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돌봄, 지역 먹거리계획 핵심의제 중 하나로 다뤄야”

인터뷰 l 황영모 전북연구원 산업경제연구부 연구위원

  • 입력 2022.12.11 18:00
  • 수정 2022.12.13 17:26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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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황영모 전북연구원 산업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국내 농업·먹거리문제 전문가 중 ‘먹거리돌봄과 지역 먹거리체계의 연결’ 필요성을 주창해 온 대표적 인물이다. 황 연구위원은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사회통합돌봄’ 사업에서 먹거리돌봄 영역을 주된 영역 중 하나로 다뤄야 하며, 지역먹거리를 먹거리돌봄 식재료로서 공급하기 위한 실행체계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7일 전주시 전북연구원에서 만난 황 연구위원의 이야기를 정리한다.

‘먹거리돌봄’의 정의는?

먹거리돌봄이란 사람이 생애주기 속에서 겪게 되는 먹거리 취약성 문제, 즉 건강한 먹거리를 일상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하는 조치라 볼 수 있다. 현재 먹거리돌봄이 이뤄지는 형태는 먹거리 취약계층에게 양적으로 충분하고, 질적으로 적절한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다.

먹거리 취약성은 경제적 저소득 계층이나 신체적 취약자에게만 나타나는 문제일까? 아니다. 누구든지 생애주기 속에서 겪을 수 있다. 예컨대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의 사례를 들 수 있으며, 2020년 코로나19라는 외부충격이 사회 시스템을 중단시켰을 때도 시민의 먹거리 취약성 문제가 대두됐다. 먹거리 취약성은 개인 단위로 나타나지 않고 가족 단위, 집단 단위로 나타나기에 더욱 심각한 문제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먹거리돌봄을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2019년부터 정부는 ‘지역사회통합돌봄’ 사업을 추진 중인데, 먹거리돌봄이 여기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역사회통합돌봄 사업은 크게 세 가지 영역(소득보장, 건강의료보장, 돌봄보장)으로 나뉘는데, 먹거리돌봄 관련 내용은 돌봄보장의 하위 영역에 속한다. 그 중요성에 비해 크게 부각되지 않는 상황이다. 해당 사업에서 먹거리돌봄 관련 내용은 취약계층에 대한 식사 배달 서비스 및 영양중재, 즉 영양 섭취가 어려운 고령자나 거동이 불편한 분들의 식사를 도와주는 것 등의 내용이 들어가 있다.

이에 지역사회통합돌봄법안에서 먹거리돌봄 영역을 기존 3대 영역과 별도의 영역으로 분리하자는 내용과 함께, 먹거리돌봄 과정에서 식생활교육 관련 내용도 포함돼야 한다고 촉구하는 중이다.

지역별 먹거리돌봄 사례를 ‘지역먹거리와의 연계’ 측면에선 어떻게 바라보나?

아직 대다수의 먹거리돌봄 노력은 지역먹거리 체계 속에서 추진된다고 보긴 어렵고, 지역농업과 충분히 연계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돌봄서비스의 단가 문제가 현실적 어려움으로 지적된다. 예컨대 전북 전주시에서 진행하는 ‘밥 굶는 아이 없는 엄마의 밥상’ 프로그램의 경우 1식당 단가를 3,000~4,000원으로 맞추다 보니 주민이 만족하는 수준의 반찬과 밥을 제공하기 쉽지 않다. 부족한 단가에 식재료를 맞춰야 하니 다양한 지역먹거리를 활용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또한 대다수 지역 먹거리체계 속 먹거리 생산·소비 구조가 직매장과 학교급식이라는 주요 영역을 중심으로 구성되다 보니, 먹거리돌봄 영역에서 공급되는 식재료 양이 많지 않은 문제도 있다.

기존 로컬푸드 운동 진영에서 먹거리돌봄 문제에 대해 많은 비중을 두지 않았던 측면도 있다. 지역사회 먹거리돌봄 관련 내용은 농업계를 중심으로 논의됐다기보단 사회·복지운동 주체들에 의해 논의된 바 있는데, 이제 푸드플랜을 통해 지역 먹거리체계라는 큰 우산 아래서 농업계와 사회·복지운동 주체 간의 먹거리돌봄 문제에 대한 논의도 활성화될 필요가 있겠다.

그렇다면 지역사회 먹거리돌봄을 위한 ‘실행체계 구축’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지역 먹거리계획의 협치조직으로서 먹거리위원회가 각지에서 구성됐는데, 대다수 지역의 먹거리계획이 지역생산·지역소비·지역유통·학교급식·공공급식 등 5가지 영역을 핵심 내용으로 삼다 보니, 계획을 논의·실행하는 먹거리위원회 구성원도 생산자·소비자와 학교급식 관계자, 직매장 관계자 정도로 구성됐다.

먹거리돌봄 분야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다. 향후 지역 먹거리계획 속에서 먹거리돌봄을 핵심전략 중 하나로 강조하면서, 먹거리위원회 내에도 먹거리돌봄 실천주체의 위원 참여를 보장하는 것과 함께 먹거리돌봄 분과의 별도 설치도 필요하다.

먹거리돌봄 주체의 참여를 보장하면, 지역사회에서 건강한 식재료를 푸드뱅크·공유냉장고 등 먹거리돌봄 실천거점에 어떤 식으로 채워 넣을지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대전시 동구에선 13개 주민단체가 모여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구성한 뒤, 지역 소상공인이 참여하는 ‘채움가게’를 통해 라면·냉동식품 대신 지역 콩나물 국밥집에서 정기적으로 콩나물국을, 정육점에서 고기를, 반찬가게에서 각종 반찬을 넣는 식으로 다양한 먹거리를 채우고 있다.

먹거리돌봄 발전을 위해 중앙정부에선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그동안 중앙정부 먹거리돌봄 관련 사업엔 식재료를 지역산 식재료로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보니, 보건복지부 주관 영양플러스 사업에선 단백질 식품으로 참치캔이 들어가는 등의 상황이 반복됐다.

그나마 지난해 말 농업·농촌 식품산업기본법 개정으로 먹거리돌봄 식재료로 지역산 식재료를 쓰라는 근거가 마련된 바 있다. 영양플러스 사업, 농식품부 임산부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 등 정부 부처의 식품지원 프로그램 식재료 조달·공급을 지역 먹거리통합지원센터가 담당하는 방안, 개별 식품지원 사업과 지역 먹거리계획 간 연계를 통한 식재료 공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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