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서 울려 퍼진 ‘이경해’와 ‘DOWN! DOWN! WTO!’

'WTO 반대' 외친 이경해 열사 이름의 '농생태학 박람회' 개최
김정열 동남동아시아 ICC '기후위기와 식량주권·여성농민' 발표

  • 입력 2023.12.08 15:50
  • 수정 2023.12.10 18:43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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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ㅣ콜롬비아 보고타]

비아캄페시나 8차 총회가 지난 1일부터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개최 중인 가운데, 전체 회의 두 번째 날에는 아시아 지역이 회의 시작 전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4일 이준규 괴산군농민회사무국장이 이경해 열사를 기리는 연설을 하고 있다.
비아캄페시나 8차 총회가 지난 1일부터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개최 중인 가운데, 전체 회의 두 번째 날에는 아시아 지역이 회의 시작 전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4일 이준규 괴산군농민회사무국장이 이경해 열사를 기리는 연설을 하고 있다.

국제농민연대체 비아캄페시나가 콜롬비아 보고타서 8차 총회를 개최 중인 가운데, 전체 회의 두 번째 날에는 이경해 열사의 이름을 딴 농생태학 박람회가 열렸다. 농생태학 박람회의 이름을 ‘이경해’로 정한 만큼 이날 총회는 아시아 지역의 상징의식(미스티카)으로 시작됐으며, 비아캄페시나의 식량주권 운동과 식량주권이 직면한 국제위기 상황을 주제로 한 발표와 및 원탁회의가 차례로 이어졌다.

가장 먼저 아시아 지역의 미스티카는 세계무역기구(WTO), 자유무역협정(FTA), 국제은행(World Bank), 유전자조작(GMO) 종자회사, 무역업자 등과 신자유주의·제국주의·자본주의의 영향으로 희생된 소농들과 여전히 지속 중인 전 세계 소농들의 투쟁을 상징화했다. 이어 비아캄페시나와 식량주권 운동, 농생태학의 중요성 등을 대안으로 제시해 호응을 얻었다.

특히 이날 미스티카에서는 이준규 괴산군농민회 사무국장이 “2003년 멕시코 칸쿤에서 ‘WTO가 농민을 죽인다’, ‘WTO Kills Farmers’라는 외침과 함께 본인의 생명을 던지며 전 세계에 WTO의 만행을 알린 이경해 열사를 기억하자. 우리의 동지가 떠난 지 20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열사의 뜻을 이어 전 세계 동지들과 WTO 폭력에 맞서 싸워왔다. 비록 이경해 열사는 우리 곁에 없지만 그의 투쟁정신과 의지는 전 세계 모든 농민 곁에 함께할 것이다”라는 연설로 열사를 기려 의미를 더했다. 이후 앞선 투쟁으로 운명을 달리한 전 세계 소농을 기리는 묵념으로 미스티카는 끝을 맺었다.

이어 이날 총회에선 식량주권을 주제로 한 발표와 원탁회의가 이어졌는데, 원탁회의에는 니카라과·우간다·팔레스타인·튀니지를 비롯해 한국의 김정열 동남동아시아 국제조정위원(ICC)이 참여했으며 각국서 자본주의 생산모델에 대해 어떻게 저항하고, 식량주권을 어떻게 만들어 가고 있는지에 대해 논의했다.

먼저 파우스토 토레스(니카라과 ICC)는 “지난 30년 동안 비아캄페시나가 만들어 낸 가장 큰 성취는 바로 식량주권이다. 이에 사람들이 여러 위기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식량주권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자유무역 시스템과 신자유주의 시장에 대항할 수 있는 이론으로 식량주권이 강력히 떠오르게 됐다”며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옥수수와 감자 등이 선조 때부터 아주 중요한 상징물로 인식됐다. 식량주권이 역사적으로도 그만큼 중요하단 의미다”라고 전했다. 이어 “자본주의는 전 세계 식량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토지와 물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하고, 가족농 생산을 장려해 로컬 생산시스템을 보장해야 한다. 라틴아메리카에 현재 12개의 농생태학 학교가 존재하는데, 농생태학 학교가 지역 단위에서 하나의 플랫폼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농생태학을 통해 소비자들의 로컬 소비를 장려하고 식량의 분배를 보증하고 농민의 투쟁으로 지역을 연결하고 생산체계를 공고히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식량주권을 달성할 수 있으며, 우리 농민들은 누구도 하지 못할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아프리카 여성농업연합회에서 활동 중인 마가렛 마시또(우간다)는 “아프리카에선 식량주권이 무시 당하고 방치·방관되고 있다. 산업화에 의한 대규모 농업이 행해지고 있는 아프리카의 경우 대규모 농업으로 소농의 땅을 대농이 장악해 농사짓는 경향이 짙고 대규모 농업 투자로 인해 식량주권에 대한 개념 자체가 부족하다”며 “정책적으로 국가에서 법을 만들어 농민에게 권리를 부여하고 식량주권을 지킨다는 게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국제조정위원이 식량주권과 농생태학, 여성농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국제조정위원이 식량주권과 농생태학, 여성농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후 김정열 ICC는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상황과 이를 야기한 이산화탄소 발생의 책임이 소수의 초국적기업에 있다고 지적하며, 대안으로 식량주권과 농생태학을 제시했다. 김정열 ICC는 “전 세계적인 이산화탄소 발생량과 지구 평균기온을 살펴보면, 1960~1970년 사이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급격히 늘었고, 지구 온도 또한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 시기엔 아시아에서부터 멕시코까지 전 세계적으로 녹색혁명이 벌어졌고, 이 녹색혁명으로 인해 굉장히 다양한 산업적 농업시스템이 구축됐다”라며 “한국정부는 최근 기후위기의 대안으로 스마트팜을 내세우고 있는데, 농민을 쫓아내고 자본에 힘을 입어 지어진 이러한 스마트팜에선 엄청난 양의 물과 전기, 화학물이 사용되기 때문에 이는 기후위기의 대안으로 볼 수 없다. 기후위기의 대안은 식량주권이며, 소농의 농생태적 농업생산방식이며, 토종종자며, 땅을 돌보는 여성농민이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정열 ICC의 발표에는 기후위기로 인한 다양한 농작물 피해 사진이 포함돼 있어 총회 참석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아울러 전 세계 1%의 부유층이 전체 이산화탄소 방출량의 50%를 차지한다는 조사 보고서가 공유되자 많은 사람이 이를 직접 촬영하며 큰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진행 중인 비아캄페시나 8차 총회에 참석한 한국 대표단 모습. 왼쪽부터 윤금순 전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국제조정위원, 김지영 제주시여성농민회 대정지회 사무국장,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국제조정위원, 권오현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 이준규 괴산군농민회 사무국장.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진행 중인 비아캄페시나 8차 총회에 참석한 한국 대표단 모습. 왼쪽부터 윤금순 전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국제조정위원, 김지영 제주시여성농민회 대정지회 사무국장,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국제조정위원, 권오현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 이준규 괴산군농민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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