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양파 수급정책 어떻게 실패했나
농식품부 양파 수급정책 어떻게 실패했나
  • 권순창 기자
  • 승인 2019.07.07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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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 수 차례 대책 촉구에도
한 귀로 흘리며 정책적기 놓쳐
정책 실패에도 ‘농민외면’ 강화
내년 수급정책도 전망 어두워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올해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개호)의 양파 수급정책은 철저하게 실패했다. 역대급 수급불안 속에 몇 차례의 대책이 이어졌지만 도매가격은 끝내 kg당 400원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미 수확이 마무리에 접어들어 농가 피해는 돌이킬 수 없게 됐으며 이제는 재고로 인한 내년 햇양파 피해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정책 실패의 원인은 농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농식품부의 소극적 대책 시행에 있다.

지난해 봄, 농식품부의 기이한 수급정책 기조가 처음 그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초과생산 예상량 25만여톤 가운데 정부의 시장격리 물량은 3만7,000톤. 나머지는 8만1,000톤의 산지 자율폐기를 비롯해 수입대체·소비확대·수출지원 등의 항목으로 버젓이 정부 공식 수급대책에 포함시켰다. 종전까진 정부 대책에 부차적으로 붙여 발표하던 항목들이다. 비록 급작스런 기상변화로 올해 같은 파동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농민들은 정부 정책에 불신과 위협을 느꼈고 정책 교섭력 강화를 위해 품목단체 조직을 시작했다.

다시 심각한 초과생산이 관측된 올해 초, 농민들은 2월부터 장관 면담 등을 통해 성의있는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조생종 2만1,000톤 격리를 이끌어내 겨우 한 고비를 넘겼지만, 문제는 중만생종이었다. 농식품부가 차일피일 미루다 4월 말에야 발표한 중만생양파 첫 대책은 ‘6,000톤 폐기.’ 15만톤 이상의 초과생산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상변수 우려를 감안하더라도 터무니없이 적은 양이었다.

농민들의 거듭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책임회피성, 소극적 대책으로 일관한 결과 올해 농식품부의 양파 수급조절은 크게 실패했다. 지난달 18일 전남서남부채소농협에서 양파 망 작업이 한창이다.
농민들의 거듭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책임회피성, 소극적 대책으로 일관한 결과 올해 농식품부의 양파 수급조절은 크게 실패했다. 지난달 18일 전남서남부채소농협에서 양파 망 작업이 한창이다.

생산량 예측이 좀더 구체화되는 5월 이후에도 양상은 비슷했다. 농민들의 청와대 상경집회 바로 다음날인 5월 17일 농식품부는 수매비축 6,000톤에 출하정지 1만2,000톤, 수출지원 1만5,000톤의 추가대책을 발표했다. 물량도 부족하거니와 시장에 정부의 수급조절 의지를 전달하기엔 그 내용도 조잡했다.

지난 4월 발족한 전국양파생산자협회(회장 남종우, 양파협회)가 농식품부의 소극적 정책에 계속해서 비판과 호소를 이어갔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지난달 3일 유명무실한 ‘소비촉진’ 대책이 추가대책으로 발표됐고, 17일엔 2만6,000톤(농협 2만톤 포함)의 부질없는 ‘긴급수매’가 진행될 뿐이었다.

지난 1일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측에 따르면 올해 중만생양파 예상초과생산량은 19만4,000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가 관여한 수급조절 물량은 4만5,000톤에 불과하다. 지자체와 농협이 자의적·타의적으로 분발(7만4,000톤 시장격리)했지만 헛수고였다. 물량은 둘째치고 대책 시기가 너무 늦어 시장에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연초부터 필사적으로 주장해온 농민들의 요구가 옳았던 셈이다. 늦어도 5월까지 몇만 톤이나마 농식품부의 명확한 시장격리 방침이 있었다면 어느 정도 가격을 지지하고 예산도 절감할 수 있었으리라는 게 현장의 중론이다. 이에 양파협회는 최근 ‘농민주도형 수급정책’의 필요성을 한층 소리높여 강조하고 있다. 수급정책에 농민이 적극 참여한다면 한편으론 초과생산 이전의 사전적 수급조절도 훨씬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지난 5월 16일 전국 양파농가들이 정부의 미온적 수급대책에 반발해 청와대 상경집회를 벌였지만 이튿날 나온 추가 대책도 실효성은 없었다. 한승호 기자
지난 5월 16일 전국 양파농가들이 정부의 미온적 수급대책에 반발해 청와대 상경집회를 벌였지만 이튿날 나온 추가 대책도 실효성은 없었다. 한승호 기자

하지만 농식품부는 오히려 ‘농민 밀어내기’에 골몰하는 분위기다. 농식품부는 연말까지 수급안정 및 유통구조 개선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지난달 10일부터 ‘채소산업발전기획단 TF’를 구성·운영 중이다. 기획단은 3개팀으로 꾸려지는데 총 30명의 구성원이 모두 관료·연구기관·학자 및 농협으로만 구성돼 있다. 별도 편성된 전문가·생산자단체 자문단 10여명 중에서도 농민단체는 1~2개에 불과하다.

기획단은 생산·소비경향 분석에 기반한다는 명목하에 이미 시작 전부터 ‘구조적 공급과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산지 압박식 농업 구조조정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지자체와 농업인의 자율적 수급조절을 제도화”하겠다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산지 책임전가형 수급정책을 정착시킬 의도를 공식적으로 드러냈다.

농산물 수입의 빗장을 연 장본인이 정부인 만큼 그동안 농식품부의 수급정책은 때론 미흡했을지언정 기본적으로 정부의 책임에 기반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양파 수급대책을 기점으로 수입 문제에 대한 책임감은 급격히 약해졌고 과잉생산 자체를 강조하며 책임을 산지로 돌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정부의 수급정책은 소극적이 되고, 지자체의 재정지출과 농민들의 부담을 대폭 늘리면서도 정책은 시장에 영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올해 양파농가의 호소를 외면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양파 수급안정에 대실패를 겪은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반성이나 개선은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실패하고 있는 기존의 정책기조를 공고화하려는 모습만이 보일 뿐이다. 목소리를 들어 달라는 농민들의 호소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농식품부의 수급정책은 이를 등진 채 점점 더 깊은 우려에 둘러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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