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특위, 한국 농어민 아닌 일본·IAEA 위한 조직인가

  • 입력 2023.07.14 09:50
  • 수정 2023.07.14 09:54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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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2월 28일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제주도민 및 전국 농어민 생존권 사수,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 반대 전국대회'에서 전국 각지에서 모인 농어민들이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 반대를 촉구하며 노형동에 위치한 일본총영사관까지 상여를 앞세우고 행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월 28일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제주도민 및 전국 농어민 생존권 사수,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 반대 전국대회'에서 전국 각지에서 모인 농어민들이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 반대를 촉구하며 노형동에 위치한 일본총영사관까지 상여를 앞세우고 행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 장태평, 농특위)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사실상 옹호하는 ‘결의문’을 냈다. 이 사실을 접한 농어민과 시민은 “농특위는 일본 정부 조직이냐”며 강력규탄하고 있다.

농특위의 ‘문제투성이’ IAEA 보고서 옹호

지난 6일, 농특위는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제17차 본회의를 열어 각종 사안을 의결했는데, 의결 내용 중 하나가 ‘후쿠시마 관련 수산물 소비 위축 대응 결의문’이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최근 객관적 정보와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주장들이 국민 불안을 조성하고 우리 수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며 시작하는 이 결의문의 내용을 보자.

“일본 정부는 지난 2011년 사고로 유입된 지하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해 보관하고 있으며, 일부 남아 있는 물질은 희석해 방류할 계획이다. 그리고 7월 4일, IAEA는 오염수 방류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발표했다. 방류 시 안전기준과 절차는 국제기준에 따를 예정이며, 방류된 오염수는 태평양을 돌아 희석돼 측정하기 어려운 수준의 극히 낮은 농도로 4~5년 후부터 우리 해역에 도달하므로 사실상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농특위가 핵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결의한 내용은 △수산인·생산자단체의 자발적 불안 해소 노력과 소비 촉진 활동 적극 지지·지원 △근거가 미약한 비과학적 주장이 수산인, 수산업에 위협적 요인이라는 점 인식 △방류 후 수산물 안전 및 해역 관리에 만전, 수산물 관련 정보 신속 제공 등이었다. 농특위는 국민을 향해 “근거 없는 막연한 불안감에서 벗어나 정부의 조치를 신뢰하고, 우리 수산인과 수산업계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해 수산물 소비 확대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IAEA “이후 문제에 법적 책임 없다”

그렇다면 대다수 국민은 정말 농특위 표현대로 ‘근거 없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를 사실상 옹호하는 IAEA의 보고서를 비판할까? 그렇다기엔 상당수의 반대 근거가 제시된다. 환경운동연합·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 광범위한 조직이 참가하는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이 제시하는 IAEA 보고서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핵 오염수의 일본 내 육상보관(초대형 탱크에 나눠서 저장) 또는 오염수에 시멘트·모래 등을 섞고 고체화시켜 보관하는 등의 대안과 해양투기를 비교하지 않은 채, 일본의 요청인 해양투기만을 대안으로 내민다는 점이다.

둘째, 방사선 방호를 위한 국제적 원칙 중 하나인 ‘정당화’ 원칙 검토가 빠졌다는 점이다. 정당화 원칙이란 방사선 물질 관련 계획적 행위 실시에 앞서 당사자에게 이익과 해악 중 무엇을 더 많이 끼치는지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셋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유발 주체인 일본 도쿄전력 측 제공 자료만을 기반으로 핵 오염수 해양투기 영향 평가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넷째, 잦은 고장으로 논란이 된 ALPS의 정화 기술에 대한 검증도 없었다. 한겨레 7월 12일자 기사 <IAEA ‘알프스’ 성능 검증 0번 … 윤 정부 허위주장 들통>에 따르면, IAEA는 단 한 번도 일본에서 직접 ALPS 성능을 검증한 적이 없다.

다섯째, 핵 오염수 방류로 인한 중장기적인 생물학적 영향 관련 평가도 없다.

여섯째, IAEA 보고서는 향후 핵 오염수 방류로 벌어질 문제에 대해 “법적 책임이 없다”고 명시했다. 핵 오염수 방류가 중장기적으로 생태계 또는 사람의 건강에 미칠 악영향엔 어떤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뜻이다.

핵 오염수 방류 따른 중장기적 피해는 고려도 안하나

농특위는 이상과 같은 IAEA 보고서의 문제점을 시민사회가 지적함에도 사실상 IAEA와 일본, 그리고 윤석열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결의문을 발표한 셈이다.

농특위는 결의문에서 핵 오염수 방류 관련 문제 제기가 “우리 수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이는 핵 오염수 방류 자체가 수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리라는 어민들의 목소리와는 배치되는 주장이다.

지난 10일, 진보당(상임대표 윤희숙)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린 ‘일본 핵 오염수 피해 국회 증언대회’에 참석한 어민들은 ‘수산업의 막대한 피해’를 방지하는 방안은 ‘핵 오염수 방류 저지’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참석한 전북 부안군의 꽃게잡이 어민 김경복씨는 “얼마 전 보니 지난해 7,000~8,000원 하던 소라·조개류 도매가가 1,000~2,000원대로 80% 가량 떨어졌다. 생물가격은 반값에 거래되고, 활어를 수입해 파는 업체도 직격탄을 맞아 직원도 줄이고 어선도 처분 중”이라며 “일본 오염수 문제로 우리 어민이 절규하는데 왜 아무도 우리를 지켜주지 않나. 나라에서 우리를 지켜줘야 하지 않나. 그런데 윤석열정부는 일본 정부 대변인 노릇이나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오미화 전남도의원은 2013년 해양수산부가 “핵 오염수 방류 시 국내 재래시장에서 40%, 대형마트에서 20% 수산물 소비가 감소하고, 수산물 생산피해액은 월평균 160억~375억원이 예상된다”고 발표한 내용을 인용하며 핵 오염수 방류가 수산업에 미칠 악영향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후 정부 차원에서 핵 오염수 방류 시 수산업에 미칠 악영향을 따로 평가한 적은 없다.

현 정부가 핵 오염수 방류의 중장기적 악영향은 고려하지 않는 상황에서, 먹거리운동단체들은 농특위가 사실상 일본과 윤석열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결의문을 발표했다는 점에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진헌극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상임대표는 “국민 생명과 안전의 기본이 되는 농어업·농어촌을 살릴 책무를 진 농특위가 어찌 일방적으로 정부의 비과학적, 비상식적 입장을 그대로 따와 ‘국민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수산물은 안전합니다’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나. 시민사회 차원에서 농특위 규탄 성명을 발표해야 한다”라며 “일본이 100번 안전하다 해도, 정부는 국민 불안과 염려를 고려해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일본에 확실한 조치를 취하라고 강력히 촉구하는 것이 도리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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