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잠긴 논콩, 재해인가 인재인가

  • 입력 2023.08.06 18:00
  • 수정 2023.08.06 19:1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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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에는 벼, 밭에는 콩을 심는 것은 너무나 상식적이고 원론적이고 전통적인 농사 방식이다. 정부는 쌀값 폭락의 이유를 쌀 과잉 생산으로 규정한 뒤 기존에 쌀농사를 짓거나 새롭게 쌀농사를 시작하려 논을 구하는 전업농, 창업농, 청년농들에게 전략작물로 밭작물인 콩이나 사료작물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심게 했다.

그러나 최근 ‘극한 호우’로 인해 콩을 심은 논이 물에 잠겼고 그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아예 발아가 안 됐거나 물에 잠겨 고사한 경우도 있다. 또, 죽지는 않았지만 물에 잠겼던 콩의 뿌리가 상해 열매가 달릴지 의심스럽다. 설사 열매가 달린다 해도 쭉정이가 되기 십상이다.

7월 중순부터 8월 하순 시기는 벼에 이삭거름을 주는 시기고, 장마가 끝난 시점에는 방제를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 아직 이삭이 패지 않은 벼는 물에 잠겼더라도 짧게는 24시간 길게 48시간 안에 물이 빠지면 죽지 않고 수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밭작물인 콩은 극한 호우로 인해 그 피해가 심각하다. 논에 콩을 재배한 농민들은 얼마나 속이 타들어 가겠는가? 온 국민이 폭염 때문에 잠을 설칠 때 농민들은 걱정 때문에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거나 비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는 도로, 하천, 산사태 등 응급 복구가 이뤄지고 주택 피해를 입은 곳에서는 피해액 또한 상향 조정돼 보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정작 피해가 큰 농촌 지역과 농작물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 계획이 발표되지 않고 있다. 쌀 자급률을 낮추고 콩 자급률을 올리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자연재해에 취약한 콩을 논에서 재배하도록 했다. 잘못된 정책이 논콩 침수 피해를 키웠고 정부가 명백하게 원인을 제공했다.

올해뿐만 아니라 기후위기는 지속적으로 자주 나타날 것이다. 그때마다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농민과 민간에 이양한다면 국가의 올바른 모습이라 할 수 없다. 기후위기와 전쟁위기로 세계적으로 식량 생산과 공급에 위기가 왔고 또다시 세계 곡물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부족한 쌀은 수입해 남는다고 하고 벼를 심어야 할 논에 콩을 심으라고 강요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계획을 수정해 논에는 벼를 심어 쌀 자급률을 100%로 높이고 밭에는 콩과 밀을 심어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농정을 전환해야 한다.

수해가 일어나지 않았어도 생산비 폭등과 농산물값 폭락, 낮은 관세로 들여오는 수입농산물로 인해 농민들은 농사를 지속하기가 어렵다. 여름철 장마가 끝난 뒤엔 채소 수급 상황에 따라 농산물가격이 오를 때도 있다. 재배가 어렵고 수확량이 턱없이 부족해 비싸진 채소가격을 물가 인상의 주범인 것처럼 이야기해선 안 된다. 이를 두고 농산물값이 폭등해 농민들이 엄청난 이익을 보는 것처럼 호도해서도 안 된다. 국민들은 상반기 40조원에 가까운 세수 부족과 공공요금 인상 등이 물가 인상에 더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안다. 자연재해를 이겨내기도 어려운 농민들에게 더이상 국가 농정 실패의 인재까지 책임지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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