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농심의 외침 “윤석열정권 퇴진하라”

장맛비 뚫고 상경한 농민들, ‘윤석열정권 퇴진 전국농민대회’서 사자후

‘농업 포기•농민 말살’ 현 농정 규탄 … 범국민대회서 노동자 등과 연대

  • 입력 2023.07.21 10:30
  • 수정 2023.07.21 10:31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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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경복궁역 앞에서 열린 ‘이렇게는 못살겠다! 농업포기 농민말살 윤석열정권 퇴진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1,500여명의 농민들이 ‘윤석열정권 퇴진’, ‘핵오염수 투기저지’ 등을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경복궁역 앞에서 열린 ‘이렇게는 못살겠다! 농업포기 농민말살 윤석열정권 퇴진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1,500여명의 농민들이 ‘윤석열정권 퇴진’, ‘핵오염수 투기저지’ 등을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옆 대로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퇴진 7.15 범국민대회’에서 농민, 노동자, 빈민 등 각계각층에서 모인 3만여명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윤석열정권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옆 대로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퇴진 7.15 범국민대회’에서 농민, 노동자, 빈민 등 각계각층에서 모인 3만여명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윤석열정권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윤석열 왕, 왕비인지 대왕마마인지 김건희 왕이 명품 쇼핑을 한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농민들은 농경지가 침수돼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데 대통령과 그 부인은 겨우 전쟁을 응원하고 쇼핑을 즐기는 이 나라 실정에 참으로 개탄한다.” 지난 15일 열린 전국농민대회에서 발언에 나선 농민 정홍균(전남 곡성)씨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냈다.

가톨릭농민회(회장 신흥선, 가농),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하원오, 전농),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 양옥희, 전여농), (사)전국쌀생산자협회(회장 김명기, 쌀협회)가 서울 경복궁역 앞에서 ‘이렇게는 못살겠다! 농업포기, 농민말살 윤석열정권퇴진 전국농민대회’를 열었다. 며칠째 계속된 장맛비로 전국 곳곳에서 농경지 침수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서도 이날 전국에서 농민 1,500여명이 모였다.

정홍균씨는 발언에서 “지난해 쌀값 폭락으로 2,000만원이 공중에서 사라졌다. 윤석열정부는 쌀을 덜 짓게 하기 위해 콩, 밀, 가루쌀을 재배하라며 온갖 사탕발림으로 농민을 유혹하고 농민 간 경쟁을 부추기지만, 그나마 자급률을 유지했던 쌀마저 이제 80%대로 떨어졌다”면서 “대통령, 장관 바뀔 때마다 당할 순 없다. 농민 스스로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실력과 힘을 가지지 않으면 계속 등외국민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절감하며 윤석열 퇴진까지 힘차게 투쟁하자”고 힘줘 말했다.

농민들은 이번 전국 농민대회의 개최 배경에 대해 윤석열정부가 △45년 만에 쌀값이 최대치로 폭락했음에도 쌀값 보장을 위한 최소 장치인 양곡관리법 개정안 거부 △생산비 폭등에도 농산물 가격 미 보장 △농산물 수입으로 고물가 책임을 농민에게 전가했기 때문이라고 대회사를 통해 밝혔다.

