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핵오염수 방류 동조하는 정부, 시민 먹거리안전 포기하나

  • 입력 2023.07.09 18:00
  • 수정 2023.07.09 18:1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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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핵발전소) 오염수 방류 계획 현실화 시 시민 먹거리안전도 위험에 처하리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내 시민사회는 일본 정부 및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에 사실상 동조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뿐 아니라, 일본의 계획을 무비판적으로 옹호하는 윤석열정부에 대해 “시민 먹거리안전을 포기하고 있다”며 강력히 규탄하고 있다.

기어이 일본 손들어준 IAEA, 일본 편드는 한국 집권여당

지난 4일,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일본 도쿄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보고서 한 권을 전달했다. 후쿠시마 제1 핵발전소에 저장된 오염수 약 130만톤(2022년 3월 기준)을 바다에 방류하려는 일본 정부의 계획이 “IAEA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였다. IAEA 제공
지난 4일,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일본 도쿄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보고서 한 권을 전달했다. 후쿠시마 제1 핵발전소에 저장된 오염수 약 130만톤(2022년 3월 기준)을 바다에 방류하려는 일본 정부의 계획이 “IAEA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였다. IAEA 제공

지난 4일,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일본 도쿄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보고서 한 권을 전달했다. 후쿠시마 제1 핵발전소에 저장된 오염수 약 130만톤(2022년 3월 기준)을 바다에 방류하려는 일본 정부의 계획이 “IAEA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였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기시다 총리에게 “처리된 물(핵오염수)의 배출이 사람과 환경에 미미한 방사능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5일 현재까지 IAEA의 발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하진 않았다. 여당인 국민의힘 측은 강민국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11개 국가의 원자력 분야 최고 전문가로 구성된 IAEA TF(태스크포스)가 거의 2년 동안 작업한 결과인 만큼, 우리 역시 국제사회의 중추국가로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은 일본 정부가 핵오염수를 방류해도 문제없다는 걸 ‘입증’하는 행동들을 보여왔다.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소속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의원들과 함께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해 수조에 담긴 물을 7번 퍼먹었다.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을 막는 목적이었다는 게 김 의원의 입장이었는데, 이러한 행동은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지난달 12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음용 기준에 맞다면 마실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의 연장선이었다고 볼 수 있다.

오염수 방류 동의는 ‘친환경 무상급식 포기선언’

지난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일본 핵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학교급식노동자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후쿠시마 핵오염수로 오염된 학교급식'을 상징하는 방사능 오염 급식판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상징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일본 핵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학교급식노동자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후쿠시마 핵오염수로 오염된 학교급식'을 상징하는 방사능 오염 급식판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상징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먹거리문제를 고민하는 시민들은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계획 추진 및 이에 동조하는 윤석열정부의 행태를 ‘미래세대에 대한 테러’로 간주한다.

지난 3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위원장 박미향, 학비노조)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연 ‘일본 핵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학교급식노동자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정부의 일본 핵오염수 해양투기 동의는 친환경 무상급식 포기선언”이라고 규탄했다.

경기도 내 학교 영양사로서 10년 이상 일해온 이희원 학비노조 경기지부 영양사분과장은 “급식에서의 안전한 식재료 선택은 학생 건강을 위해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사항이다. 유전자재조합(유전자조작) 위험성이 있는 수입산의 사용은 지양하고 국내산 친환경 식재료 위주로 사용해 왔다”며 “특히 수산물의 경우 2011년 일본 원전사고 후 지역 친환경급식지원센터를 통해 방사능 검사를 거친 수산물을 들여오지만, 그래도 학부모들이 걱정해 식단에 해물은 가급적 적게 편성한다. 대구·참치 등 먹이사슬 상위권의 생선은 몇 년 전부터 아예 제공하지 않는다. 어른보다 아동·청소년의 방사능 피폭 위험성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학생들의 먹거리안전을 위해 급식노동자들은 심혈을 기울이건만, 정작 정부에선 오염수 방류로 인한 위험성을 언급하면 과학적 근거가 없는 괴담으로 치부하고, “(오염수를 방류해도) 안전하다”는 일본의 입장을 두둔하는 데 대해 이희원 분과장은 분노했다.

