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농식품부다

  • 입력 2017.04.23 11:06
  • 수정 2017.04.25 11:13
  • 기자명 심증식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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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


21세기 민주공화국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조선시대에 횡행했던 수렴청정이 부활했다. 국가의 기능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고, 대한민국은 최순실과 소수의 가진 자들의 잔칫상으로 전락했다.

3년 전 304명의 생명이 우리 눈앞에서 죽어가는 것을 목도하는 순간, 그리고 2년 전 백남기 농민이 경찰에 의해 살해되는 순간, 우리는 박근혜정부의 본질을 마주했다. 결국 촛불민심이 세상을 밝히면서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권을 무너뜨렸다. 그러나 부패한 정권을 무너뜨린 것은 전부가 아니다. 사회 곳곳에 쌓인 폐단을 걷어내는 일이 시급하다.

적폐청산은 오늘 우리 사회를 바로 세우는 첩경이고, 세월호 참사의 재발을 막는 일이며, 제2의 백남기 농민이 되지 않는 길이다.

적폐청산은 권력기관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부당한 권력으로 이 사회를 뒷걸음질 치게 하고 국민의 삶을 질곡으로 몰아간 정부 부처가 청산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검찰, 경찰, 국정원, 문화체육관광부, 해양수산부, 교육부, 외교부가 우선 청산 대상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적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농업을 보호·육성해야 마땅하나 농업을 망가뜨린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박근혜정부 아래의 농식품부는 쌀 전면개방에 앞장서며 지역 곳곳에서 요식행위나 다름없는 공청회와 토론회를 진행했다. 쌀을 지킬 수 있다고 큰 소리 쳤지만 쌀값은 30년 전 수준으로 폭락했으며 대책은 전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고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

역대 최장수 장관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이동필 장관 시절, 쌀 전면개방, 농업강국과의 FTA 체결이 잇따랐고 농식품부 장관이 농업 농민은 지키지 않고 자리만 지켰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2015년 민중총궐기 직전, 관계부처 장관 공동명의의 ‘불법 엄단’을 으름장 놓은 담화문에 가담한 농식품부는 백남기 농민의 죽음에도 미동이 없다.

김재수 장관은 어떤가. 온갖 의혹이 불거진 인사청문회부터 국회 해임건의안 가결까지 위태로운 순간마다 농업계가 감싸 주었다. 국민여론이 박근혜정부에 등을 돌렸을 때도 농업계 일각에선 김 장관을 지지하는 성명들이 나왔다. 당시 성명들의 배경에 농식품부의 요청이 있었던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난 겨울 고병원성 AI가 전국을 뒤덮어 농식품부에 비판여론이 폭발하자 농식품부는 모든 책임을 농가에 돌렸다. 농식품부는 AI 발생 직전까지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는 듯 대응 시스템을 자랑하면서 한편으로는 연신 농가 탓만 하고 있다.

최근 농식품부는 창조경제, 6차 산업을 강조하던 기조를 4차 산업혁명으로 슬그머니 바꾸려는 분위기다. 4차 산업혁명을 들먹이며 또 얼마나 허황된 환상으로 농민들을 속이고 헛돈이 뿌려질지 걱정이 앞선다.

대한민국 농정에는 현장 농민들의 목소리가 들어갈 틈이 없다.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보고 싶은 결과만 본다. 농민들의 요구는 타당성 여부를 떠나 법과 제도를 들먹이며 차단하기 일쑤다. 그러니 농정의 개혁은커녕 미세한 변화도 없다.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는 농민들의 푸념은 그래서 나온다. 안 되는 일도 장관이 하라하면 되는 일이 되고 만다. 전임 장관 시절 쌀의 해외원조는 실효성이 없다고 검토조차 하지 않던 것이 장관이 바뀌자 쌀 재고 해결의 획기적 대책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몇 가지 사례를 통해 농식품부의 적폐를 살펴본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도 농식품부가 변하지 않는 한 농업 농민 농촌의 발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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