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수출물류비 폐지의 파고, 어떻게 넘을 것인가

  • 입력 2024.01.07 18:00
  • 수정 2024.01.07 18:28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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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2일 경남 진주시 금곡면 두문리의 한 시설하우스에서 여성농민과 외국인노동자들이 동남아 지역으로 수출할 금실 품종의 딸기를 수확하고 있다. 이 하우스에서 생산된 딸기는 전량 수출을 원칙으로 11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진 국내 출하를 해선 안 된다. 한승호 기자
지난 2일 경남 진주시 금곡면 두문리의 한 시설하우스에서 여성농민과 외국인노동자들이 동남아 지역으로 수출할 금실 품종의 딸기를 수확하고 있다. 이 하우스에서 생산된 딸기는 전량 수출을 원칙으로 11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진 국내 출하를 해선 안 된다. 한승호 기자

 

2024년 1월 1일 농산물 수출물류비 지원이 전격 폐지됐다. 세계무역기구(WTO) 10차 각료회의의 결과다. 2015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10차 각료회의에서 WTO는 수출보조 철폐(선진국 즉시, 개발도상국 3년 유예-2018년 말까지)와 개발도상국 수출물류비 철폐 8년 유예(2023년 말까지) 등에 합의했고, 당시 개발도상국 지위에 있던 우리나라는 수출물류비 지원 8년 유예라는 결과를 받아들게 됐다.

지난 1998년부터 진행된 농산물 수출물류비 지원은 우리나라 농산물의 수출 경쟁력을 견인하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해왔다. 수출물류비 지원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한 국고 보조와 지방자치단체 보조로 구성되는데, 품목 등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그간 국비와 지방비 보조가 표준물류비의 10~15%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해외시장의 판매단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줌으로써 국내 수출 농산물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요하게 작용했다.

이에 수출물류비 지원 폐지는 현지 판매단가 인상과 이로 인한 수출 경쟁력 상실이라는 우려와 맞닿아 있을 수밖에 없다. 수출업계 일각에선 물류비 지원 폐지로 ‘문 닫는 곳이 생길 것’이라는 걱정과 탄식이 심심찮게 흘러나올 정도다.

아울러 농산물 수출은 대부분 국내 생산농가와 수출업체, 현지 수입업체와 판매업자 등을 거친다. 물류비 지원이 폐지되면 지원됐던 만큼의 물류비를 수출업체가 부담해야 하는데, 업체 입장에선 되도록 이윤을 많이 남기기 위해 현지 판매단가를 올리거나 국내 생산농가에 지급할 수취단가를 낮추는 방법을 택하게 된다. 현지 판매단가 인상은 경쟁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농가 수취단가 인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국내 농산물을 주로 수출하는 베트남과 홍콩, 호주 등의 국가에서는 일본과 미국·캐나다 등의 농산물도 함께 수입하기 때문에 일시에 물량이 몰려 현지 소비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국산 농산물을 덤핑 판매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수출용으로 수확·선별·포장한 농산물을 내수용으로 전환할 수 없고, 주로 수출하는 감귤, 딸기 등의 품목은 지속적으로 수확작업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아직 가시화되진 않았지만 물류비 폐지로 인한 생산농가 등의 우려가 상당한 실정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가격 경쟁력을 잃어버린 국산 농산물이 더이상 수출되지 못하면 물량이 내수시장에 풀릴 수밖에 없고 이 경우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을 간과할 수 없어서다. 단 며칠만의 홍수 출하로도 도매시장 경락가가 요동치는 농산물 유통 특성상 수출물량이 내수용으로 전환될 경우 시장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농식품 역대 최대 수출실적 달성’과 한류를 앞세운 ‘농식품 수출 확대’를 매년 거듭 홍보 중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수출물류비 지원 폐지 연착륙을 위해 최근 4~5년간 국고 보조 한도를 낮추며 국산 농산물이 자체적으로 수출경쟁력을 갖추도록 했고, 올해부터는 기존 물류비 지원 예산을 확대해 바우처 형식의 농식품 글로벌 성장 패키지 사업을 추진하겠단 구상이다. 하지만 수출업체 등에서는 당장의 현지 판매단가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간접비 형식의 지원은 사실상 의미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지자체에서는 자체 유권해석을 통해 대체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어 기존 대비 소극적이고 축소된 규모의 지원만을 논의 중인 상황이다.

<한국농정>은 수출물류비 폐지라는 거대한 위기를 맞닥뜨린 수출농산물 생산 농가 및 업계의 우려, 현장 상황을 전하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 모색해야 할 신선농산물 수출의 청사진을 모색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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