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가 배수시설, 저수지 등 농업생산기반시설에 대한 내년도 예산을 증액 편성했다. 올해보다 1,303억원이 올라 1조8,152억원이다(약 7.7% 상승). 올해 극심한 농경지 침수 피해가 이번 예산 증액의 중요 배경이 된 만큼 얼마나 실효성 있는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농식품부는 지난 7일 “극한 자연재난에도 안전한 농업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상습 침수 농경지를 조기 해소하고 노후 저수지의 홍수 대응 능력을 확충하는 등 농업생산기반시설의 재해 대응 능력을 적극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본부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와 농식품부 발표(‘농축산물 피해 지원금 상향‧확대’ 방안)에서도 “기후변화에 대응해 상습 침수지역의 배수시설 확충, 저수지 준설 확대 및 하천 정비와 연계한 영농기반 개선 등을 추진할 계획”이 언급된 바 있다.
농작물 침수 피해 예방을 위해 증액한 내역은 △상습 침수 농경지에 배수시설 확충(3,703억원에서 4,535억원) △설치된 지 30년 이상 노후 배수장 성능 개선 198억원 신규 반영 △저수지 등 노후 수리시설 개보수(5,548억원에서 6,132억원) △저수지 퇴적토 준설(30억원에서 430억원) △홍수 예‧경보 시스템 구축(저수지 범람 위험 시 인근 주민에 조기 경보) 신규 반영이다. 내년 예산이 적용될 구체적인 지역과 시설 내역은 2024년 2월쯤 나올 예정이다.
이에 김영재 전북 익산시농민회 회장은 이와 더불어 더 ‘큰 그림’이 필요하다고 봤다. 다양화하는 농업형태와 작물에 맞춰 생산기반시설을 조성하는 종합적‧장기적 계획이 담겨야 한다는 뜻이다. 익산은 상습 침수는 물론 올해 논콩과 시설원예 등에서 피해가 매우 컸던 지역이다.
김 회장은 “일단 생산기반시설이 너무 낙후했다. 한두 군데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그렇다. 이 정도 예산으로 복구될까 싶다”면서 “더 문제는 정부가 논에 밭작물 재배를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그에 맞는 생산기반을 조성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침수 피해가 극심했던 논콩을 사례로 들었다. 김 회장은 “배수로 등 기반시설이 모두 수도작 중심으로 설계돼 있는데도 정부는 기반 조성도 안 하고 심으라고만 하고, 정작 피해가 나면 농가가 다 책임져야 하는 구조다. 이게 논콩 심은 농가의 제일 불만이다”라며 “또한 이미 논에 시설재배가 확대되는 등 농업 형태가 매우 다양화했다. 이에 맞는 생산기반 조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예산 확대도 ‘땜질식’에 그칠 수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진단이다. 그는 “저지대가 아니어도 (작물 다양화에 따른) 침수 피해는 발생한다. 그러므로 침수 대응과 함께 다양화한 농업 형태에 맞는 생산기반에 대한 근본적이고 중장기적인 계획이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논은 기반조성 사업이 그나마 많이 돼 있지만 밭은 전혀 안 돼 있어 가뭄이나 홍수에 매우 취약하다”면서 “홍수로 밭의 흙이 매우 많이 유출되고, 그로 인해 용배수로가 막히는 일이 빈번하다”면서 밭에 대한 기반 조성 사업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농업생산기반시설은 저수지, 양수장, 양배수장, 배수장, 취입보 등 8가지다. 전체 시설 7만7,235개 가운데 설치된 지 30년 이상~50년 미만인 시설은 21.7%(1만6,790개), 50년 이상인 시설은 38%(2만9,380개)에 이른다(2022년 2월 농식품부 농업시설안전과 자료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