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유통의 미래, ‘온라인 전환’ 둘러싼 의견 차

농경연, ‘농산물 유통의 미래와 과제’ 심포지엄 개최
학계·현장 전문가, 온라인 도매시장 추진 방향성 등 논의

  • 입력 2023.09.14 19:00
  • 수정 2023.09.14 19:01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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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2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주최로 ‘농산물 유통의 미래와 과제’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지난 12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주최로 ‘농산물 유통의 미래와 과제’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지난 12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한두봉, 농경연) 주최로 ‘농산물 유통의 미래와 과제’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도매시장법인 관계자 등 유통종사자와 학계 등 전문가가 모인 가운데 농경연이 과제로 연구 중인 농산물 미래 유통 전망과 윤석열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온라인 도매시장’ 등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는데, 관계자들의 의견이 다분히 갈려 이목을 끈다.

이날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은 ‘농산물 소매유통의 전망과 구매전략 변화’에 대해 가장 먼저 발표했다. 김 원장은 “온라인 시장 확대로 오프라인 업체의 온라인 유통 강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지난 2022년 온라인 농축수산물 거래액은 8조7,000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8~9%에 달한다”면서 “2022년 온라인 쇼핑몰 매출에서 농축수산물의 비중은 3.9%며, 농축수산물 온라인 판매는 입점판매와 직접매입판매로 구분되는데 최근에는 농축산물 온라인 유통을 전문으로 한 소규모 업체들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원장은 “새로운 유통환경에서는 소비자 기호가 다양화되기 때문에 생산자단체와 유통업체 등은 소비패턴과 유통구조 변화를 면밀히 분석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유통변화에 대해 영세한 고령농민이 개별적으로 대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산지농협과 농업법인 등 생산자조직의 효율적 대응이 우선해야 할 것 같다. 농협과 농업법인의 온라인 판매 역량 강화가 필요하며, 소농들도 온라인 판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농협이나 공공주도의 플랫폼 활성화가 필요할 것이다”라며 민간 플랫폼의 시장지배력에 대한 대응 필요성과 국가 주도 농산물 등급판정시스템 확립 등을 강조했다.

이어 이천일 농협경제지주 경제기획본부장은 ‘농산물유통구조 변화와 농협의 대응’이란 주제로 농협경제지주가 추진 중인 농산물 유통 관련 사업 현황 및 방향성에 대해 발표했으며, 김성우 농경연 박사는 ‘농산물유통의 미래 트렌드, 온·오프라인 경로 간 경쟁’을 주제로 최근 연구 중인 과제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김성우 박사는 “농산물 유통의 미래 전망에 대한 3년차 일반연구 결과, 가공식품 수요 증가 등의 여파로 전체 농산물의 도매시장 거래 비중이 2021년 기준 54%로 약화됐는데 이는 2003년 대비 24% 감소한 수치다. 아울러 생산자단체와 산지유통인 모두 소비지 직출하 비중이 증가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이후 유통 산업 전반의 트렌드가 4차산업혁명 기술에 기반한 기술 고도화에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김 박사는 “향후 농산물 유통시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거래의 협력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이며, ICT 기반의 온라인 거래시스템 확산과 물류 효율화 및 첨단화가 두드러질 전망이다”라고 정리했다.

이후 지정토론에선 김병률 농경연 박사가 좌장을 맡았다. 이날 토론에는 강용 한국농식품법인협회 회장과 남현종 농림축산식품부 사무관, 김형목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유통이사를 비롯해 오세복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 전무와 위태석 농촌진흥청 수출농업지원과 과장, 양석준 상명대학교 교수, 정혁훈 매일경제 기자와 홍연아 농경연 박사 등 8명이 참여했다.

먼저 위태석 과장은 “앞선 발표와 다르게 농산물 유통구조가 그렇게 많이 변한 것 같지 않다. 도매시장 유통 비중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유통 경로조사 결과를 보면 2020년 기준 도매시장 점유율이 58.3%, 산지공판장 점유율이 8.2%다. 도매시장과 산지공판장의 농산물 유통 점유율이 66.5%에 달한다는 얘기인데 이는 과거 품목별 유통 실태조사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는 결과다”라고 전했다. 덧붙여 위 과장은 “최근 유통환경이 변화하고 있긴 하지만, 유통경로가 축소되는 경향이라기보다는 공급의 안전성을 중시하는 젊은 구매층의 비중이 커가면서 기존 경로 안 각각의 유통 주체가 수행하던 기능이 달라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에 각각의 기능을 앞으로 어떻게 수행할지가 현실적인 논의 방향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혁훈 기자는 “유통업체와의 거래에서 농민, 특히 소농에게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방향이 농산물 유통을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공공과 농협이 산지 조직화 등의 역할을 잘 해냄으로써 거대 유통업체와의 거래에서 농민이 우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뉴질랜드 제스프리 사례처럼 어떤 업체와 겨뤄도 뒤지지 않는 산지 조직화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고민을 더 해보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용 회장은 “유통시장 변화를 얘기할 때 대형마트를 예로 많이 드는데, 면적으로 의무휴업일을 규제하다 보니 대형유통업체보다 작은 규모의 식자재 마트 매출이 상당히 많이 증가했으며 그 매출을 다 합치면 대형유통업체의 침몰을 얘기할 순 없을 것 같다. 시장 상생 목적으로 추진한 의무휴업일의 효과는 미미하며, 대형유통업체의 횡포라는 것도 과거의 이야기다”라며 “오히려 대형유통업체는 15일 만에 결제를 해주고 온라인 플랫폼은 50일 만에 결제해 주는 등 초기와 다르게 횡포가 심해진 상황이다. 하지만 이를 견제할 세력이 없기 때문에 견제 세력 육성을 위해 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온라인 시장은 민간이 개척하게 맡기고 정부에선 산지 조직화와 시장 활성화에 집중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이후 양석준 교수는 소비자의 온라인 구매 선호와 현실 여건의 격차에 대해 말했고, 홍연아 박사는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농산물 유통의 방향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김형목 이사는 농산물의 온라인 유통을 위한 전문인력 육성, 산지 시설지원, 거점 물류 확보 필요성을 간추려 말했다. 공영도매시장의 중요성과 가치에 집중한 오세복 전무는 1976년 제정 후 10여 차례 이상 개정된「농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의 규제 완화 및 개선 필요성을 설파했다.

마지막으로 남현중 사무관은 “올해 1월 11일 발표한 농산물 유통구조 선진화 방안은 직전 대책 이후 10년 만에 마련됐다. 크게 농가소득 증진과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농산물 공급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춰 농산물 유통구조 효율화 방안을 담아낸 것이다”라며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 아직 부족한 농산물 유통 부분의 디지털 활용 수준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산지 스마트 APC와 도매시장 전자송품장 도입, 소매단계 유통정보 제공 및 플랫폼 조성, 유통 법률 체계 정비까지 계획하게 됐다. 앞서 마련한 대책이 정답이라 생각하지 않고, 여러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현실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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