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도매시장,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해법’될까?

농식품부·aT, 스마트 APC 구축·온라인 도매시장 개설 등 중점 추진

경매제 유지 기조 속 농산물 유통 ‘구조적 문제’ 해결에 의문 뒤따라

  • 입력 2023.04.02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올해 초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의 ‘농산물 도매시장 유통구조 개선 추진’ 발표 이후 이와 관련된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3일 ‘도매시장의 구조적 유통문제 해결’을 위해「농산물 온라인 도매거래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하며 온라인 도매시장 도입·확산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섰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장 김춘진, aT)도 지난달 28일 온라인 경매 확대를 골자로 한 2023년 농산물 디지털 전환 추진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농식품부가 농산물 도매시장 유통구조 개선을 전면에 내세운 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과제 추진을 비롯해 도매시장 개혁 요구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농식품부는 지난 2월 24일 개설작업반 구성을 발표하며 올해 11월 30일 온라인 도매시장 출범을 목표로 삼았다. 농식품부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오프라인 도매시장 비효율성 개선 △거래 규제 완화 및 경쟁 촉진을 통한 물류 최적화 △시·공간 제약 없는 전국단위 통합 거래 실현 등을 위해 aT로 하여금 온라인도매시장을 개설·운영토록 했고, 도매시장법인 제3자 판매금지, 품목 제한, 중도매인 직접 집하 금지 등의 규제를 폐지해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문제는 온라인 도매시장이 기존 경매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이상 농산물 유통의 구조적 개선이 이뤄질 수 없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당초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필요성이 대두된 이유가 기존 도매시장의 경매제도에 있는 만큼 경매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도매시장 역시 농수산물 가격 폭등락을 부추기는 현행 농산물 유통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백혜숙 (사)농정전환실천네트워크 이사는 “가락시장 경매제에 대한 문제가 방송과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이는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에 대한 여론으로 증폭됐다. 이에 대응해 농식품부에선 온라인 경매를 전면에 내세운 상황인데 경매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점이 존재하는 한 이걸 온라인으로 옮겼다고 출하 농산물 가격 폭등락 등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순 없는 것이다”라며 “이에 대응해 정가 수의매매 활성화를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됐든 소농들은 기존 농협 계통출하 등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 경우 농협이나 유통상인 등이 출하자로 가격 결정에 참여하는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기 때문에 농산물 유통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오히려 계약재배 확대나 직거래 도매 활성화 등을 꾀하는 게 맞다고 본다. 때문에 농민한테도 좋고 소비자인 도시민에게도 좋게 유통구조를 개선할 거면 온라인 경매를 추진·확대할 게 아니라 직거래 도매 시스템을 정착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온라인 경매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생산자단체에서도 온라인 경매 도입·확대에 대한 우려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사진·영상 등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거래가 산물을 얼마나 자세히 담아낼 수 있을지, 이를 바탕으로 한 경매가 현장에 정착될 수 있을지 등의 걱정을 내비치고 있는데 이는 도매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