 비상임 조합장 연임을 3선까지로 제한하는「농업협동조합법」개정안을 발의했다.

윤 의원은 “비상임 조합장과 이사들도 조합 내에서 상임 조합장과 유사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조합장 및 주요 임원의 장기간 연임으로 인해 친인척 채용 비리, 일감 몰아주기 등 각종 폐단이 발생하고 있다”, “농협 비상임조합장의 16.2%가 4선 이상이며 37년간 10선을 한 경우도 존재한다”며 과거 김재원 의원보다 문제를 한층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지난해 2월 4일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상임 조합장 연임 제한 법안을 발의하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세종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환영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난해 2월 4일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상임 조합장 연임 제한 법안을 발의하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세종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환영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 개정안은 지난해 4월 농해수위 전체회의를 통과해 현재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된 상태다. 김 의원의 개정안이 무산됐던 바로 그 단계로, 차기 국회 회기에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20년 가까이 끌어온 비상임 조합장 임기 논란은 종지부를 찍게 된다.

누가 봐도 개정해야 마땅한 사안이지만 변수가 있다면 법 개정의 유일한 피해자인 조합장들이다. 지역에서 만만찮은 입김을 자랑하는 존재들인 만큼, 의원들이 조합장들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또 하나 중요한 건 농식품부의 입장이다. 농협 관련 법안 논의 과정에선 주무부처인 농식품부와 당사자인 농협중앙회의 의견이 어느정도 반영되는데, 농협중앙회가 관여하기 곤란한 사안이라 그만큼 농식품부 입장이 더욱 중요하다.

강동윤 농식품부 농업금융정책과장은 “아직 농식품부에 정해진 기조는 없지만, 비상임 조합장 연임 건에 대해 문제의식은 갖고 있다. 관심을 갖고 이해관계를 조율해 논의에 임하려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 농식품부의 개정 찬성 발언과 관련해 “정부의 입장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바뀌진 않을 것”이라며 개정에 대한 긍정적 접근 가능성을 시사했다.

본래 협동조합이란 조합원들의 주체적·민주적 조직으로서 정부를 비롯한 외부의 개입은 큰 실례가 된다. 하지만 관제조직으로 출발한 우리 농협은 조합원 스스로 조합을 이끌어갈 주체역량이 아직 충분치 않아 정부와 국회의 보조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비상임 조합장 연임 문제는 폐해가 명확한 데다 애초에 국회의 실책이 문제를 키운 만큼, 법률 개정을 통한 사태 해결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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