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비상임조합장 장기집권, 법률로 규제해야

  • 입력 2022.04.10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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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협동조합은 바로 농업협동조합(농협)이다. 막대한 자금과 규모를 자랑하는 농협은, 농촌지역의 핵심기관이고 농촌주민들의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생활의 일부이기도 하다. 농업·농촌·농민과 관련된 문제의 중심이거나 이슈마다 다뤄지는 무게가 다를 뿐 늘상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농협 문제이다. 그러나 해결되지 못한 채 먼지만 쌓여가는 내용이 많고 그중 하나가 비상임조합장의 연임 문제이기도 하다.

전국 1,117개의 지역농·축협과 품목농·축협 그리고 인삼협에는 209만3,000명의 조합원이 가입돼 있고, 농협을 이끌어가고 경영상 최고책임을 지는 사람은 조합장이다. 2015년 처음으로 실시된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통해 전국 조합장을 동시에 선출했고 이들은 2차례 연임이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농업협동조합법 시행령 제4조의7에 따라 자산총액이 2,500억원 이상인 경우 비상임조합장 체제로 운영되고 그들은 연임에 제한이 없다. 다선일수록 연봉은 올라가고 가질 수 있는 힘의 무게는 불어난다. 연임에 제한이 없다는 것은 얼마든지 최고 권력자로서 장기집권이 가능하다는 것과 같다. 지난해 최인호 의원실에서 국정감사 당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463곳, 전체 조합의 41.6%가 비상임조합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2009년 농협법이 개정될 당시까지는 상임과 비상임 선택이 가능했지만 이후 자산규모를 기준삼아 의무적으로 조합장을 비상임화 하도록 바꿨다. 이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조합의 전문성을 높이고자 하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임기에 대한 제한을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권력의 독점화, 사유화 문제를 야기하게 됐다. 비상임조합장에게 경영·집행 권한이 없어지면서 책임을 지는 부분은 작아지고 권한은 방대해진 비정상적인 구조가 돼 버렸다.

상임조합장, 지방자치단체장도 임기에 제한이 있는데 비상임조합장에게만 관련된 제한이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지난해 이를 바로잡기 위해「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대표발의 윤준병 의원)」이 발의됐지만 지난해 2월 해당 국회 상임위원회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회부된 이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심사조차 없이 잠자고 있다. 비상임조합장의 임기에 제한이 없어 발생하는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은 상당수 동의받는 부분이기 때문에 국회가 의지만 있다면 매듭지을 수 있다.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물은 썩게 마련이다. 조합의 사유화, 권력의 집중화라는 병폐를 막기 위해 비상임조합장도 상임조합장과 마찬가지로 2번의 연임으로 제한해야 한다.

개인의 안위보다 조직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조합의 주인인 조합원을 위해 움직여야 하는 사람이 조합장직을 수행해야 한다. 이는 상임이든 비상임이든 마찬가지이다. 그들이 해야 할 일은 조합원 공동의 사회적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서 정의하고 있는 협동조합의 가치와 7가지 원칙은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농협은 협동조합으로서의 가치와 역할을 다시금 되새기며 농민을 위한 경제사업에 더 많은 노력과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농협개혁은 먼 세상의 딴 이야기가 아닌 협동조합의 주인인 농민조합원들의 염원이며 농업·농촌의 미래를 위한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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