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대체작물 피해, 정부 책임성 강화해야

  • 입력 2023.08.06 18:00
  • 수정 2023.08.06 19:09
  • 기자명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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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지난달 9일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전국에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자연재해로 집과 시설물이 허물어지고 벼, 콩, 복숭아, 수박, 멜론 등 많은 농작물이 물에 잠기고 휩쓸려 사라졌다. 한순간에 많은 것을 잃게 된 농민들은 눈앞이 캄캄함에도 불구하고 온 힘을 다해 피해복구에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피해 농민들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너무나 미흡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 더 가슴이 아픈 것은 정부의 수입의존 정책이다. 집을 잃고, 비닐하우스를 잃고, 키우던 가축도 폐사하고, 심어놓은 농작물도 폐작이 돼 망연자실해 있는 농민들에게 정부는 외국농산물을 할당관세로 수입하겠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었다. 정부가 수입농산물 증가로 인한 농가 피해는 염두에 두지 않는 듯해 참으로 씁쓸하다.

기후변화로 점점 농민들이 농사짓기에 힘든 환경이 돼가고 있지만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계층인 농민에 대한 대책은 너무나 미약하다. 기후가 변화하면서 영농환경이 계속해서 변화하는 것도 큰 어려움이다. 기후에 따라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재배적지도 변화하고 지역의 주요 재배작물도 날이 갈수록 변화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농민들은 경제발전을 위해 희생해 왔고 정부의 경쟁력 강화 정책에 의해 대농으로 육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영농규모가 커질수록 농가부채는 증가했고, 대다수 영세한 농민의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명확한 농정철학에 기반하지 못한 정부의 정책기조 변화로 농민들이 입는 피해도 컸다. 대표적으로 쌀 생산량을 감축하기 위해 시행했던 정책에서 나타난 한계점들이다.

정부는 쌀 생산면적을 줄이기 위해 논소득기반다양화 및 논타작물재배 사업 등을 통해 논에 밭작물을 재배하도록 유도했다. 쌀 생산량을 줄이겠다는 생각만 앞섰고 다양하게 발생할 문제점에 대해서는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번 논콩 수해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콩은 밭에 심는 밭작물이다. 논에 콩을 심도록 유도한 정부는 정작 논콩 재배사업에 중요한 배수정비사업에는 크게 애쓰지 않았다. 이번 수해에 논콩의 피해가 극심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콩이 물이 잠기면서 녹아내렸고, 또 많은 지역에서는 계속된 비로 인해 파종조차 하지 못했다.

논에 적합하지 않은 작물을 쌀 대신 심도록 권장한 것은 정부였다. 콩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였다면 그 작물에 적합한 토양환경도 함께 조성해줘야 한다. 콩은 쌀, 밀과 함께 우리나라 주요 대표 곡물이며 높은 단백질 함량률을 보이는 영양성이 뛰어난 대표적인 작물이다. 우리나라 기본 식재료 된장, 간장, 고추장 등 장을 담그는데 기본 재료가 바로 콩, 메주콩이다. 콩은 노동력이 많이 투입되지만 농업소득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작물이기도 했다. 수입콩과의 가격차이 때문에 경쟁력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의 콩 수매는 생산을 장려할 중요한 수단이기도 했다.

콩 자급률 증대는 우리농업의 과제이며 정부의 핵심 정책이 돼야 하지만 이와 함께 재배환경에 대한 정비도 뒷받침돼야 한다. 논콩 재배단지가 조성돼 있는 전북 김제, 익산 등은 논콩 재배면적이 꾸준히 늘어났다. 하지만 습해에 약한 작물인 콩을 논에 심으면서 가장 필수적인 습해 대책이 제대로 구축되지 못해 이번 집중호우에 큰 피해를 입게 됐다. 파종시기가 장마철과 겹치면 더욱 습해에 노출되기가 쉽기 때문에 밭에서 재배되는 콩보다 더 습해 예방을 위한 원활한 배수가 이뤄져야 한다.

이번 집중호우로 많은 논콩 재배지역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으면서 올해 생산량에도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수확량이 급감하면 정부 수매도 이뤄지지 못하고 농가경제의 불안정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정부의 권장으로 논콩을 재배하기 시작한 농민들은 이번에 파종조차 하지 못해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조차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미흡한 정책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농민들이 감당해야 하는 몫으로 떠넘겨지지 않도록 정부의 책임있는 역할이 더욱 강조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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