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지난 9년, 농민은 안중에 없었다

  • 입력 2017.04.23 10:39
  • 수정 2017.04.23 10:43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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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가금단체협의회 주최로 열린 '정부의 AI 방역대책 철회 규탄집회'에 참석한 3,000여명의 농민들이 사상 최악의 AI 사태를 불러온 농림축산식품부의 모형을 불태우는 상징의식을 펼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008년, 대한민국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2004년에 이어 다시 한 번 촛불로 뒤덮였다. 한-미 FTA 비준을 위한 대가로 정부는 미국에 쇠고기 시장을 완전 개방하는 것도 모자라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느슨한 수입위생조건을 받아들였다.

국민들은 보이지 않는 광우병 공포를, 농가들은 생계를 불안해하는 상황에서도 당시 농림수산식품부가 주체가 된 쇠고기 협상단은 국민 식탁의 안전과 농민의 생존권이 아닌 협상의 타결에만 신경 쓰는 태도를 보였고, 검역권을 수입국(한국)이 아닌 수출국(미국)이 가진다는 황당한 조건을 다른 사람도 아닌 농식품부 장관이 받아들이기에 이른다. 9년 전, 10년 만에 정권을 잡은 이들의 농식품부가 그렇게 출발하고 있었다.

 

FTA 그 이후

한-미 FTA 비준동의안은 ‘최루탄’까지 무릎 쓴 여당의 기습 직권상정으로 결국 MB정부 말 발효됐다. 정권이 바뀌어 발효 5년이 되자 농식품부는 `예상대로 농업 분야에서 성과가 있었다'며 개방농정을 찬양하기에 바빴지만, 발효 전과 비교해 실제로는 우리 농업의 농민도, 경작지도, 생산량도 줄었다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다.

MB정부 이후 농식품부는 농산물 가격 조정에 수입농산물을 적극 이용하기 시작했다. 풍작으로 가격이 폭락했을 때는 별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면서도 흉작으로 가격이 오를 땐 그때 그때 수입 농산물을 추가로 들여와 시장에 개입하길 반복했다.

경제논리, 시장 가격 안정에만 가치를 둔 농정이 계속되는 와중에 우리 식량자급률은 50%선이 무너졌다. 품목을 불문하고 산지폐기가 연례행사로 일어났고, 제도적으로 소득을 보장 받지 못한 영세농들은 매년 반복되는 경제적 어려움에 몰락을 피할 수 없었다.

 

떨어지는 쌀값, 9년의 방관

대풍으로 인한 공급 과잉 현상과 1인당 쌀 소비량 감소가 겹쳐 쌀값 대책이 시급했던 상황에서 MB 정부는 아무런 대안 없이 2010년 연간 40만톤에 이르는 대북 쌀 지원을 중단했다. 과잉재고에 가장 확실한 효과를 지닌 카드를 스스로 버린 MB정부는 농민들의 성토에는 아랑곳 않고 ‘경쟁력 있는 수출농업’을 외치며 자본과 기업농을 위한 정책에만 힘을 쏟았다.

‘창조경제’ 박근혜정부의 농식품부는 한술 더 떠, 농업의 6차산업화를 명목으로 아예 극소수만이 혜택을 볼 수 있는 특혜성 정책을 주요 농정기조로 삼았다. 후보시절 ‘쌀값 21만원’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정책들은 어디에서 찾아볼 수 없었고, 화려하게 포장된 창조농업의 이면엔 어느새 전국 평균 3,000만원대를 앞둔 농가부채가 있었다.

결국 쌀값이 30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상황, 수입쌀은 매해 기어이 할당량을 가득 채워 들여오는 반면 쌓이는 쌀은 북한을 비롯해 어디에도 보낼 궁리를 하지 않았다. 유일한 희망으로 여겨진 ‘벼 생산조정제’를 위한 자신들의 예산 900억원이 기획재정부에 의해 잘려나갈 때도 장관은 그저 가만히 있었다. 농식품부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셈이다.

 

가축 전염병, 왔다하면 ‘재앙’

2011년 겨울, 구제역 파동으로 350만 마리에 가까운 소와 돼지가 살처분 처리돼 전국 곳곳이 가축의 무덤이 됐다. 피해액 3조원은 다시 깰 수도, 깨져서도 안 되는 기록으로 남았다.

농가와 전문가들은 초동 방역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농식품부의 아집이 사태를 키운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규모 확산 시 대응방안 부재, 중구난방식 매몰 절차 지침, 방역공무원의 부족한 전문성 등 방역체계의 허술함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드러남에도 농식품부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여러 가지 변명을 대기에 바빴다.

정권이 바뀐 뒤엔 양계농가들 차례가 왔다. 2014년 이후 지금까지 조류 인플루엔자(AI)로 인한 살처분 두수는 5,000만을 넘었다. 농식품부는 책임을 회피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농가에 뒤집어씌우기 위해 또다시 잔머리를 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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