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물류비 폐지, 실질적 대안 마련 시급하다

  • 입력 2024.01.07 18:00
  • 수정 2024.01.07 18:28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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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농정 방향은 어찌 보면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규모화로 경쟁력을 갖추면 얼마든지 수출 농가가 될 수 있다는 수출 지향 주의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전체의 80%가 재배규모 1.5ha 이하의 중소농으로 이뤄진 우리나라 농업이 주요 농축산물 수출강대국과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우리 농민들의 끈기와 노력으로 기술력은 나날이 증가했고 딸기, 포도, 토마토, 파프리카 등 일부 신선농산물은 수출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는 자국의 농업·농민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무역왜곡보조’라는 이름을 붙여 하나하나 없애는 데 합의했다. 그중 하나가 수출보조사업 폐지다. 2015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개최됐던 제10차 WTO 각료회의에서 6개의 합의문이 채택됐다. 이 중 주요 쟁점은 농업 수출보조 철폐였다. 당시 개도국에게는 수출보조 3년 유예, 수출물류보조 8년 유예가 부여됐다.

이로 인해 2024년, 올해부터 수출 농가에 지원해 줬던 수출물류비가 폐지된다. 2023년 기준 300억원 규모로 지원되던 수출물류비가 폐지됨에 따라 수출 농가에 크나큰 고비가 찾아온 것이다. 정부는 수출 확대를 목표로 스마트팜혁신밸리 등 대규모 생산단지를 구축했고, 청년농민을 중심으로 스마트 농업단지를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스마트팜에서 생산되는 물량을 수출로 소비하려 했다면 정부는 수출물류비 폐지에 더 철저히 준비했어야 했다. 그러나 현 상황을 보면 수출실적을 높이고자 하는 마음만큼 대비가 철저했다고 말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농림축산식품 수출은 10년 전인 2013년 57억2,500만달러에서 2022년 88억2,400만달러로 54.1% 증가했다. 그러나 수입량은 수출량의 5.5배로 무역수지 적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 397억4,7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증가하고 있는 무역수지 적자는 수출농업의 한계와 어려움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그간 집중 육성한 수출 농가에 대해 정부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수출물류비 폐지의 대안으로 정부는 간접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수출 융자지원 등 간접 지원은 한계가 명확하다. 수출물류비 폐지에 대한 추가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수출 농가는 비용 증대의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만약에 수출 농가가 내수로 돌아서게 된다면 관련 농축산물의 가격 폭락은 불 보듯 뻔하다. 막대한 물량이 국내 시장에 풀리게 된다면 전체농가가 연쇄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정부 차원의 수출물류비 절감 방도가 없으면 수출 목표 달성은 헛된 꿈으로 그칠 수 있다. 실질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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