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주권 기반 ‘대안무역체계’ 준비 중인 비아캄페시나

국회토론회 ‘반(反)세계화 칸쿤 농민투쟁 20년, 신자유주의 시장개방 20년의 고찰’

  • 입력 2023.09.10 18:00
  • 수정 2023.09.10 19:14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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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모건 오디 비아캄페시나 사무총장이 영상으로 20년 전 이경해 열사 칸쿤 투쟁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모건 오디 비아캄페시나 사무총장이 영상으로 20년 전 이경해 열사 칸쿤 투쟁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세계 소농의 연대체, 비아캄페시나는 칸쿤투쟁 20년을 맞아 식량주권 기반 ‘대안무역체계’를 준비 중이다.

프랑스의 소농인 모건 오디 비아캄페시나 사무총장은 이날 토론회에 영상으로 출연했다. 자신의 농지 한가운데서 비아캄페시나 깃발을 펼쳐든 채 인사를 전한 오디 사무총장은 “자유무역협정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은 비아캄페시나의 근본이나, 그것만이 우리의 유일한 투쟁은 아니다. 우리는 대안으로서 ‘식량주권 실현’을 이야기한다”며, 식량주권을 기반으로 민중이 시장의 결정권자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말하자면 자유무역체제를 이끌어 온 소수의 초국적 기업으로부터 농업·먹거리에 대한 ‘결정권’을 가져와야 한다는 게 오디 사무총장의 강조점이었다. 오디 사무총장은 “식량주권과 농민권리에 기반한 새로운 무역체계를 세우는 일을 시작했다”며, 이와 연동되는 비아캄페시나의 대안인 농생태학, 대중농민 페미니즘, 농업개혁을 촉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국제조정위원은 오디 사무총장의 발언에 이어 비아캄페시나의 계획을 설명했다.

비아캄페시나는 2017년 스페인 빌바오에서 열린 7차 총회 이래 대안 무역체계를 만들기 위한 3대 방향으로 △농민주도적 대안시장 구축 △국제적 맥락에서의 자유무역 규제 △공정한 국제·지역 차원의 무역모델 구축 등을 설정했다. 국제적 맥락에서의 자유무역 규제란, 달리 말해 초국적 기업에 대한 국제적 규제 및 공정한 무역을 실현할 규범 마련 등을 뜻한다.

비아캄페시나의 ‘대안 무역체계 만들기’ 작업에 큰 힘을 불어넣은 쾌거가 2018년 유엔에서의 ‘농민권리선언’ 통과였다. 농민권리선언은 농민권리 실현을 위한 국가의 의무, 초국적 기업에 대한 국제적 규제, 초국적 국제무역으로부터 농촌 사람들을 보호할 의무 등의 내용을 규정했다.

농민권리선언의 내용을 기반으로, 비아캄페시나는 올해 새로운 국제무역 프레임 구축 작업을 시작했다는 게 김정열 위원의 설명이다. 비아캄페시나가 구상 중인 새로운 무역체계의 핵심 원칙은 ‘식량주권에 기반한 무역체계를 세울 것’이다.

이와 함께 민중을 빈곤으로 몰아넣는 ‘인권유린’ 체제였던 기존 자유무역체제와 달리, 비아캄페시나의 대안적 국제무역 체제는 ‘인권’에 기반하고자 한다. 따라서 식량이 전쟁무기(예컨대 강대국이 적대국 대상으로 실시하는 경제제재에 따른 식량난 심화 등)로 쓰여서도 안 되며, 땅·물·종자·영토를 상품으로 다뤄서도 안 된다는 원칙도 세워졌다. 나아가, 범세계적 시민사회단체 및 민중단체와의 연대·협력에 의거한 무역체계를 만들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김정열 위원은 “예컨대 국제무역 과정에서 가격은 어찌 정하고, 덤핑 규제는 어찌할지, 수출보조금은 어떻게 제한할지 등의 내용을 문서로 정리하고자 한다. 워낙 초안이라 대외적으로 공개하긴 어렵지만, 오는 12월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열리는 비아캄페시나 8차 총회에서 초안이 공개될 것”이라며 “새로운 국제무역 구조를 만드는 데 국내에서도 전농·전여농이 관심을 보이는 걸 넘어 적극 참여했으면 한다. 국내에서도 대안무역체계의 원칙, 그리고 초국적 농기업에 대한 규제방안 등을 놓고 논의를 진행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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