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총선의 계절 … 농정대전환 위한 농업·먹거리정책은?

  • 입력 2024.01.21 18:00
  • 수정 2024.01.21 18:46
  • 기자명 강선일·문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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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문지영 기자]

지난 11일 서울 삼성동 한살림연합 지층 회의실에서 `환경농업 먹거리 농정대전환 민-민 거버넌스' 종합정리 토론회가 열렸다. 문지영 기자
지난 11일 서울 삼성동 한살림연합 지층 회의실에서 `환경농업 먹거리 농정대전환 민-민 거버넌스' 종합정리 토론회가 열렸다. 문지영 기자

오는 4월 10일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농민·먹거리운동진영이 총선 대응에 분주하다.

전국먹거리연대(상임대표 권옥자)·환경농업단체연합회(회장 조완석)가 농민·소비자·전문가 등과 구성한 ‘환경농업과 먹거리·농정 대전환 공동정책단(공동정책단)’은 지난해 12월 3차례의 ‘민-민 거버넌스 토론’ 및 지난 11일 한살림연합에서 진행된 종합정리 토론을 통해, 농정대전환을 위한 공동정책 ‘3대 목표 12대 과제’를 도출했다.

3대 목표는 △국민 먹거리보장과 돌봄 △지속가능한 농업체계 구축 △순환과 공생의 농촌 실현이다. 3대 목표마다 포함된 세부 과제는 총 12가지인데, ‘국민 먹거리보장과 돌봄’ 목표의 세부 과제는 △기후위기·식량위기 대응 먹거리 자급력 확보 △생애주기별 먹거리 돌봄 보장 프로그램 강화 △공공급식 공적조달 확대와 먹거리시민 양성 △먹거리기본법 제정과 통합적 정책체계 구축이다.

‘지속가능한 농업체계 구축’ 목표의 세부 과제는 △기후위기·식량위기 시대 식량안보와 지속가능한 농업 전환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농가의 소득 안정과 걱정 없는 농사를 위한 국가 책임 제도화 △지속가능한 농어업 주체 육성을 위한 집단별 맞춤형 정책지원 △민·관 협치농정 체계 구축과 자치분권농정 지원이다.

‘순환과 공생의 농촌 실현’ 목표의 세부 과제는 △농어촌주민 기본소득(주민수당) 지원과 사회서비스 안전망 구축 △농촌재생뉴딜 프로젝트를 통한 행복농촌 실현 △기후위기 극복 탄소중립 농촌재생 에너지 활성화 △읍면동 주민자치제 도입과 자치·협동의 농촌공동체 활성화 통한 주민자치제 실현이다.

12대 과제 속 세부 정책 중 다수는 그동안 농민·먹거리운동진영이 계속해서 촉구해 온 내용이다. 예컨대 식량자급률 확대,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와 초등돌봄 과일간식의 지원 재개·확대, 먹거리기본법 제정, 농업의 친환경·생태농업 전환, GMO 완전표시제 실시 등의 주장은 기존부터 제기돼 온 내용이다. 그러나 변화하는 시대상에 맞춰 새로이 제기된 정책도 눈에 띈다. 그중 일부 내용, 그리고 해당 정책을 제안한 활동가·전문가들의 주장을 살펴보자.

“기존 먹거리정책 한계 극복하며 먹거리공동체 역할 주목해야”

