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양파, 올해도 ‘선제대책’은 없다

농민들 장관 면담 불구하고
지난해와 판박이 대책 전망
농민-농식품부 시각차 극명

  • 입력 2019.02.15 15:26
  • 수정 2019.02.15 15:3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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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2019년산 양파 폭락이 가시화되자 다급해진 농민들이 정부 세종청사를 찾았다. 정부의 선제적 수급대책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개호)가 준비 중인 대책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으로, 농민들과는 큰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2018년산 양파는 작황 붕괴에도 불구하고 재배면적 증가로 인해 생산이 급증했다. 4월 조생종 수확기부터 연말까지 줄곧 kg당 700원선으로 평년을 한참 밑돌던 가격이 최근엔 500원대까지 떨어져 있다. 일찍이 농식품부가 재배면적 증가를 예상하고 수급대책을 추진했지만 부족한 격리물량과 때늦은 정책시행으로 효과를 내지 못했다.

올해 또한 지난해 못지않은 위기다. 평년대비 5.8% 늘어나 있는 재고량과 낮게 유지되고 있는 가격은 햇양파 가격에 커다란 악재다. 재배면적이 전년대비 15% 줄었다지만 평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6.4%나 많고, 단수가 크게 무너졌던 지난해에 비해 아직까진 작황도 양호하다. 이변이 없다면 적어도 지난해 수준의 공급과잉과 가격하락을 예상할 수 있다.

지난 11일 전남 함평의 한 산지유통인 저장창고에서 양파 출하를 위한 적재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양파는 지역에 따라선 “가격이 폭락한 배추를 저장해야 하는데 양파가 꽉차 저장할 수가 없다”고 호소할 정도로 저장량이 늘어나 있다.
지난 11일 전남 함평의 한 산지유통인 저장창고에서 양파 출하를 위한 적재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양파는 지역에 따라선 “가격이 폭락한 배추를 저장해야 하는데 양파가 꽉차 저장할 수가 없다”고 호소할 정도로 저장량이 늘어나 있다.

이에 지난 8일 함평·무안·익산·진도 등 호남지역 양파농가 16명이 농식품부를 방문했다. 지난해와 같은 정책실패를 막기 위해 올해는 농민들이 한 발 먼저 정부에 선제적 대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농민들은 올해산 양파 초과생산량을 14만~27만톤으로 예측하고 2월 중 13만톤(조생양파 1만8,000톤 포함), 4월 중 추가 13만톤의 산지폐기와 2018년산 저장물량 2만톤 폐기를 요구했다(총 28만톤).

이날 면담엔 함평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개호 장관도 자리를 함께하며 성의를 보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농식품부가 농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진 않았다. 농식품부는 초과생산량을 8만여톤으로 예측하고 일단 2월 중 조생양파 2만1,000톤을 산지폐기한 뒤 나머지 물량은 추후에 논의할 계획을 밝혔다(총 2만1,000톤+α). 시행시기가 조금 빠른 걸 제외하면 지난해의 대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농민들이 초과생산량 최소치로 예측한 14만톤은 지난달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예상재배면적에 평년대비 양호한 작황 고려)한 수치다. 여기에 겨울배추 후작 봄파종 등 조사에 잡히지 않는 면적을 고려하면 최대 27만톤이 된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아직 기상변수가 남은 만큼 초과생산량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예측(예상재배면적에 평년작황 대입)해 8만톤을 제시했다. 예상 초과생산량부터 2~3배 차이가 나니 대책물량도 ‘28만톤’ 대 ‘2만1,000톤+α’로 엄청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면담에 참여한 곽길성 전 진도군농민회장은 “2월 중으로 중만생종을 포함해 충분한 산지폐기가 이뤄져야 3월부터 나오는 조생양파가 효과를 볼 수 있다. 자칫하면 또 예산만 들이고 아무 성과도 못내게 된다”고 우려했다.

농식품부는 농협·지자체 등과 논의해 다음달 중으로 양파 수급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생종 2만1,000톤 폐기는 공식 발표에 앞서 2월 중에 이뤄진다. 다만 조생종 폐기에 정부 예산 투입 계획이 없어 농협·지자체·농민들의 자체폐기 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농민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일관하고 있는데다 산지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농식품부의 수급대책에 지역 농민들과 조합장들은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주산지를 중심으로 양파 품목 생산자단체 조직과 대규모 집회 개최 등의 대정부 활동이 논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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