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농민들, ‘2024 농업경쟁력 강화사업’ 철회 촉구

생산비 지원‧농산물 가격 안정 없이도 ‘농업경쟁력 강화’ 가능?

전농 부경연맹‧전여농 경남연합, 경남도에 ‘농업예산 확대’ 요구

  • 입력 2023.11.27 15:23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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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경남 농민들이 내년 경상남도(지사 박완수) 농업예산 편성 및 관련 사업 수립 과정과 그 결과물인 ‘2024 농업경쟁력 강화사업안’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 8월부터 농민들은 도 농정당국과 2024년 농업예산 등을 논의해 왔는데, 이 과정에서 생산비 폭등 대책과 농산물 가격안정 등 농업소득 보장을 위한 예산은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고, 내년도 전체 농업예산 규모마저 미미해서다. 특히 대표적인 직접 지원 정책인 농민수당을 놓고 농정당국이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데 대해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의장 조병옥, 전농 부경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남연합(회장 최윤화)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경남 5개 농민단체가 지난 6월 주최한 토론회(‘농정예산 이대로 좋은가’)에 이어 지난 8월 농업인단체협의회의 요청으로 농정당국은 농업예산 증액과 사업 등을 지속 논의(5차례 토론회 개최)해 왔다. 논의 초기 ‘전국 최하위인 농민수당’을 증액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지난 9월 열린 두 차례 토론회에서 농정국장이 ‘농민수당 증액 대신 기금 조성’을 제안하고, 경제부지사가 ‘현금성 지원 예산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파열음이 시작됐다. 그 뒤 이어진 논의에서 ‘농업경쟁력 강화사업 전환‧투입’이 결정됐다.

논의에 참여해 온 전농 부경연맹은 △꿰맞춘 예산으로 농민단체들의 의견을 형식적으로 반영하려 한 점 △농업예산 확대 의지와 노력 부족 △농업경쟁력 강화 사업 추진안에 전혀 동의하지 않았으나 동의한 것으로 왜곡했다며 논의 과정에 불참을 선언하고 도 농정국에 질의를 이어갔다.

전농 부경연맹은 ‘△농민수당은 수십 년 이어진 간접보조의 폐해를 해결하고 농민에게 직접 지원하는 매우 효과적인 지급 정책이자 세계적 추세인데 문제가 있는 정책처럼 치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전국 최하위 수준인 농업예산 비중을 확대해 새로운 사업을 도모하지 않고 기존 농업예산을 구조조정하는 방식을 우려한다’라며, 농민수당을 ‘현금성 지원’이라고 표현한 배경 및 농업경쟁력 강화의 명확한 의미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농업경쟁력 강화 예산‧사업으로 경남 농업예산의 비중과 농업소득 및 농가소득이 실제로 얼마나 증대하는지 물었다.

27일 경남도청 앞에서 열린 '2024년 경남 농업예산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조병옥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제공  
27일 경남도청 앞에서 열린 '2024년 경남 농업예산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조병옥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제공  

이에 대해 경남도는 지난 17일 전농 부경연맹에 “농업경쟁력 강화사업(안)은 15개 농업인 단체가 참여하고 13개 농업인 단체의 협의를 거쳐 추진된 사안”이며 ‘4개 분야 729억원(도비 110억원, 시군비 256억원, 기타 363억원) 규모’라고 답했다. 4개 분야는 농기계 공급확대(330억원), 지역 특화품목 육성단지 조성(133억원), 청년창업농 맞춤형 지원(133억원), 농산물 생산비 보장(133억원)이다. 한편 이 사업은 ‘기존 농업예산의 구조조정이 아니라 새롭게 예산을 확보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농업예산 확대에 대해서는 ‘농정국 당초예산(안) 기준으로 전년 대비 6.98% 증가한 7,627억원(2023년 7,129억원)’이며 “농업경쟁력 강화사업은 농가 경영비를 줄이고 수입은 높일 수 있는 사업으로 구성돼 농업소득을 향상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답했다. 한편 농민수당은 1인 농가 30만원에서 40만원, 부부농가는 60만원에서 80만원으로 오를 예정이다. 

전농 부경연맹과 전여농 경남연합은 27일 경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문서답하듯 성의 없는 답변”이라며 이를 비판했다.

먼저 이들은 “2024년 농업예산은 정부의 공익직불금 인상, 농업경쟁력 강화 명분으로 확보한 예산 등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경남 농민의 기대에 부응하기엔 역부족이다”라며 “무엇보다 경남 농정예산 편성 과정과 결과를 보면서 농민을 대하는 농정당국의 태도와 농정방향에 대한 관점을 강하게 규탄하고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두 단체는 “농정국장의 말 한마디로 정책 방향과 계획이 바뀌고, 경제부지사 등 농정당국 관계자들이 낙인찍듯 ‘현금성 지원’이란 표현을 써가며 농민수당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덧칠한 것을 보면서 농정당국이 과연 얼마나 농업을 중시하고 농민을 존중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처음 농정국이 제시한 농업경쟁력 강화사업(안)은 사업비 절반이 농민 자부담이고 나머지도 시군비 35%, 도비 15%로 매칭하는 것이었다. 1,000억원짜리 프로젝트라며 포장했지만, 실제론 도비 150억원을 투입하는 사업”이라며 “이마저도 예산을 다 확보하지 못한 사업이 있는데도 수백억원짜리로 부풀리면 착시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경남농업에 활력을 불어넣기엔 너무나도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남연합이 27일 경남도청 앞에서 '2024년 경남 농업예산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제공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남연합이 27일 경남도청 앞에서 '2024년 경남 농업예산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제공  

두 단체는 지난 8월 경남도가 발표한 ‘경상남도 농업발전 종합계획’에 대해서도 “농민과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2026년까지 농가소득을 5,700만원(전국 4위권)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계획으로 총사업비 3조1,127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농민들은 “지난 2015년 ‘혁신, 경남농정 2050 프로젝트’ 발표 당시 경남농업 미래 50년을 위해 5조3,313억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농가소득을 5,600만원으로 끌어올려 전국 1위를 달성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무용지물로 끝나지 않았나”라며 “이를 제대로 평가, 반성하지 않고 탁상행정으로 재연한 계획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나”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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