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민주노조 탄압 절정 국면

동화청과, 하역 ‘용역화’ 시도
서경노조, 민주노조 작업배제
법원, 민주화 이슈에 귀 닫아

  • 입력 2020.06.06 18:00
  • 수정 2020.06.07 14:02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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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가락시장 하역노조인 서울가락항운노조의 민주화 투쟁이 전방위적인 압박에 직면했다. 불과 5일 사이에 노동 수요자(동화청과)와 대체공급자(서울경기항운노조), 법원이 민주화세력을 압박하는 내용의 문서를 약속이라도 한 듯 한꺼번에 발표한 것이다.

가락항운노조 민주조합원들은 독재와 전횡이 난무한 조합을 개혁하고자 궐기한 끝에 지난 1월 노조위원장의 항복 선언을 받아냈다. 그러나 개혁의 대상이었던 대의원들이 2월 초 기습적으로 조합 해산을 의결하면서 민주조합원들의 입지가 흔들리게 됐다. 가락항운노조의 작업장인 동화청과가 이웃노조인 서경항운노조와 새로운 파트너쉽 구축을 시도하는 가운데, 민주조합원들은 비대위를 꾸려 투쟁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번 연쇄타격의 첫 테이프를 끊은 건 지난달 28일 동화청과의 ‘하역업무 용역화’ 발표였다. 동화청과 직원 일부가 마음이 맞는 노조원들과 사업체를 꾸려, 제3경매장(양파·대파·쪽파 등 취급) 하역업무를 수주한다는 계획이다.

사실 제3경매장 하역용역화는 동화청과가 오래 전부터 구상해온 모델이다. 출하자 편의와 하역노조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하역시스템을 선진화·기계화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 아직 노조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용역화는 그 취지와 관계없이 민주조합원들의 입지를 완전히 말소해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하필 지금 시점에 서둘러 추진할 만한 사업이 아닌 것이다.

민주조합원들과 시민사회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동화청과의 명백한 민주노조 탄압 행위로 간주했다. 기자회견 전날 동화청과가 용역화 계획을 ‘일용직화’로 수정했지만, 민주조합원들은 급한 불을 껐을 뿐 부담이 여전하다는 입장이다.
 

민주조합원들과 시민단체들이 지난 3일 가락시장 동화청과 경매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경항운노조의 작업배제 결정 및 조합비횡령 의혹 등을 규탄하고 있다.
민주조합원들과 시민단체들이 지난 3일 가락시장 동화청과 경매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경항운노조의 작업배제 결정 및 조합비횡령 의혹 등을 규탄하고 있다.

용역화보다 더 큰 사건은 제1·2경매장에서 일어났다. 서경항운노조는 지난달 29일 “6월 2일부터 서경노조 조합원들로만 하역업무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게시했다. 현재 함께 작업 중인 가락항운노조 출신 민주조합원들에 대한 작업배제 선언이었다.

서경항운노조는 지난 2월 말에도 민주조합원 작업배제를 선언했다가 시민사회의 거센 비판과 노동부의 중재에 따라 철회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엔 단호했다. 예고한 6월 2일이 되자 대거 80여명의 일용직 인력을 고용, 민주조합원들의 자리를 완전히 대체해버렸다. 민주조합원들이 끝내 서경항운노조로의 편입을 거부할 경우 이들 일용직 인력을 정규 조합원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동화청과와 서경항운노조는 ‘하역업무 차질 및 출하자 이탈 우려’를 이번 조치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도매시장의 작은 편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민주조합원들의 기본권인 노동권과 생존권이 침해되는 불합리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성토가 빗발치고 있지만, 법원 또한 이같은 불합리함을 눈여겨보지 않고 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작업배제 하루 전인 지난 1일 가락항운노조 해산을 무효화해달라는 민주조합원들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이미 가락항운노조 지도부 선출의 위법성을 인정했음에도, 법원은 이 문제에 대한 판단을 미룬 채 ‘그간 지도부 자격에 대해 특별한 이의 제기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기각을 결정했다. 민주조합원들은 위법성 판단을 정확하게 받아내겠다며 노조 해산결정 무효 본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폭풍 같았던 5일간의 변고에 여론은 한층 끓어올랐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3일 있었던 두 차례의 기자회견엔 한국진보연대·전국농민회총연맹·진보대학생네트워크·민주노총서울본부·민중당서울시당 등 유수의 단체들이 참여해 연대 의사를 밝혔다. 민주조합원 황병일 대표는 “우리가 요구한 건 오로지 하나, 조합을 민주화하자는 거다. 이게 무슨 잘못이길래 동화청과가 반대하고 서경항운노조가 찍어누르려 하나. 주무관청인 노동부도 구경만 하고 있고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도 팔짱만 끼고 있다”며 분노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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