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다 된 최저가격에 재 뿌리다

지자체 최저가격보장제, 농식품부 훼방에 ‘올스톱’
제도시행 앞둔 지역도 제한적 운영 우려

  • 입력 2016.07.02 23:38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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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가 지방자치단체의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를 저지하고 나서 한껏 달아올랐던 지역 분위기가 급속히 냉각됐다. 중앙정부 정책의 한계에 대처한 지자체의 자구책마저 정부의 제재로 인해 허리가 잘리는 형국이 됐다.

농식품부의 계약재배사업이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생산안정제 정착마저 요원한 상황에서 지역에선 최저가격보장 조례제정운동이 들불처럼 번졌다.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몇 가지 품목에 최저가격을 설정하고 가격이 하락할 경우 차액을 보전해 주자는 내용이다. 충북 음성을 시작으로 현재 2개 광역자치단체와 37개 기초자치단체가 이미 조례를 제정했으며 1개 광역자치단체와 4개 기초자치단체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4월 농식품부는 시군관계자 설명회를 열고 돌연 여기에 제동을 걸었다.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최저가격보장을 강행할 경우 모든 농정사업에서 배제하고 교부세를 감액하겠다는 것. 지자체의 최저가격보장제가 △과잉생산과 타지역 농가 피해를 유발하고 △정부의 수급정책에 지장을 주며 △정부 수입보장보험·밭직불금 등의 정책과 중복이 되고 △WTO 감축대상보조에 해당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최저가격보장조례를 손수 이끌어 온 농민들의 분노와 당혹이 확산된 가운데 지난달 초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소장 장경호)도 이슈보고서를 통해 농식품부의 입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지역별 다양한 품목으로 생산이 분산돼 타지역 농가도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고 △정부 수급 및 소득보전정책의 한계를 보완해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며 △WTO 감축대상보조 한도액에도 한참 미달된다는 것이 요지다. 농식품부가 국내외 제도와 규정을 필요 이상으로 농민들에게 불리하게 해석하고 있으며 지자체의 자구책을 이처럼 적극적으로 가로막아야 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농식품부가 방침을 밝힌 이래 지자체의 최저가격보장제는 난항을 겪고 있다. 전국 최다인 11개 시군에서 조례 제정에 성공한 전남지역은 현재 제도 추진이 ‘올스톱’ 상태라는 전언이다. 광역자치단체로서 지난 2014년 조례를 제정한 뒤 관련 연구용역 등으로 시행을 미루고 있는 제주도도 한층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전라북도는 농식품부 설명회 이후인 지난달 21일에 조례를 통과시킨 지역이다. 농민들이 주민발의로 조례제정을 주도한 타 지역과 달리 도지사의 강력한 의지에 힘입어 시작이 늦었음에도 올 하반기 전국 최초 제도시행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적용 대상을 ‘시군 통합마케팅 전문조직 등을 통해 출하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핵심적인 사항들을 조례 시행규칙으로 미루고 있기 때문에 시행규칙 제정이 실질적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특히 전북도청 측이 “농식품부와 사전에 의견조율을 마쳤다”고 강조하고 있어 결국 농식품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리란 우려가 팽배하다.

농식품부는 이달 안으로 지자체 최저가격보장조례의 ‘가이드라인’을 제작한다는 방침이다. 농민들이 천신만고 끝에 일궈낸 최저가격보장제는 일단 농식품부의 손끝을 바라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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