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민이 세계를 변화시킨다”·“여성 없는 식량주권 운동은 가짜다”

비아캄페시나 8차 총회 개막 앞서 열린 청년·여성총회

  • 입력 2023.12.05 07:42
  • 수정 2023.12.05 11:36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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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ㅣ콜롬비아 보고타]

현지시각으로 지난 1일 비아캄페시나 5차 청년총회가 전체총회 시작에 앞서 개최됐다. 5차 청년총회에 참석한 참가자들의 모습.
현지시각으로 지난 1일 비아캄페시나 5차 청년총회가 전체총회 시작에 앞서 개최됐다. 5차 청년총회에 참석한 참가자들의 모습.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6년 만에 열린 비아캄페시나의 8차 총회는 개막 전부터 엄청난 열기로 들끓었다. 전체 총회는 지난 3일 개막했지만 그에 앞서 지난 1일에는 청년총회가, 지난 2일에는 여성총회와 가부장제 반대 남성총회, 성 다양성 총회가 이뤄졌다. 특히 가부장제 반대 남성총회와 성 다양성 총회는 비아캄페시나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이 총회들은 비아캄페시나가 다양성과 평등, 연대를 얼마나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시가 됐다.

먼저 지난 1일 열린 5차 청년총회는 ‘생물다양성’과 ‘젊은 농민이 세상을 바꾼다’는 슬로건 아래 진행됐다. 네팔의 프라메쉬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회운동 단체가 있지만 비아캄페시나처럼 많은 다양성을 지향하는 운동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오늘 이곳에선 농업에 종사하는 젊은 청년과 젊은 농민이 농촌 사회에서 겪는 힘든 점들, 토지를 소유하기 어려운 상황들에 대해 함께 얘기해보려 한다”며 “특히 이번 5차 총회에선 청년 리더십 강화를 위해 청년대표를 지역별로 뽑을 예정이다. 또 이를 통해 어떠한 어젠다를 설계할지 총체적으로 다룰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짐바브웨의 청년 ICC인 쳉게또 역시 “청년들은 지난 2021년 유엔 식량정상회담에 대한 보이콧을 함께 진행하며 농민권리 특히 청년권리와 식량주권을 옹호하는 활동들을 해왔다. 평등한 존재로 청년농민들의 의견 또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많은 활동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한 자리에 모인 청년농민들은 △농업 세대교체의 위기 △기후변화와 농생태학 △농업의 새로운 디지털 기술에 대한 비판적 분석 △청년 관점에서의 UNDROP(유엔농민권리선언) 구현 등의 주제에 대해 지역 간, 대륙별 토론을 거친 다음 행동계획 초안과 선언문 초고를 확정지었다. 아울러 비아캄페시나 청년총회는 이번 8차 총회에서 진행한 5차 청년총회를 통해 대륙별로 남성·여성 청년 ICC를 선정할 방침이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2일 비아캄페시나 6차 여성총회가 치러졌다. 대륙별 정세 발표에서 김정열 동남동아시아 ICC가 한국 여성농민의 상황과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2일 비아캄페시나 6차 여성총회가 치러졌다. 대륙별 정세 발표에서 김정열 동남동아시아 ICC가 한국 여성농민의 상황과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어 지난 2일 열린 6차 여성총회에서는 비아캄페시나의 30년을 되돌아보고 그 안에서 진행된 여성농민 투쟁의 역사와 성과를 함께 나눴다. 가장 먼저 비아의 탄생과 성장에 대해 네띠 웹 전 ICC는 “지난 1996년 멕시코에서 첫 총회가 열렸을 때 7명의 ICC를 뽑았던 기억이 난다. 위원 모두가 남자였고, 그 속에서 누구를 대표하기 위해 리더로 나섰는지 서로 고민하고 논의해 당시 제가 여성 ICC로 뽑히게 됐다”며 “그때부터 여성의 목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들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이야기하는 게 의무였고, 전 세계에 뜻을 같이 하는 여성들이 있어 우리 앞에 놓인 과제들을 풀 수 있었다. 2000년 처음으로 여성총회가 동등하게 열리게 됐다. 우리 여성농민은 늘 부수적 존재로 고생하고 폭력에 노출된 존재로 살아왔지만 연대를 통해 함께 할 때 우리 여성농민의 존재는 비아캄페시나의 일부가 되고 어떠한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 이 점을 잊지 말자”고 독려했다.

이후 비아캄페시나 여성 운동의 큰 획을 그은 판차 전 ICC를 비롯해 스리랑카의 청년·여성 ICC 아누카가 여성인권을 위한 비아캄페시나의 활동에 대해 발표했다.

아울러 대륙별 정세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고, 이 자리에서 김정열 동남동아시아 ICC는 “여성농민은 농업 생산과 농촌 공동체 유지·발전의 주역이다. 그럼에도 사회적으로 과소평가 받았으며 여전히 사회적 지위가 낮은 실정이다. 한국의 경우 여성농민이 농업 노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2%지만 여전히 보조자 취급을 받으며 가사노동의 전담자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나 아시아 여성농민은 토지 접근 및 소유권, 신용 접근권, 정보 접근권과 참여권 등에서 명백히 차별당하고 있으며 신체적·정신적·문화적 폭력 또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면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시아 여성들은 주체적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고, 집단적 조직·투쟁·저항으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다. 토종씨앗 보존 운동과 농생태학·식량주권 운동의 중심에 여성이 있고, 여성 없는 농생태학·식량주권 운동은 가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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