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령정책 결과물' 이스라엘 과일 거부한다”

'보이콧·투자철회·제재' 통한 팔레스타인 연대운동 전개
다수 국내 가공음료서 이스라엘 자몽·복숭아 농축액 활용

  • 입력 2024.03.22 16:05
  • 수정 2024.03.22 16:37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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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이스라엘산 과일과 그 농축액으로 만든 제품을 보이콧(거부운동)하자는 내용이 담긴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웹자보.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제공
이스라엘산 과일과 그 농축액으로 만든 제품을 보이콧(거부운동)하자는 내용이 담긴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웹자보.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제공

반세기 이상 이어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정책과 지난해 10월 이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자행하는 집단학살에 맞서, 이스라엘산 과일과 그 농축액으로 만든 제품을 보이콧(거부운동)하자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 국내 평화운동단체인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딸기·복숭아·자몽 등 이스라엘산 과일과 그 농축액으로 만든 국내 가공 음료를 대상으로 한 불매운동을 촉구했다. 해당 운동은 이스라엘에 맞선 세계 시민사회의 ‘보이콧·투자철회·제재(BDS) 운동’의 일환으로 전개된다. 지난 2005년, 팔레스타인 시민사회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점령과 식민화 정책을 중단할 때까지, `BDS 운동' 즉 세계시민 차원의 경제제재 및 경제·문화적 거부운동을 벌이자고 촉구한 바 있다.

보이콧 대상 먹거리엔 이스라엘산 과일 농축액을 활용한 국내 가공음료들도 포함된다. 보이콧 대상 품목은 △뽀로로 딸기맛 어린이음료(팔도) △오뚜기 황도·백도(오뚜기) △덴마크 테이크 얼라이브(동원) △티즐 제로 피치우롱티(웅진) △2%(롯데칠성) △쿨피스 복숭아(동원) △실론티 레몬(롯데칠성) △복숭아 봉봉(해태) 등이다.

2022년 12월 1일 한국-이스라엘 자유무역협정(한-이스라엘 FTA) 체결 이래 국내엔 이스라엘산 농축산물이 대거 수입돼 왔다. 특히 자몽 및 과일·채소류 가공품 수입량이 한-이스라엘 FTA를 거치며 급격히 늘어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입식품정보마루에 따르면, 이스라엘산 과일·채소류 가공품 수입량은 2021년 5236톤(수입액 한화 기준 약 151억원)에서 2022년 한-이스라엘 FTA을 거쳐 지난해 6125톤(수입액 약 196억원)으로 늘어났고, 자몽 수입량은 2021년 1656톤(수입액 약 32억원)에서 지난해 5033톤(수입액 약 97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이스라엘산 복숭아·자몽 등이 “(1948년) 이스라엘 건국과 함께 팔레스타인 원주민들을 강제로 몰아낸 땅 위에서, 군사점령 하에 수탈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자원으로 자라”난 농산물임을 강조하며 “더 심각한 것은 국제법을 무시하고 만들어진 (팔레스타인 내) 불법 유대인 정착촌에서 키운 농작물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것”을 지적했다.

즉,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농민들을 쫓아내고, 그들의 올리브 재배농지를 없앤 뒤 건설한 정착촌에서 ‘이스라엘산’ 농산물이 생산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정착촌에 대규모 농장을 건설해, 팔레스타인 농민들이 사용할 물까지 빼앗아가며 농작물을 키우고 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에 따르면 서안지구 내 요르단계곡 일대 인구 중 약 20%가 이스라엘 정착민이지만, 이들은 전체 수자원의 80%를 사용한다. 이들은 이 지하수를 마음껏 사용하면서 정작 나머지 80%인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군인까지 상주시키는 형국이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이스라엘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이스라엘 경제에 환원되는 이익은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잔혹한 군사점령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라는 반인도적 범죄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구조적 억압 등을 지속시키는 연료가 된다”며 “이스라엘의 군사점령에 일조하며 이익을 얻는 기업·기관이 이들(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끊어내도록 해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준수하고 더는 학살과 인권유린이라는 만행을 지속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게 BDS 운동의 목적”이라고 보이콧 취지를 밝혔다.

한편 2015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서안지구와 골란고원(이스라엘과 시리아 접경지역에 위치한, 국제법상 양국의 영유권이 인정되지 않는 고원지대)의 유대인 정착촌에서 생산돼 EU 국가에 수입되는 물품의 원산지 표시를 '이스라엘산'이 아닌 '이스라엘 정착촌산'이라고 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2022년 한-이스라엘 FTA 체결 시에도 팔레스타인 지역을 FTA 적용 지역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합의했으나, 정작 한-이스라엘 FTA 협상문 제3장 '원산지 규정'에선 '이스라엘 정착촌산' 관련 내용은 찾을 수 없다. 팔레스타인 내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FTA 규정과 달리 버젓이 '이스라엘산'으로 표기될 가능성이 남아있으며, 생산-유통-가공 과정 중 어느 단계의 어느 공정이 정착촌에서 이뤄지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

당장 한-이스라엘 FTA를 무효화할 수 없다면, 최소한 FTA 내용상 ''이스라엘 정착촌'은 이스라엘이 아니다'라는 점만이라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게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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