하원오 전농 의장과 양옥희 전여농 회장은 대회사에서 윤석열정부 들어 더욱 위기에 몰린 농민 생존권 문제뿐 아니라 세간에서 ‘검찰 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검찰 출신 인사들이 정부 요직에 배치된 점, 정권 비판 세력에 압수수색을 남발하는 상황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항한다는 이유로 전농 사무총장을 간첩 누명 씌워 구속하고 우리의 투쟁 의지를 꺾으려 한다”며 “하지만 농민을 비롯한 노동자, 빈민들은 윤석열정권의 폭주에 분노하는 모든 민중과 함께 반격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특히 농민들은 이날 정부가 올해 잇달아 물가 안정을 이유로 농축산물 저율할당관세(TRQ) 물량 증량을 추진해 국산 농축산물 가격 폭락을 초래하는 상황을 규탄했다. 농산물 수입 개방에 따른 국내 농산물 보호 장치인 TRQ는 제한된 물량만 저율관세로 들여오고 기준 물량을 초과하면 고관세를 매기는 제도인데도 정부가 이를 물가 조절용으로 남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한 농민이 윤석열정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에 따른 윤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을 비꼬는 우산을 펼친 후 ‘윤석열정권 퇴진’을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한 농민이 윤석열정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에 따른 윤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을 비꼬는 우산을 펼친 후 ‘윤석열정권 퇴진’을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윤동영(경남 거창)씨는 “기름값‧농약값‧비료값‧전기요금 안 오른 것이 없지만 농산물 가격은 오르지 않았다. 바로 이때까지 전농이 계속 반대 투쟁해온 수입 농산물 때문이다”라면서 “지금 가장 큰 문제는 TRQ다. 국내 농산물 수급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물가만 맞춰 수입을 남발하고 있다. 쌀만 해도 어떤가. 쌀 자급률이 90%가 넘을 때도 40만8,700톤이나 수입해 우리 쌀이 남아돌게 했다. 칼로스(미국 쌀)를 생산하는 미국 농민을 먹여 살리려는 건가. 우리 정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윤씨는 “칼로스 20kg 1포대에 4만원선이다. 여기에 513% 관세를 매겨 수입하면 약 10만원 정도 될 거다. 그럼 누가 칼로스를 사겠나”라며 “정부가 그토록 좋아하는 자유시장에 맡긴다면 오히려 쌀이 남을 일은 절대 없을 거다. 양파, 마늘도 마찬가지다. 조금만 생산량이 떨어지거나 가격이 오를라치면 바로 수입해 시장에 풀어버리니 이건 자유가 아니라 농산물 가격으로 농민을 못살게 구는 독재”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생산의 주체인 농민이 농산물 가격 결정권을 갖지 못한 데 따른 것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농민 서재식(충남 논산)씨는 “모든 물가와 농자재값이 오르는 데도 농산물 가격을 떨어뜨려 물가 잡겠다는 폭정은 농산물 가격 결정권이 농민에게 있지 않은 것에 기인한다”면서 “(이는)헌법이 규정한 정부의 농민 이익 보호 의무를 심각히 위반한 것이다. 현 농업 문제의 핵심은 역대 정권들이 농업‧농촌‧농민 무시 정책으로 일관한 결과이며, 농민이 국민에도 끼지 못하는 뼈아픈 현실임을 깨우쳐야 한다. 언제까지 당할 순 없다. 농민도 국민이다. 농민 생존권 쟁취하자”고 외쳤다.

제주 여성농민 강순희씨는 발언대에 올라 일본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방류를 인정한 윤석열정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강순희씨는 “핵오염수가 투기되면 해녀들의 생존권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건강권부터 문제다. 해녀들은 물질할 때 바닷물을 마실 수밖에 없는데 방사능으로 오염된 바닷물이 해녀들의 건강을 해치고 큰 병으로 이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굉장히 심각하다”면서 “작년 제주도는 태풍으로 큰 피해를 봤다. 원래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비가 좀 내려줘야 짠물이 내려가는데, 작년에는 비가 안 와 한라산 근처까지 짠물이 영향을 끼쳐 파종을 막 끝낸 당근과 무가 제초제 맞은 듯 까맣게 타기도 했다. 핵오염수도 어떻게든 육지에 피해를 줄 거다. 해녀와 어민의 생존권만이 아닌 농민과 국민의 생존권에 굉장히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똘똘 뭉쳐 핵오염수 투기를 막아내자”고 촉구했다.

이날 농민들은 전국농민대회를 마친 뒤 ‘못 살겠다 갈아엎자 윤석열정권 퇴진하라!’를 기조로 열린 ‘윤석열정권 퇴진 7.15 범국민대회’에 동참했다. 농민‧노동자‧빈민‧청년‧학생 등 각계각층에서 참여한 범국민대회에는 3만여명(주최측 추산)이 모인 가운데 경복궁역 앞에서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경복궁역에서부터 광화문광장을 거쳐 일본대사관 인근까지 행진하면서 “윤석열정권 퇴진하라”를 외쳤다. 범국민대회는 일본대사관 인근에 이르러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와 핵오염수 해양 투기 등 윤석열정부의 대일외교 정책을 규탄하는 상징의식을 펼치면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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