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던 양파·마늘 수급대책, ‘애걔걔’

농식품부, 중만생양파 6,000톤·마늘 3,300톤 조기 격리
예년대비 작황 매우 양호 … “가격지지 효과 크지 않아”
자재투입 다 끝났는데 … 수확 전이라 지원금액도 삭감

  • 입력 2019.05.05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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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개호)의 양파·마늘 수급대책에 대해 생산현장에서 연신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격리 물량과 지원금액이 형편없어 정책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25일 중만생양파 및 마늘 수급대책을 발표했다. 채소가격안정제 물량을 활용해 양파 6,000톤, 마늘 3,300톤을 생육단계에서 폐기한다는 게 전부다. 면적으로 치면 양파 100ha, 마늘 240ha다. 양파의 경우 당초 전남에서만 100ha가량의 격리가 논의됐으나, 몇 차례 대책 발표가 연기되는 과정에서 대폭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추정한 올해 평년대비 초과면적은 중만생양파 403ha, 마늘 3,961ha다. 기상호조로 병해가 없고 생육이 왕성해 생산량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숫자를 보면 마늘이 심각해 보이지만 한숨이 더 깊은 건 양파 쪽이다. 당장 출하가 임박한데다 마늘에 비해 훨씬 가격변동이 심하고 물량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양파농가들은 지난 2월부터 정부에 중만생양파의 공격적인 선제 격리조치를 요청한 바 있다. 뒤늦게 발표된 미미한 대책물량에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 물론 이는 초동대책의 성격을 갖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조생양파는 선제대책으로 어느정도 효과를 봤지만 중만생양파는 6,000톤만으로 큰 효과를 기대할 순 없다”며 “생산량이 좀더 확실히 잡히는 5월 이후에 수매 등 추가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의 입장에선 지금도 시기가 늦다. 김병덕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사무처장은 “정부와 2월에 논의할 당시 2만톤에서 많게는 10만톤까지도 얘기가 됐는데 6,000톤 격리가 뭐냐”며 “나중에 추가 격리를 한다지만 지금 상인들이 정부를 믿지 못해 포전거래에 못 나서고 있다. 정부가 확실한 사인을 줘야 농민도 상인도 소득이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원금액도 문제다. 원래 올해 채소가격안정제 보전가격은 kg당 양파 382원, 마늘 3,586원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수확 이전에 진행한다는 이유로 지원금을 양파 20%, 마늘 25% 삭감했다. 채소가격안정제 자부담(20%)까지 제하면 실수령액은 양파 245원, 마늘 2,100원에 불과하다.

특히 양파의 경우 수확기는 아직 한 달이 남았지만 영양제·약제 등 자재비는 거의 100% 투입된 상황이다. 현장에서 얘기하는 양파 생산비는 kg당 450원. 지원금액이 생산비의 반값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김 처장은 “평당 20kg 기준으로 책정한 지원금이지만 지역에 따라선 25kg까지 생산되는 곳도 있다. 이 가격이라면 6,000톤이 아니라 설령 몇만 톤을 폐기한다 한들 누가 참여하겠나”라며 혀를 찼다.

상대적으로 조용하지만 마늘 역시 결코 수긍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성연준 창녕군마늘연구회장은 “지금 포전거래 가격이 평당 1만2,000원 하다 9,000원으로 떨어져 있다. 3,300톤 격리해선 전혀 가격상승을 기대할 수 없다. 생산비나 보장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조생양파를 시작으로 기존과 다른 선제적 수급대책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야말로 ‘맛보기’ 수준에 그친 소극적 대책이 여러 모로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달 15일 창립한 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조만간 조직적인 대응에 나설 예정이며 전국마늘생산자협회 또한 창립 준비를 한층 서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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