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폭염에 `축산재해’ 현실로

이미 최소 16만마리 폐사
돼지·닭, 특약 가입률 저조해

  • 입력 2023.08.04 06:00
  • 수정 2023.08.04 08:52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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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7월의 끝 무렵 본격 시작된 폭염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2018년 사례에 준하는 ‘재난 수준’의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축산업계 피해에 대한 우려도 심각해지고 있다.

기상청은 일평균기온이 33도를 넘는 날을 폭염일로 불러 기록하고 있다. 기록에 따르면 올해 폭염은 서울 기준 4일 현재까지 벌써 8일이나 지속됐다. 이미 2017년(7일)의 기록을 누르고 최근 10년 새 네 번째로 폭염이 긴 해로 남게 됐으며, 이대로라면 2016년·2021년의 기록(11일)도 무난히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예년 같지 않은 폭염의 기세에 축산업계는 비상이다. 폭염은 축종 불문 사료 섭취량 감소 및 그에 따른 생산성 하락을 부른다. 땀샘이 없어 체온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돼지와 온몸이 깃털로 뒤덮여 애초 체온이 높은 닭은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특히 사육 밀집도가 상당한 가금류 농장의 경우 대량 폐사라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맞을 수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일까지 폐사한 가축은 총 16만6,000여마리로 가금류가 15만6,297마리, 돼지가 9,688마리다. 이미 지난해 피해 가축 수의 두 배를 뛰어넘었으며, 폭염이 지속될수록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폐사 가축 수는 재해보험금 신청 사례를 통해 집계되므로, 피해 사례가 반영되기까지 걸리는 시간 및 폭염 피해 보장 특약 미가입 농가의 비중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가축이 이미 폐사했을 가능성이 크다.

근래 폭염지속 기간이 가장 길었던 2018년(22일)의 경우 폐사 가축 수는 최종 880만마리로 기록된 바 있다. 2018년 폭염 이후 관내 축산업의 비중이 높은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은 보험료 가입·피해방지 시설비 지원 등 폭염대비 예산을 수백억원 단위로 편성해 지원하고 있는데, 예컨대 경기도의 경우 그 규모가 393억원에 이른다.

이와 같은 노력으로 그간 폐사 가축 수를 줄이는 성과가 나타나기는 했으나 올해와 같은 수준에서도 효과를 볼 지는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한편 보험개발원은 지난 2일 폭염일수와 피해액 사이의 상관관계를 제시하며 양돈과 양계 농가들을 대상으로 가축재해보험 가입 시 ‘폭염 특약’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축종이 폭염에 취약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인 만큼 보험개발원은 이전부터 주기적으로 특약 가입을 권고해왔는데 이번엔 구체적인 근거까지 제시한 것이다. 특약 추가 가입률은 지난해 기준 돼지 36.8%, 가금류 74.1%에 그치고 있다.

보험개발원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주요 축종을 대상으로 폭염일수 대비 손해액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돼지와 닭의 상관계수는 각각 95.4%·98.6%로 거의 100%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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