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절멸’ 수단, 농업기반 말살

비아캄페시나 “팔레스타인 민중의 식량주권 위해 연대하자”

  • 입력 2023.11.05 18:00
  • 수정 2023.11.05 18:14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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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이스라엘 지상군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침공이 가시화되던 지난달 28일, 서울 무교동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10.28 이스라엘 규탄 집회’ 중 이집트에서 온 제나(12)양이 발언하고 있다. 제나양은 이스라엘의 침공으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는 상황을 규탄하며 전쟁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이스라엘 지상군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침공이 가시화되던 지난달 28일, 서울 무교동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10.28 이스라엘 규탄 집회’ 중 이집트에서 온 제나(12)양이 발언하고 있다. 제나양은 이스라엘의 침공으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는 상황을 규탄하며 전쟁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타스꿋 타스꿋 이스라일!(이스라엘에 패배를!)”

이스라엘 지상군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침공이 가시화되던 지난달 28일, 서울 무교동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10.28 이스라엘 규탄 집회·행진’에 참가한 한국 시민들과 재한 아랍인들이 함께 외친 아랍어 구호다. 이날 참가자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이스라엘의 침략행위 즉각 중단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실현을 한목소리로 촉구하며 서울 도심을 행진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이스라엘의 폭격에 살해된 가자지구 주민은 8,005명이며 이 중 아동 사망자는 3,342명이다. 이대로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민중을 절멸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전 세계의 규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절멸’ 시도는 과거부터 계속됐다. 그 과정에서 이스라엘이 건드린 것은 팔레스타인 민중의 생명줄인 농업 및 식량주권이었다. 농업·먹거리 분야에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어떻게 ‘절멸’시키려 했을까.

수단과 방법 안 가리고 자행된 이스라엘의 '농업기반 파괴행위'

첫째로 올리브나무 절멸 시도를 꼽을 수 있다. 올리브나무는 팔레스타인 농가 다수의 생계수단으로, 팔레스타인 경작지의 약 57%를 차지한다. 팔레스타인 동부 요르단강 서안지구(서안지구)의 이스라엘군과 이스라엘 불법 정착민들은 1967~2015년 동안 약 100만 그루의 올리브나무를 불태우거나 뽑아버렸다.

국제 농민운동조직 비아캄페시나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가자지구와 남부 레바논에서 올리브나무 등 각종 과수나무 약 300만 그루가 이스라엘군에 의해 파괴됐다. 2021년 한 해에만도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서안지구에서 1,600그루의 올리브나무를 파손했다.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이런 행태는 팔레스타인 농민이 농사를 지을 수 없게 괴롭혀 쫓아내려는 의도 아래 이뤄진다.

둘째,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 수자원 침탈·오염 문제도 심각하다. 팔레스타인의 척박한 이미지와 달리, 팔레스타인 수도 라말라의 연 강우량은 비 많이 오는 도시로 유명한 영국 런던보다도 많다. 팔레스타인의 수자원은 의외로 부족하진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수자원은 거의 대부분 이스라엘군의 통제 아래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가져다 쓸 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공기업·사기업이 힘을 합쳐 팔레스타인의 수자원 기반시설을 파괴하는 형국이다.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 농민들은 만성적인 농업용수 부족에 시달릴 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봉쇄·파괴 행위에 따른 전기 공급량 부족으로 펌프를 돌리기도 어려워 유기(遺棄)되는 농지가 많다.

2017년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요르단계곡의 수자원을 뽑아내면서 인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그들의 전통적인 수원지에 접근하는 걸 막아왔고, 그 과정에서 일부 팔레스타인 농민은 농작물 재배 자체를 포기해야 했다.

셋째, 이스라엘의 고의적 농지 파괴 및 농지 접근 방해 행위도 간과할 수 없다. 팔레스타인 농업부에 따르면, 2014~2018년 사이 이스라엘군의 제초제 살포로 가자지구 내 1만3,000두눔(팔레스타인의 면적 단위. 환산하면 약 13㎢로, 서울시 금천구 면적과 비슷) 면적의 농지가 손상됐다. 이스라엘군은 드론으로 팔레스타인 농민들이 파슬리·완두콩·밀·보리 등을 재배하는 밭에 제초제를 살포해 작물도 수확 못 하게 만들었다. 가자지구의 경우 농경지 면적의 35%, 어장 면적의 85%는 이스라엘의 군사적 조치로 인해 농민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넷째, 팔레스타인 농민에겐 온갖 규제를 가하면서, 이스라엘 정착민에겐 각종 혜택(정착민 이주를 위한 주거 혜택, 농업보조금 지원, 세금 감면 등)을 베푸는 이스라엘 당국의 정책에 따른 팔레스타인 농업기반 붕괴도 심각하다. 팔레스타인 농민들은 이스라엘이 세운 분리 장벽 및 검문소 등으로 인해 상품과 원자재의 운송조차 어렵고, 작물을 생산한다 해도 온갖 보조금 혜택을 받는 이스라엘 농가와의 경쟁에서 밀린다.

“전쟁 즉각 중단! 인도적 지원부터”

‘농업기반·식량주권 말살’ 행위까지 포함해 최근 이뤄지는 이스라엘의 침략행위를 세계 농민들은 더는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비아캄페시나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팔레스타인 국민과 식량주권을 위한 연대성명’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인종청소’ 계획 및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의 이집트 강제이주’ 계획을 비난하면서, ‘전쟁 즉각 중단’ 및 ‘가자지구에 대한 조건 없는 인도적 지원’을 촉구했다.

비아캄페시나는 성명에서 “이스라엘 점령군은 매일같이 (팔레스타인의) 도시와 난민 수용소에 대한 급습·폭격·포위 공격을 벌이고 있다. 700개가 넘는 이스라엘군 검문소가 서안지구를 나누고 있으며, 이는 팔레스타인 식량의 80%를 생산하는 알 아그와르 지역을 완전히 분리시킨다”고 한 뒤, 올리브 생산에 의존하는 팔레스타인 주민 약 10만명이 이스라엘 정부가 나눠준 수천 개의 돌격소총을 보유한 정착민들로 인해 한창 올리브를 수확할 시기임에도 가자지구·서안지구 내 올리브 경작지에 접근도 못 하는 상황을 지적했다.

가자지구 상황과 관련해, 비아캄페시나는 “이스라엘의 점령으로 가자지구 경작지의 거의 절반이 군사적 접근금지구역으로 지정됐”음을 언급하면서, 17년간 진행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로 인한 수자원 이용권 침해(가자지구 주민의 요르단강 접근 차단, 우물 건설 금지, 빗물 수집시설 파괴 등) 및 농업기반시설 표적 폭격 행위를 비판했다.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식량 지원이 방해받지 않고 안전하게 이뤄지도록 국제연합(유엔)이 책임을 져야 하며, 식량을 정치적·경제적 압력 수단으로 사용하거나 식량안보, 영양을 위협하는 일방적 조치를 삼가야 한다는 게 비아캄페시나의 입장이다. 전쟁 종료와 관련해, 비아캄페시나는 전 세계에 “팔레스타인 국민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을 촉구한 뒤, 세계 모든 정부와 유엔이 영향력을 행사해 전쟁 확대를 중단하고 즉각적인 휴전과 분쟁 완화를 위해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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