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두 번 죽이는 양파 추가 수급대책

농식품부, 17일 중만생양파·마늘 추가 수급대책 발표
시장격리 계획 미흡 … 수출·소비촉진 등 형식적 내용
“안 내놓으니만 못해” 전농·양파협회 강한 불만 표시

  • 입력 2019.05.26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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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양파농가들의 광화문 상경집회 이튿날인 지난 17일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개호)는 중만생양파 추가 수급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여전히 실망스러운 대책 내용에 농민들은 오히려 더욱 분노하고 있다.

올해 정부가 예상한 중만생양파 평년대비 초과생산량은 15만톤이며 산지에선 30만~40만톤 초과생산을 점치고 있다. 그러나 농식품부의 이번 추가대책 물량은 3만3,000톤. 기 산지폐기 물량 6,000톤을 더해도 4만톤을 넘지 않는다.

내용을 뜯어보면 더욱 실망스럽다. 추가대책 물량 3만3,000톤 중 1만2,000톤은 작황을 지켜보고 채소가격안정제 물량을 출하정지하겠다는 상투적 대책이라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또 1만5,000톤은 수출을 지원하는 간접적 형태의 시장격리인데다 그 실질적 성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늘상 보완적으로 곁들였던 ‘소비촉진’이 오히려 추가대책의 핵심으로 보일 지경이다.

함께 발표한 마늘 추가대책도 마찬가지다. 수매비축 5,000톤과 농협수매 4,000톤, 수입종구 국산대체 1,000톤 계획에 기 산지폐기 물량 3,300톤을 더하면 1만3,300톤으로 정부 추산 과잉물량 6만톤에 크게 미달된다. 지역에 대부분의 수급책임을 떠넘긴 채 소극적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 대책에 지자체와 농협 등의 불만도 전에 없이 고조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박행덕)과 전국양파생산자협회(회장 남종우)는 17일 즉시 성명을 내고 농식품부를 꾸짖었다. 두 단체는 농식품부가 농민들의 꾸준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대책의 적기를 놓쳐 폭락사태를 초래한 점과, 그럼에도 형식적인 수준에 그친 추가대책 내용에 불만을 표했다. 이번 대책을 “양파가격 안정 포기 대책”이라고 비판하는 한편, “갈 곳 없는 들판의 양파가 산성처럼 청와대를 에워쌀 날을 보고 싶지 않거든 지금이라도 마음을 고쳐먹고 근본 대책을 수립하라”며 강한 표현도 아끼지 않았다.

김병덕 양파협회 사무총장은 “한꺼번에 몇만 톤을 격리하라는 게 아니라 조금씩이라도 계속 격리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정부가 의지표명을 해야 상인도 농민도 피해를 면할 수 있다”며 “이번 대책은 농민들 불타는 가슴에 기름을 뿌린, 안 내놓으니만 못한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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