우선 ‘국민 먹거리 보장과 돌봄’ 목표의 과제 중 생애주기별 먹거리 돌봄 보장 프로그램 구상 중 하나로, ‘거점 공동체 식당(공동체 부엌)’을 시군구마다 최소 하나씩은 설치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역 단위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급식’으로서 제공하는 공간이 사실상 학교 외엔 전무한 가운데, 공동체 식당을 개설해 지역주민이 건강한 먹거리를 이용하게 하자는 취지다. 나아가 읍면동 단위에까지 공동체 식당을 개설함으로써 농식품바우처 사업, 초등돌봄 과일간식 지원사업 등 먹거리돌봄 사업이 읍면동에서도 이뤄지도록 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해 12월 14일 두레생협연합회에서 열린 민-민 거버넌스 1차 토론회(먹거리분야) 중 소혜순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장은 생애주기별 먹거리 돌봄 보장 프로그램 강화와 관련해 “신(新) 먹거리 빈곤층(젊은 부부, 1인 가구, 주거 상황이 불안한 시민 등)의 먹거리기본권 확보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충분히, 건강하게, 그리고 정서적으로 잘 먹지 못하는 다양하고 복잡한 원인을 고찰해야 한다”고 주장함과 함께 “기존의 먹거리정책인 반찬·도시락 배달, 무료급식, 양곡 할인, 꿈나무카드(서울시의 결식아동 지원용 카드) 등이 갖는 한계(예컨대 지원대상 선별화 문제)를 극복해야 하며, 먹거리보장 실천 주체로서 마을부엌 등 먹거리공동체의 역할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급식의 공적조달 확대와 관련해선, 대표적으로 도시·농촌 지자체 간 상생 목적의 ‘도농상생 공공급식 지원법(가칭)’ 제정 제안이 눈에 띈다. 지난해까지 진행된 서울시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의 원래 취지를 이어받아, 지역 간 먹거리정책협약을 통해 도시-농촌 상생협력형 급식체계를 구축하자는 의미다.

‘먹거리시민’ 양성을 위한 초·중·고등학교 식생활교육 의무화(정규 교육과정에 미식·조리 교육 편성), 노동자·군인·청년 대상 식생활교육 지원 필요성도 제기됐다. 물론 식생활교육 강화가 곧바로 시민 식생활 개선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나, 우선 사회 구성원이 각각 적합한 식생활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 먹거리 관련 생활(먹거리의 선택 및 조리·섭취 등)을 자립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자립적 식생활의 전제는 ‘이 땅에서 난 건강한 먹거리와 연계되는 삶’이다. 식생활교육과 관련해선 ‘국가 직무능력(NCS) 기반 식생활교육사 국가자격증 제도’ 도입 주장도 제기됐다.

“친환경농업 확대 위한 강도 높은 정책 압력 필요”

‘지속가능한 농업체계 구축’ 목표 속 정책 중엔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정책이 많다. 농어업재해 대책으로선 △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 통한 피해복구 지원 단가 실거래가 수준 상향 △보험료 지원 확대 △농업기후적응기금(가칭) 설치로 기후재해 대응 재원 마련 △비(非)보험·친환경 작물 등 기존 재해대책 사각지대 해소 △농어민의 기후재해 대응활동 지원 등이 거론됐다. 이와 함께 기후위기 시대 미래농업으로서 친환경농업의 전체 농업 대비 비중을 20%로 확대하는 내용, 소위 ‘스마트농업’이 친환경·생태농업 발전에 기여하도록 유도하자는 내용 등이 담겼다.

친환경농업 확대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21일 한살림연합에서 열린 민-민 거버넌스 2차 토론회(농업분야)에 참가한 한석우 농정전환실천네트워크 상임이사는 “친환경농업 확대는 모두가 동의하나 면적이든, 참여 농민이든 점점 줄어드는 게 현실이다. 지난 2022년 대선 시기에도 농민·먹거리운동진영은 ‘친환경농업 비율 20% 확대’를 선언적 목표로 제시했으나 획기적 실현 방도를 찾기 어려웠다”며 “농정의 상위 범주 첫 번째 과제로 (친환경농업 확대 과제를) 설정하지 않으면 친환경농업 비율은 10%로 늘리기도 어렵다. 사회적 대협약 수준의 강도 높은 정책 압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친환경농민의 정책적 소외 방지 문제에 대해, 2차 토론회에서 박제선 한살림연합 미래기획본부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전략작물직불제에 ‘친환경 농지 대상 별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본부장은 “현행 전략작물직불제는 관행농을 기준으로 제도를 설계해 친환경농민의 참여 유도에 한계가 있다”며 “인건비 등 농업경영비를 감안해 친환경농지에 대한 별도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농업, 어떻게 봐야 하나?

