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물류비 지원 폐지’ 맞닥뜨린 농가·업계 목소리

현실화된 수출국 판매단가 인상·농가 수취단가 인하
부작용 최소화 위한 대책 마련 필요성에 공감대 형성

  • 입력 2024.01.07 18:00
  • 수정 2024.01.07 18:28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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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새해부터 적용된 농산물 수출물류비 지원 폐지의 여파로 수출농가의 농산물 수취단가 인하가 현실화 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경남 진주시 수곡면 수곡농협딸기공동선별장에서 수십 명의 직원들이 해외로 수출할 딸기를 선별·포장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새해부터 적용된 농산물 수출물류비 지원 폐지의 여파로 수출농가의 농산물 수취단가 인하가 현실화 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경남 진주시 수곡면 수곡농협딸기공동선별장에서 수십 명의 직원들이 해외로 수출할 딸기를 선별·포장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새해 벽두부터 적용된 수출물류비 지원 폐지는 당초 농가·업계 우려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부담 완화를 위해 수출국 현지 판매단가가 인상됐기 때문이다. 현지 판매단가를 유지하는 대신 수출업체가 농가에 지급하는 수취가격이 떨어질 거란 예측도 업계 관계자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먼저 최근 동남아시아 등에 딸기를 수출 중인 업체 대표 A씨는 “당장 1월 1일부터 현지 판매단가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면서 물류비 지원 폐지 시 예견된 상황이 실제 발생했음을 증언했다. 덧붙여 A씨는 “동남아시아 등 대부분의 수출국에는 국산뿐만 아니라 일본산 딸기도 함께 수출된다. 고급화 전략을 앞세우던 일본이 최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고 있는 까닭에 기존 홍콩 수출물량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국산 딸기도 그만큼 가격을 맞춰야 하는데 수출물류비 지원이 폐지되다 보니 불가피하게 그만큼 현지 판매단가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며 “다른 품목도 마찬가지겠지만 딸기 수출은 그간 업체에 제공되던 물류비 등의 지원을 이윤으로 잡지 않고 원가에 녹여 현지 판매단가를 낮추는 데 활용했다. 농가에서는 생산비 등을 따져 수취단가를 인상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업체 입장에서도 손해 보면서 수출을 할 수 없으니 현지 판매단가를 올릴 수밖에 없는 거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시장이 일본산 등 다른 수출국 농산물로 잠식될 수 있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딸기를 수출하는 또 다른 업체 관계자 B씨도 “품목과 물류 방식 등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항공으로 수출 중인 경남 딸기의 경우 지난해 표준물류비의 약 8%를 지원받았다. 수출물류비 지원이 완전히 폐기되기 전엔 정부에서 인센티브도 5%씩 더해줬기 때문에 전체 표준물류비의 13%를 지원받았던 거다”라며 “실제 물류비가 아닌 표준물류비를 기준으로 했어도 분명 원가 절감에 도움이 됐고 현지에서 가격 경쟁력을 챙기며 농가에 지급하는 수취가격도 일정 수준 유지할 수 있었다. 특히 딸기는 항공물류를 선박으로 전환하는 등의 방식으로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는 품목이 아니다 보니 물류비 지원 폐지 이후 기존 물량만큼 수출을 지속할 수 있을지 업계 대부분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물류비 폐지 이후 발생할 피해를 우려하는 건 수출업체뿐만이 아니다. 농가를 비롯해 수출물량 선별·포장을 담당하는 작목회·농협 등 생산자단체 측에서도 수취단가 하락에 대한 걱정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수출업체가 현지 가격 경쟁력을 이유로 판매단가를 인상하지 않을 경우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물류비 지원 폐지분을 농가 수취단가에서 조절하려 할 수 있어서다.

10여년 넘게 수출용 딸기를 재배 중인 농민 김복근씨는 “내수용보다 이른 숙기에 수확해 생산량 측면에선 수출딸기 재배하는 게 오히려 손해다. 출하 초기엔 물량이 적어 가격도 내수용 딸기가 월등히 높다. 다만 수출딸기는 내수 물량이 많아져 가격이 하락할 때에도 일정 수준 가격선을 유지하기 때문에 그나마 농가가 수출을 지속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씨는 “농가 입장에선 아직 체감되는 바가 크지 않은데 우려되는 점은 분명히 있다. 물류비 지원이 수출용 딸기를 재배하는데 적지 않은 매력요소이기도 했고 수출업체에서 현지 소비량 등의 상황에 따라 수취단가를 급격히 낮추더라도 이를 물류비로 일부 만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라며 “지자체에서 농자재 보조 등의 방법으로 농가를 우회 지원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아는데, 기존처럼 생산물량을 기준 삼아 농가마다 혜택이 똑같이 돌아갈지도 걱정이고 생산비 인상까지 겪어내야 하는 농가 입장에선 우려가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양의 딸기를 수출 중인 경남 진주시 수곡농협의 담당자는 “WTO 제소 우려 등으로 물류비 직접 지원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업체 측으로 흘러가는 원가 보조가 급격히 감소되다 보니 막연함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 물류비 지원만큼 직접적인 현금성 보조는 아니지만 농가 대책은 일부 나온 상태인데, 업체 쪽 대책이 전무하다 보니 업체 쪽에서 기존 물류비 지원분을 원가에 산입해 농가 수취단가를 낮출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파악된다”며 “농가를 대변하는 입장에서 수취단가가 낮아질까 우려가 된다. 지금은 수출딸기 재배농가의 내수 유통을 철저히 막고 있는데, 농가 입장에선 수출용 딸기를 재배한다는 사명감보다 생계 유지를 위한 소득이 우선돼다 보니 수취가격이 낮아지면 수출딸기 재배 농가의 이탈이 발생할 수 있고 이 경우 내수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생산농가와 수출업체 모두 물류비 지원 폐지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현재는 수출 품목이 딸기 등에 국한돼 있지만, 가까운 시일 내 만감류 등의 수출을 앞둔 제주도 등에서도 물류비 폐지로 인한 영향을 생산농가와 수출업체가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 필요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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