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논콩 정책’에 충남 농민들도 ‘피눈물’

전북·전남에 이어 충남서도 논콩 갈아엎기 투쟁 전개

“논에 필요한 건 타작물 전환이 아니라 쌀 수입 중단”

  • 입력 2023.09.03 18:00
  • 수정 2023.09.03 19:36
  • 기자명 임선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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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임선택 기자]

충남 농민들이 지난달 28일 예산 궁평리 논콩을 갈아엎으며 정부의 논 타작물 재배사업을 규탄하고 있다. 전북·전남에 이어 도 단위로는 세 번째 논콩 갈아엎기다.
충남 농민들이 지난달 28일 예산 궁평리 논콩을 갈아엎으며 정부의 논 타작물 재배사업을 규탄하고 있다. 전북·전남에 이어 도 단위로는 세 번째 논콩 갈아엎기다.

충남 농민들이 지난달 28일 예산군 예산읍 궁평리와 부여군 홍산면 상천리 일원의 논콩을 갈아엎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의장 이진구, 전농 충남도연맹)은 정부가 쌀 생산감축 명목으로 진행한 논 타작물 전환사업이 자연재해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고 비판하고 콩밭을 갈아엎는 집회를 진행했다. 전북·전남에 이어 도 단위로는 세 번째다.

참가자들은 “논에 벼를 제외한 타작물을 심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비판했다. 정부가 쌀 생산과잉을 이유로 무리하게 논 타작물 전환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물을 저장해 벼를 기르던 논에 배수가 원활해야 할 밭작물을 심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이다.

조광남 전농 충남도연맹 사무처장은 “주변 논에 자라고 있는 쌀과 이곳 콩밭을 비교해 보시라. 논은 물을 담아 벼를 생산하던 곳이다. 그 토질이 배수로를 판다고 한순간에 변하지 않는다”라며 정부 정책이 토양형질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정주용 서천군농민회 사무국장은 “정부 말만 믿고 나뿐 아니라 주변 농가들 중 상당수가 콩을 심었다. 농민들이 모이면 자주 나오는 단어가 ‘파산’이고 ‘생산비 건지기 힘들다’는 이야기다”라며 “올해 수확은 불가능하고 내년 농사조차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충남 농민들이 지난달 28일 예산 궁평리에서 논콩 갈아엎기 투쟁으로 정부의 논 타작물 재배사업을 규탄했다.
충남 농민들이 지난달 28일 예산 궁평리에서 논콩 갈아엎기 투쟁으로 정부의 논 타작물 재배사업을 규탄했다.

당일 모인 농민들은 논 타작물 전환사업이 기후위기 시대를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입 모아 비판했다. “하루에 수십만원을 내고 부른 굴착기로 배수로를 팠지만, 황토질의 땅에 배수는 쉽지 않았다”며 “애초에 마사 형질의 밭이 아닌 땅에 심은 것 자체가 무리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농 충남도연맹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쌀 생산과잉이 아닌 무차별 쌀 수입에 있다고 지적했다. 전농 충남도연맹은 “국내산 쌀의 생산량과 소비량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의무수입물량으로 매년 외국쌀을 40만8,700톤 들여오고 있다”며 “외국쌀을 살리기 위해 자국 농민들을 죽이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또 “수확기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쌀값 상승을 막겠다며 공공비축 산물벼 5만톤 방출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올해 역시 쌀값을 의도적으로 폭락시키겠다고 선포하는 것”이라며 “당장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발언하는 강선구 예산군의회 의원(왼쪽)과 유관형 전농 충남도연맹 부의장.
발언하는 강선구 예산군의회 의원(왼쪽)과 유관형 전농 충남도연맹 부의장.

참가자들은 “논 타작물 재배사업 중단하고 쌀수입을 즉각 중단하라!” 구호를 외치며 콩밭을 갈아엎었다. 이후 전농 충남도연맹은 “벼가 자라고 있었을 논에 콩을 심으라고 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정부의 권고에 따라 논콩을 재배한 농민의 입장에서는 1년 연봉이 날아가는 상황”이라며 “논콩재배 권장정책 철회하고 쌀 수입을 즉각 중단하라! 수확기 비축미 방출계획을 즉각 중단하고 80kg 한 가마 26만원 보장을 위해 즉각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결의문을 낭독했다.

예산·부여에서 권역별로 진행된 이날 집회는 각 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으며 농민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제2, 제3의 갈아엎기 투쟁이 계속될 것이라는 경고도 전했다. 한편 참가자들은 ‘무차별 쌀 수입 중단’을 촉구하며 사흘 뒤인 지난달 31일 기재부 앞 집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충남 예산 궁평리 들녘에 논콩을 갈아엎기 위한 트랙터들이 집결해 있다. 우중충한 날씨에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배가됐다.
충남 예산 궁평리 들녘에 논콩을 갈아엎기 위한 트랙터들이 집결해 있다. 우중충한 날씨에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배가됐다.
지난달 28일 충남 부여 상천리 논콩 갈아엎기 투쟁 현장.
지난달 28일 충남 부여 상천리 논콩 갈아엎기 투쟁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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