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재해 보상하지 못하는 ‘농어업재해보험법’

국회 계류 중인 개정안들, 제안 취지 비춰 내용은 ‘부실’

현행법 개정은 물론 ‘농업 생산비 보장’ 법률 마련돼야

  • 입력 2023.08.11 09:50
  • 수정 2023.08.14 17:21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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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최근 개별 농민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상기후에 따른 농업 재해가 반복되고 있지만, 피해 보전 수단인 농어업재해보험조차 보장률이 낮아 유명무실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에 국회도「농어업재해보험법」일부개정안을 지속 논의하고 있지만, 자연재해에 맨몸으로 놓인 농민들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입을 모은다.

현 농어업재해보험에 대해선 낮은 가입률(2022년 기준 49.9%)부터 여러 문제가 지적되고 있지만, 현장이 전하는 주요 문제는 보장률이 전체 손해액의 20~30%대에 그칠뿐더러 보험 가입 대상 작목도 70개(2023년 기준)로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이마저도 지역별로 천차만별이다. 또 손해평가 과정이 농작물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는 등 불공정하다는 점도 꼽히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농어업재해보험법」일부개정법률안은 8건으로, 소관 위원회 통폐합 등을 담은 정부안을 제외한 7건은 ‘기후변화에 따른 농어업 재해 급증으로 농·어업, 농·어촌 위기 가중’, ‘기후환경 변화로 풍수, 농작물 냉해 등 농민 고통 가중’, ‘품목별, 생육단계별로 기후변화 리스크와 기상이변이 일상화되는 징후로 영농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 고조’라는 현실인식과 △보험 가입률 제고 △농·어업 경영안정 △농·어민 부담경감 등의 개정 취지를 제시했다.

그러나 제시된 현실 인식과 개정 취지에 비춰, 그 내용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대부분 보험료 지원 확대 정도를 제시했을 뿐 보장률 및 가입 대상 작목 확대 등 농민이 체감할 방안을 담진 않았다. 그나마 비교적 폭넓은 개선 방안을 적시한 법률안은 지난 8일 제안된 안이다(이원택 의원 등 10인 발의, 의안번호 2123693, 이하 번호만 기재).

해당 법률안은 △3년마다 재해보험 발전 기본계획 수립 △재해보험 제외 대상 품목의 보험상품 개발 촉진 △상품 미출시 등 보험 가입이 불가능한 농·어가에 대한 보상 근거 마련 △보험 가입자에 대한 재해보험 및 재해대책 교육 확대 △손해평가인에게 보험 대상 품목에 대한 품종, 수량, 재배방식 등 관련 교육을 확대·강화해 손해평가의 전문성 제고 △손해평가 이의신청 시 보험 가입자의 손해평가사 교체 요구 보장 △보험료율의 산정 근거가 되는 행정구역 및 권역 단위의 누적 손해액에 대한 지원 근거 마련을 담고 있다.

지난달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충남 청양군 청남면 인양리 들녘의 한 시설하우스에 진흙으로 범벅이 된 수박이 널브러져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충남 청양군 청남면 인양리 들녘의 한 시설하우스에 진흙으로 범벅이 된 수박이 널브러져 있다. 한승호 기자

그외는 현재 50%인 정부 보험료 지원금을 80% 이상까지 확대하거나(서삼석 의원 등 발의, 2100821), 정부·지자체의 지원 비율을 각각 60% 이상, 30% 이상으로 확대하고, 아울러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경우 피해 농·어업인의 할증 보험료도 동일한 비율로 지원하자는 안(홍문표 의원 등 발의, 2103828)이다. 특히 홍문표 의원 등 발의안은 현행 재해보험엔 자동차보험처럼 할증제도가 적용되는데, 재해보험의 지급 원인인 천재지변은 계약자인 농·어민의 과실이 아니므로 재해보험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정희용 의원 등 10인이 제안한 안(2109043)은 정부·지자체의 보험료 지원 비율을 각각 80% 이상, 10% 이상으로 하고, 특별재난지역 피해 농·어업인의 할증 보험료도 이와 동일한 비율로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김수흥 의원 등 10인이 낸 법률안(2114480)은 보험 가입률이 낮은 가장 큰 요인을 보험료 부담으로 보고, 가입 대상자가 꾸준히 보험에 가입하면 정부가 기존 지원 보험료 외에 추가로 지원하는 조항을 신설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같은 개정안이 줄을 잇고 있지만, 내용도 충분하지 않을뿐더러 농업 재해 대책의 근본 해결책도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무리 보장률을 높인다 해도 간접 지원에 그치고, 시행규칙이나 약관에서 보장을 어떻게든 낮추는 상황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복지원 불가에 따라 보험금을 받으면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고,「농어업재해보험법」상 재해보험과 동일한 품목으로 풍수해보험에 가입한 경우도 지원받을 수 없다.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은 “근본적으로 보험제도로는 농업 재해를 보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보험법 개정도 필요하지만,「농어업재해대책법」상 현재 재해 지원이 농약대, 대파대에 그치므로 농업의 지속을 위해선 장기 개선 방향으로 생산비 보전 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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