박인숙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공동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봐도 태평양 인근 나라들(호주·뉴질랜드·피지·솔로몬제도 등 태평양도서국포럼 소속 국가들) 모두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며, 일본 내에서도 어민들이 방류를 막고자 결사적으로 싸우고 있다. 방류 이외의 많은 아이디어도 일본 내에서 제안되는데,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가장 저렴하고 싼 방식인 ‘방류’를 택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일본 내에선 오염수를 10만톤급 초대형 탱크 여러 대에 나눠서 저장하거나, 오염수에 시멘트·모래 등을 섞어 고체로 보관하는 등의 방법이 제안되나, 일본 정부는 이를 묵살한 채 방류 계획만을 밀어붙이고 있다.

일본 동북부 8개 현 농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의 앞날은?

지난 4월 5일 시민방사능감시센터와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환경운동연합에서 지난해 일본산 농수축산물 방사능 오염 실태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지난 4월 5일 시민방사능감시센터와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환경운동연합에서 지난해 일본산 농수축산물 방사능 오염 실태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앞서 지난 4월 5일, 환경운동연합과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지난해 일본산 농수축산물 방사능 오염 실태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들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해 일본 내 농수축산물을 대상으로 방사성 물질 검출 여부를 확인했는데, 검사 건수 3만6,115건 중 4,142건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농수축산물 검사 건수는 2018년 17만1,925건에서 지난해 3만6,115건으로 줄었건만, 방사성 물질 검출 건수 및 검출률은 2018년 3,163건(전체 검사 건수의 1.83%)에서 4,142건(전체 검사 건수의 11.5%)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특히 현재 한국 정부가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는 일본 동북부 8개 현(후쿠시마·지바·군마·도치기·이바라키·미야기·이와테·아오모리) 농수축산물의 방사능 검출률은 타 지역보다 월등히 높았다. 수산물의 경우 방사성 물질의 일종인 세슘 검출률이 1만1,753건 중 686건(5.83%)으로 기타 지역의 검출률인 0.83%의 7배에 달했고, 농산물의 세슘 검출률은 8,870건 중 1,981건(22%. 기타 지역 검출률 14%)이었다. 가공식품 또한 807건 중 119건(14.7%. 기타 지역 검출률 1.3%)의 검출률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1월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잡힌 우럭의 경우 기준치(1kg당 100베크렐)를 초과하는 300베크렐, 1,400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된 개체가 확인됐고, 후쿠시마·미야기현의 두릅(370베크렐) 및 고비(770베크렐)에서도 상당량의 세슘이 검출됐다.

가공식품의 경우 건송이버섯 720베크렐, 곶감 430베크렐, 반건조감 220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된 사례가 보고됐다. 후쿠시마현 농수산물을 적극적으로 소비시키려는 일본 정부의 노력으로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원재료의 유통이 늘고, 그로 인해 가공식품에서의 세슘 검출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는 게 환경운동연합·시민방사능감시센터의 평가였다.

한편 노무라 데쓰로 일본 농림수산상은 유럽연합(EU) 측에 후쿠시마현 등 일본 10개 현의 식품(수산물·버섯 등)에 대한 수입규제(방사성 물질 검사결과 증명서 첨부 등)를 철폐하라고 촉구 중이며,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EU 측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다. EU의 규제완화가 현실화될 시, 일본은 한국 측에도 수입금지 철폐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다. CPTPP 가입을 위한 전제조건 중 하나는 CPTPP의 실질적 주관국인 일본의 동의 확보인데, 한국이 CPTPP 가입 강행을 위해 농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해제하며 일본의 동의를 얻으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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