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군사동맹’의 첫 결과물, 일본 핵오염수 방류

시민사회 “일본의 무모한 핵테러, 전 지구적 연대로 막아야”

  • 입력 2023.08.25 09:25
  • 수정 2023.08.27 20:55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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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일본 방사성오염수 방류일정 철회 긴급 기자회견’에서 각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장대비를 맞으며 일본대사관을 향해 항의의 함성을 외치고 있다. 결국, 일본 정부는 예고한 대로 24일 오후 1시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일본 방사성오염수 방류일정 철회 긴급 기자회견’에서 각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장대비를 맞으며 일본대사관을 향해 항의의 함성을 외치고 있다. 결국, 일본 정부는 예고한 대로 24일 오후 1시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한승호 기자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한 3국 ‘공조강화’의 첫 결과물은 한반도 평화도, 경제적 이익도 아닌 일본 핵오염수 방류 현실화였다.

지난 18일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3자 간 정상회담이 있고서 4일 뒤인 22일, 기시다 일본 총리는 공식적으로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의 바다 방류를 8월 24일부터 시작하겠다고 못 박았다. 핵오염수(약 130만톤) 방류는 약 30년간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방류 시작 시점 자체도 정상회담으로부터 채 1주일이 안될 정도로, 일본 정부의 방류 일정 발표 및 실제 방류 시작 등 모든 행동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국, 그리고 한국 정부까지 일본의 방류계획을 ‘존중’하거나 ‘옹호’해 온 상황이 이러한 전격적 결정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올해에만 총 5조 베크렐 삼중수소 바다로 방류

오염수 방류는 어떻게 진행될까. 후쿠시마 핵발전소 운영기업인 도쿄전력이 지난 22일 발표한 방류계획에 따르면, 도쿄전력 측은 일단 삼중수소 농도가 낮은 오염수부터 순차적으로 방출하고자 한다. 달리 말해 시간이 지날수록 삼중수소 농도가 높은, 즉 심하게 오염된 폐수를 방류하겠다는 뜻이다.

도쿄전력은 오염수 방류 과정에서 올해에만 총 5조 베크렐의 삼중수소를 바다에 방류할 계획이다. 올해 방류는 총 4회에 걸쳐 진행되며, 매 회차마다 17일 동안 오염수 7,800톤의 방류가 실시된다. 현재는 올해까지의 방류계획만 나와 있으며, 향후 매년 말 다음 연도의 오염수 방출 계획을 책정·공표하겠다는 게 도쿄전력의 입장이다.

국내 시민사회, ‘오염수 방류 동조’ 윤석열정부 규탄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일정 철회 긴급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일본대사관을 향해 일본 정부의 핵오염수 방류계획을 규탄하는 함성을 외치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일정 철회 긴급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일본대사관을 향해 일본 정부의 핵오염수 방류계획을 규탄하는 함성을 외치고 있다.

국내 시민사회는 일본 정부의 핵오염수 방류 일정 확정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의 방류 날짜 발표 당일인 22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선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체인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저지 공동행동’ 주최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일정 철회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저강도 핵테러범(기자회견 중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의 표현)’ 일본 정부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핵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행위는 명백히 국제연합(유엔)의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을 위반하는 행위이므로 마땅히 제소해야 하나, 윤석열정부는 이러한 일본의 행태를 ‘존중’하는 상황에 대한 규탄도 줄을 이었다.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핵오염수를 방류해도 방사능 물질이 바닷물에 희석돼 문제 없으리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역사적 반례를 들었다.

1956년 일본 구마모토현 미나마타시에서 질소공장의 메틸수은 유출로 오염된 바다의 어류와 조개를 섭취한 주민들이 뼈마디가 뒤틀리는 질병(이후 ‘미나마타병’이란 이름이 붙었다)에 걸려 죽어가기 전에도, 당시 공장 운영자들은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면피했던 바 있다. 최 이사장은 “공해물질, 핵물질은 안전하다고 확실히 증명되지 않는 한 결코 배출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는 윤석열정부가 사실상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을 편들고 나서는 이유를 언급했다. 첫째로 윤석열정부는 한미일 군사동맹에 의지해 자신의 취약한 정권을 유지하려 하며, 둘째론 윤석열정부 자체가 핵발전을 ‘수출상품’으로 만들며 일자리도 창출하고, 경제성장의 추진력으로 삼겠다는 ‘핵발전 진흥정부’이기 때문이란 것이다. 김찬휘 공동대표는 윤석열정부를 한미일 군사동맹에 의존하는 ‘반평화세력’일 뿐 아니라 핵발전에 의존해 인류와 모든 생명체를 위협하는 ‘핵발전 정부’라고 규탄했다.

한편 농민단체들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가톨릭농민회(회장 신흥선, 가농)·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상임대표 안영배, 우리농)는 지난 23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방사성 물질 중 삼중수소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도 제거할 수 없어 우려가 더욱 크다”며, 티모시 무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교수가 핵오염수 방류 시 생물농축 현상으로 인간의 건강마저 위협당하리라고 강조한 내용을 인용했다. 생물농축 현상이란 생태계 내에서 생물의 영양단계가 높아질수록 특정 화학물질의 농도가 증가하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삼중수소에 피폭된 어류를 인간이 섭취할 시 인간의 체내에선 삼중수소 농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가농·우리농은 “해양투기라는 값싼 방법이 아닌,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육상 저장’과 ‘고체화 방안’으로 (바다) 생명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 이상의 방류는 막아야 한다

시민사회는 오는 2일 일본의 핵오염수 방류를 저지하기 위한 전국 동시다발투쟁을 진행하기로 했으며, 이후에도 ‘더 이상의 오염수 방류’를 막는 투쟁을 계속할 예정이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22일 일본대사관 앞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일본의 시민·민중이 힘을 합쳐 투쟁함과 함께, 국제연대를 통해 태평양 연안, 나아가 전 지구적으로 인류의 분노와 응징의 의지를 모으고자 한다. 국제적 여론을 불러일으켜 일본 정부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함으로써 일본 정부의 무도한 핵테러를 응징해나가자”고 촉구했다.

한편 일본에선 각지의 시민과 후쿠시마 어민 등을 대상으로 소송단을 모집해 다음 달 8일 본격적인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게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의 설명이다. 일본에서도 자국 정부의 핵오염수 투기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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