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81개국 소농, 지난 30년 되새기며 미래를 그리다

국제농민연대체 비아캄페시나, 6년 만에 콜롬비아 보고타서 8차 총회 개막
30주년 맞아 그간의 성과 나누며 향후 4년의 방향 그리기 위한 논의 시작
‘농민권리’·‘식량주권’ 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해방’ 등 다양한 현안에 집중

  • 입력 2023.12.05 07:34
  • 수정 2023.12.08 14:41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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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ㅣ콜롬비아 보고타]

국제농민연대체 비아캄페시나가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현지시각 12월 3일 8차 총회의 막을 열었다.
국제농민연대체 비아캄페시나가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현지시각 12월 3일 8차 총회의 막을 열었다.

국제농민연대체 비아캄페시나가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현지시각 12월 3일 8차 총회의 막을 열었다. 81개국 182개 농민단체로 구성된 비아캄페시나는 4년마다 총회를 진행하지만 이번 8차 총회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지난 2017년 스페인 빌바오에서 열린 7차 총회 이후 6년 만에 개최됐다. 전체 총회 개막에 앞서 1일에는 청년총회가, 2일에는 여성총회 및 가부장제 반대 남성 회의, 성 다양성 회의가 진행됐으며, 이번 8차 총회는 12월 1일부터 8일까지 8일간 진행될 계획이다. 한국에선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대표(ICC)와 윤금순 전 동남동아시아 ICC, 권오현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이준규 괴산군농민회 사무국장, 김지영 제주시여성농민회 대정지회 사무국장이 대표단 자격으로 참가했다.

이번 8차 총회는 1993년 창립한 비아캄페시나가 30주년을 맞아 그간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기후위기와 전쟁 등으로 위협받는 오늘날 전 세계 소농의 삶을 공유하며 향후 4년간 전 세계 비아캄페시나 소속 농민단체가 추진할 활동의 밑그림을 그리는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특히 이번 총회에선 지난 7차 총회 이후 2018년 12월 17일에 이뤄진 유엔(UN) 농민권리선언 채택의 의미를 다지는 한편 이를 실행하기 위한 각국의 투쟁 방향을 구체화하고, 농민권리 실현과 식량주권 달성을 위한 국제 연대 강화 필요성에 보다 많은 힘을 쏟을 전망이다.

지난 3일에 열린 개막식은 이번 8차 총회에 주요한 역할을 담당한 라틴아메리카농민단체협의체(CLOC)가 주도했다. 이날 CLOC은 연대, 투쟁, 단결 등을 강조하면서 소통농생태학농지개혁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상징의식을 펼쳤으며, 식민지주의 참석자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CLOC의 상징의식 이후로는 비아캄페시나의 새로운 구성원이 된 농민단체들이 소개됐다. 지난 7차 총회 이후 정회원 자격을 얻게 된 농민단체는 호주의 식량주권연대와 벨기에·아일랜드의 농민단체, 크로아티아 가족농연합 등이며, 이들 단체는 비아캄페시나 소속 농민단체 대표와 구성원의 열렬한 응원 아래 투쟁의 의지를 다졌다. 이밖에도 모리타니아 소농연합과 팔레스타인 농민연합 등이 비아캄페시나의 새로운 조직으로 추가됐는데, 이로써 비아캄페시나는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 △북아메리카 △카리브해 △남동부아프리카 △서부·중앙아프리카 △남아시아 △동남동아시아 △유럽 등 9개 지역 외에 △중동·북아프리카까지 포함한 10개 지역으로 그 구성이 확대됐다.

개회사에 나선 모건 오디 비아캄페시나 총장은 “비아의 첫 번째 여성지도자 이야기를 하고 싶다. 엘리자베스는 ‘비아캄페시나가 느리게 흘러갈 수 있다. 이건 당연한 일이다. 느리더라도 모두가 함께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라며 “이러한 정신을 가지고 계속 투쟁해야 한다. 희망을 세계화하고 투쟁을 세계화하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총회가 열린 콜롬비아 정부를 대신해 농림부 대표인 재니퍼 모히따가 환영인사를 전했다. 원주민·농민단체 소속의 재니퍼는 “콜롬비아에서 생산되는 작물의 70%가 소수의 여성 원주민이 재배하는 것이다. 가족 구성원 세 명 중 한 명이 과일 등 농산물과 수산물을 생산하지만 그 가족 중 한 명은 여전히 배고픔을 겪고 있다. 식량을 생산하면서도 지역사회가 가장 심한 굶주림에 직면한 것이다”라며 “비아캄페시나가 자연을 보호하고 물을 보호하고 생태농업을 보호하고 가족농을 보호하고 종자를 보호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접근권을 보장해 농민들이 땅을 소유할 수 있게 해 세상을 구하고 대안을 구축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변화에 대한 어려움, 반대 등에 직면해 있는 콜롬비아도 여러분의 연대와 동참을 통해 보다 통합적인 농업 시스템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총회에선 비아캄페시나의 지난 30년과 앞으로의 도전과제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헨리 사라기 비아캄페시나 전 사무총장은 영상을 통해 “농업에서 WTO가 제외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계속 WTO의 해체를 외치고 식량생산을 민영화하려는 움직임을 막아야 한다”며 “전 세계가 겪고 있는 기근은 식량주권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국제적인 식량주권 운동의 중심에 비아캄페시나가 있다. 초국적 기업에 의해 비아캄페시나 운동은 계속 비하당하고 저지당하고 있지만 비아캄페시나와 함께 농업개혁이 이뤄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억압 등 새로운 도전과제가 더해지고 있으나 연대를 통해 투쟁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네티 웹 전 ICC는 “비아캄페시나가 대표단을 꾸려 첫 총회를 1996년에 개최했다. 당시에도 식량은 충분하지 않았고 2023년 지금도 식량은 충분하지 않다”라며 “비아캄페시나는 처음부터 평등, 존중, 다양성에 대한 감사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우리는 아직도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더 많은 가치를 꿈꾸고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더 멀리 가야 하고 우리가 더 멀리 가기 위해선 단체들의 연대가 필수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비아캄페시나 8차 총회는 대륙별 대표자가 참석한 국제 정세 원탁회의로 막을 내렸다. 이후 비아캄페시나 8차 총회에선 ‘국제 위기에 직면해 인류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식량주권을 건설하자’는 슬로건 아래 비아캄페시나 식량주권 운동에 대한 패널 토론 및 원탁회의, 7차 총회 이후 활동에 대한 보고·발표, 주제별(△농생태학과 토지·농업개혁 △기후위기 △소농과 농촌 이주 노동자의 권리 △공공정책 △농촌에서의 폭력·차별에 반하는 투쟁) 논의를 통한 행동계획 설정, 최종 선언문 및 연대문 작성·발표 등을 전개할 예정이다.

국제농민연대체 비아캄페시나가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현지시각 12월 3일 8차 총회를 시작했다. 참가자들이 총회 시작을 알리는 상징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국제농민연대체 비아캄페시나가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현지시각 12월 3일 8차 총회를 시작했다. 참가자들이 총회 시작을 알리는 상징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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