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의 식량위기와 식량의 무기화

  • 입력 2023.12.03 18:00
  • 수정 2023.12.03 18:03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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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에서 벌어진 민간인 대상 무차별 폭격으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2023년 10월 이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보복 공습으로 이미 1만5,000명이 넘는 사람이 숨졌고, 사망자 증가 속도가 유례가 없을 만큼 높다. 사망자의 절대다수가 여성과 어린아이라는 점에서도 이번 전쟁은 잔인함 그 자체이다.

가자지구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학살됐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식량과 식수 부족으로 크나큰 고통을 겪고 있다.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생명, 인권 등 인간으로서 반드시 지켜져야 할 가치는 헌신짝처럼 무시되고 있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무력충돌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삶을 짓밟았다. 어린아이들은 고아가 되고, 전쟁은 아이들의 꿈을 빼앗고 이제는 살아남는 것이 가장 최우선 꿈이 돼 버렸다. 더 심각한 상황은 식량, 물, 전기조차도 사용하기 어려워져 수많은 사람이 질병과 굶주림에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철저히 식량을 무기화하고 있다. 가자지구를 봉쇄한 이스라엘은 식량, 물, 에너지를 모두 통제하면서 생필품, 구호물자조차 공급받지 못하게 만들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식량은 무기화됐다. 곡물보관 시설을 우선 파괴했고, 식량을 운반하는 화물선도 이동하지 못하게 봉쇄했다. 주요 곡물 수출국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세계 밀‧옥수수 가격을 폭등시켰고 식량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란 사실을 남겼다.

하지만, 식량의 무기화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기후위기 시대, 전 세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도 바로 식량위기 시대의 도래이다. 우리나라처럼 식량자급률이 18%대인, 대다수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는 더 큰 위협적인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자국 스스로 수급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오게 된다면 그 무엇보다도 비싸게 값을 치러야 하는 것이 바로 식량이 될 것이다. 자급자족이 불가능한 우리에게 식량의 무기화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다면 대비해야 한다. 안정적 식량생산을 유지할 수 있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가장 필수적인 조건은 농민과 농지이다. 식량을 생산해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원천은 바로 농민인 것이다. 농민은 농업생산 능력을 회복하여 국가 식량안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각종 정책의 중심에는 농민보다 기술과 기업이 더 우선돼 있다.

그리고 식량생산 기반인 농지가 보전돼야 한다. 각종 개발사업 명분으로 농지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농지를 소유하고 손쉽게 이용하기 위해 이제는 농민의 정의마저도 기업에 맞게 손보려 하고 있다. 해외 식량기지는 자국의 핵심문제를 다른 나라에 의탁하는 행위로 결코 대안이 되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자국에서의 안정적인 식량생산이 보장되는 농업환경이 최우선 정책이어야 한다. 식량위기가 당장 우리 눈앞에 닥친 위기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문제가 없다고 해서 괜찮은 것도 아니다. 식량자급률의 하락, 농민의 감소, 농지의 감소는 미래 우리사회의 더 큰 위기를 예견하고 있는 징조다.

지붕 없는 감옥, 가지지구에서는 식량과 물이 또 다른 무기가 됐다. 반인도적 상황에 놓여있는 가자지구의 식량, 식수 문제 해결을 위해 당장 봉쇄를 해제해야 한다. 식량문제를 해결해야 그 사회가 회복해 나가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언제 어디에서나 식량에 대한 권리는 실현돼야 한다는 그 가치를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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