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 피해 ‘대폭’, ‘실질적’ 지원, 기대해도 될까?

농식품부, 피해 규모 집계 완료 즉시 ‘신속‧충분한’ 지원책 확정

전남도 논콩 방제비 추가 지원, 충남도 “피해액 전액 지원 원칙”

  • 입력 2023.08.04 09:04
  • 수정 2023.08.06 19:09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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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정부가 호우 피해를 입은 농민들에게 대폭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그 지원 규모에 대해 농민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17일 폭우에 이은 지천 제방 붕괴로 물이 범람했던 충남 청양군 청남면 인양리 들녘의 한 시설하우스가 물에 잠긴 채 망가져 있다. 한승호 기자
정부가 호우 피해를 입은 농민들에게 대폭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그 지원 규모에 대해 농민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17일 폭우에 이은 지천 제방 붕괴로 물이 범람했던 충남 청양군 청남면 인양리 들녘의 한 시설하우스가 물에 잠긴 채 망가져 있다. 한승호 기자

이번 호우 피해 지원은 정말 실질적으로 진행될까? 지난달 18일 윤석열 대통령은 충남 공주시 수해 현장에서 피해 농민을 위로하며 “복구 인력, 재난 관련 재원, 예비비 등 정부의 가용자원을 모두 동원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지난달 31일 행정안전부(장관 이상민)는 ‘호우 피해 지원기준 대폭 상향, 실질적 회복 지원’을 내건 지원 방향을 발표했다. 피해 규모 집계가 진행 중이라 구체적 지원책을 밝히진 않았지만, 대통령의 발언과 ‘대폭’, ‘실질적’이란 표현을 앞세운 방향성이 제대로 이행될지 현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행안부 발표에 따르면, 농업 분야의 기존 지원 방침은 ‘보험을 통한 복구 유도’, ‘정부 지원은 생계에 지장이 없게 하는 보완적 지원’이었으나 이번엔 정부의 ‘직접 지원을 통한 복구’가 방점이다. 이를 위해 농작물재해보험 등 연계 정책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정확한 피해 규모가 집계되는 대로 실질적 지원기준을 확정한다. 아울러 그동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농기계‧설비 피해도 지원한다.

박나영 농림축산식품부 재해보험정책과 과장은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향 아래 가급적 신속하고 충분한 지원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구체적 지원 내용이나 기준, 추계는 아직 미정이며, 피해 집계가 완료되면 그 규모에 따라 확정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원은 지자체의 피해조사와 정부의 합동조사 뒤 이뤄진다.

이번 호우로 큰 피해를 본 5개 도(전북, 충남, 충북, 경북, 전남)는 현재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이라 정확한 지원 내용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경북을 제외한 대부분 도는 국비 지원으로 보전되지 못하는 피해액의 일부를 도가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남도는 이번 호우로 논콩 피해가 크게 발생해 국비 지원 외에 방제비를 따로 편성하기로 했다. 잠정 예산 규모는 도비와 시․군비를 포함해 약 3억2,000만원(1,500ha)이다.

지난달 20일 농식품부의 잠정 집계 결과, 전북에 이어 가장 큰 피해를 본 충남도는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에서 김태흠 지사가 직접 나서 “피해액 전액 지원 원칙 아래 피해액의 50%를 농협을 통해 즉시 지급하고, 나머지는 정산 후 추가 지급하는 방식으로 신속히 지원하겠다”라고 약속했다. “현 제도상 정부의 영농시설 피해 복구 지원 규모는 피해액의 35% 안팎에 불과하고, 재해보험금은 농작물 피해의 20% 수준”임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영농시설은 실제 피해액의 80∼90%를 지원하고, 건조기 등 농기계와 토양 개량도 지원한다. 농작물 피해는 재해보험 가입자의 경우 보험금 수령액을 뺀 나머지 전액, 보험 미가입자는 지원액을 차등해 지원한다. 가축 피해 지원 방안도 검토한다. 담당 부서인 충남도 스마트농업과는 “기존 국가 지원액 기준은 낮게 책정돼 있어 농가가 생각하는 금액과는 차이가 있다. 그 차액에 대한 부분을 추가로 지원하려는 것”이라며 “확정되진 않았으나 특히 피해가 큰 시설 농가 대상으로 차액의 80~90% 정도 보전한다는 방향이다. 시설하우스 피해 면적 기준으로 약 200억~300억원 정도로 추계한다”고 설명했다.

충북도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청주시와 괴산군에 복구지원액 외에도 도 예비비를 편성해 피해액의 20%에 해당하는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도 예비비 편성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와 일부 지자체의 공언에도 농업 생산비를 제도적으로 보장하지 않는다면 재해 지원은 또다시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은 먼저 “과거에도 정부가 적극 지원한다고 해놓고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이 멀어지면 손을 놔버려 피해 주민들이 직접 법적 대응하거나 여의도에서 투쟁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렇게 되면 당국은 말 그대로 법에 따르라며 버티는 식으로 나온 경험이 워낙 많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수해로 폐작 수준이라 농민들은 올해 농업소득이 아예 없어진 것인데, 농약 몇 개 주거나 생계비‧학자금‧저율 융자금 등 간접지원에 그친다. 지금 정부가 정말 제대로 지원하겠다면 생산비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소장은 “정부 지원의 기본은 대파대‧농약대‧재난지원금이 아닌 비료대‧종자대‧인건비‧여러 시설 투입비 등을 포함한 생산비 보장이 돼야 한다. 그래야만 정부가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이고 약속한 바를 이행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부소장은 “농작물재해보험은 정책보험이라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금이 있긴 하지만, 농민들이 좀 더 보장받기 위해 본인의 돈을 들여 따로 가입하는 것이므로 여기 가입했단 이유로 지원에서 제외되는 문제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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