2차 토론회에선 스마트농업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왔다. 한석우 상임이사는 “그간 농업계에선 기업형 스마트농업을 놓고 비판적 견해가 많이 나왔으나, 농업의 스마트화에 대해선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다”며 “고령화·인력난·기후변동성 확대 등 생산환경의 위기를 겪는 농업계에 최신 기술을 도입해 현장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스마트농업이 농민을 위해 복무토록 만들 필요성과 별개로, 윤석열정부가 미래농업의 방향으로서 ‘친환경농업 확대’ 대신 당위적 ‘스마트농업 확대’를 강조하는 건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송원규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선임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정부 친환경농업 예산이 지난해 821억200만원에서 올해 705억7,700만원으로 줄어든 문제를 언급했다.

3차에 걸친 민-민 거버넌스 토론회를 총결산하는 자리였던 1월 11일 종합정리 토론회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스마트농업을 놓고는, 스마트농업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농민의 고된 노동을 덜고 농가생산을 안정시키기 위해 활용을 고려해 볼 만 하다는 의견이 나왔고, 현존하는 국내 스마트농업 기술은 작물 생육에 초점을 맞춘 기술이라 유기농업에 적용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이 자리에선 임차농 비율이 전체 농민 중 60% 이상인 농업 현실을 반영할 때, 식량자급률 향상을 위한 구체적 이행계획에 전국 농지이용실태 전수조사의 정기적 시행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주장, 학교급식 등의 대량조리를 하는 공공급식 종사자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급식설비 개선, 조리법 변화 등의 내용을 포함한 학교급식법 개정 주장도 제기됐다.

`농민의길' 정책과의 공통분모는?

한편 공동정책단의 제안 정책과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상임대표 하원오, 농민의길)이 제안하는 정책(대표적으로 ‘농민3법’인 농민기본법·필수농자재지원법·양곡관리법 전면 개정안) 간 공통분모, 즉 향후 함께 목소리를 낼 만한 내용은 무엇일까?

첫째, 필수농자재 지원제 도입 촉구 내용이다. 농민의길이 준비 중인 필수농자재지원법과 비슷한 취지로, 공동정책단 측은 “농업경영 안정을 위해 무기질비료 지원, 농사용 전기요금·유류비 지원, 사료비 부담 완화 등 생산비 지원을 유기적으로 연계함과 함께, 농업기후적응기금 설치·운용을 아우름으로써 통합 생산비 안정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고로 필수농자재 지원제 도입을 놓고, 공동정책단은 “중장기적으로 농업의 친환경·생태농업 전환을 위해 관행농사의 외부투입재 지원은 단계적으로 줄이고, 저탄소농업 실천 및 농촌의 에너지 전환과 연계해 생산비 절감을 유도하자”는 내용도 담았다.

둘째, 양곡관리법 개정 및 주요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을 촉구하는 입장도 비슷하다. 공동정책단은 쌀·밀·콩 등 주요 양곡과 7대 밭작물(배추·고추·무·마늘·양파·대파·당근) 등 주요농산물의 가격안정을 위해 양곡 수급계획 수립(논 생산조정 법제화 등), 시장가격·기준가격 간 차액 손실보전 도입 등을 촉구 중이다.

셋째, 공동정책단의 제안 내용 중 GMO 규제, 친환경농업 확대, 소농의 가공권리 확보 등은 농민기본법안에도 담긴 내용이다. 소농 가공권리와 관련해, 공동정책단은 가공식품 원재료의 국산 이용 확대를 위한 ‘농민가공 활성화 지원법’ 제정 및 지역 소규모 농식품 가공제도 마련 등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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