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돌봄, 이 땅의 먹거리와 연계시키자

  • 입력 2022.12.11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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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전북 익산 사회적협동조합 청소년자립학교가 운영하는 청년식당에서 지난 8일 직원들이 관내 결식아동·청소년 50명에게 전달할 도시락 반찬을 포장하고 있다. 이날 반찬으론 제육볶음과 카레, 시금치무침, 멸치볶음, 감자볶음, 콩자반이 마련됐다. 한승호 기자
전북 익산 사회적협동조합 청소년자립학교가 운영하는 청년식당에서 지난 8일 직원들이 관내 결식아동·청소년 50명에게 전달할 도시락 반찬을 포장하고 있다. 이날 반찬으론 제육볶음과 카레, 시금치무침, 멸치볶음, 감자볶음, 콩자반이 마련됐다. 한승호 기자

범유행전염병과 경제위기, 고령화로 시름겨운 시대를 거치며 ‘돌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고령층과 질병을 겪고 있는 시민, 또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시민에 대한 돌봄을 어찌할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는 중이다.

그러나 의외로 돌봄 영역에서 ‘먹거리돌봄’은 그리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먹거리돌봄이란 먹거리기본권을 누리기 어려운 사람이 건강한 먹거리를 일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의미라 볼 수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정부 선도사업으로 추진 중인 ‘지역사회통합돌봄’ 사업 속에서도 먹거리돌봄은 하위 영역에 속해 있을 뿐이다.

먹거리돌봄 의제는 농민·먹거리운동 시민사회 내 의제 중에서도 사실상 하위 영역이었다. 2000년대 초반 이래 학교에서의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한 논의, 그에 이은 시민운동이 본격화되면서 학교급식과 지역농업 간 연계가 급속도로 강화되고, 군대 및 어린이집·유치원 등에서의 친환경 공공급식 확대 논의가 강화되는 과정에서도, 먹거리돌봄 의제는 공공급식 영역과 비교하면 하위 영역의 의제로 취급됐다.

그러나 2020년 이래 들이닥친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먹거리돌봄 의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고립됐다. ‘코로나 장발장’, 즉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속에서 끼니를 때우기 위해 먹을 것을 훔치는 생계형 범죄가 늘어났다. 식당이 문을 닫아 (식재료 조리법을 모르는 상태에서) 라면 등 즉석 가공식품 외엔 어떤 먹거리도 이용할 수 없는 시민이 늘어나고, 학생들이 학교급식도 이용할 수 없던 상황에서, 우리는 우리 모두가 ‘먹거리 취약계층’임을 깨달았다.

일부 지자체에선 코로나 장발장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다. 경기도의 경우 2020년 12월부터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 운영을 통해 생계위기를 겪는 시민에게 먹거리를 ‘그냥’ 제공하는 파격을 선보인 바 있으며, 지난해 6월엔 ‘그냥드림텃밭’ 조성을 통해 도내 도시텃밭에서 생산한 상추·고추·가지·감자 등의 농산물을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에 주 1회 제공하기도 했다.

먹거리돌봄을 위해 나서는 지자체가 늘어나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좀 더 고민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기왕 먹거리돌봄에 나선다면, 그것이 농업을 포함한 지역먹거리 정책과 연계된다면 어떨까.

일부 지자체에서 결식아동·청소년에 대한 아침 도시락 제공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이 정책들은 지역 먹거리계획(푸드플랜)에 포함된 채 진행된다기보단 ‘일부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 복지정책으로서 진행되고 있다. 지역산 먹거리(같은 행정구역 내 먹거리 이외의 인근 지역 농축산물도 포함)가 일상적으로 공급되는 구조라 보기도 어렵다. 경기도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와 그냥드림텃밭 사업의 연계가 ‘지역 내 건강한 먹거리 공급’이란 측면에서 진일보한 측면이 있었지만, 해당 사업은 코로나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진행할 예정이었기에 올해를 끝으로 종료된다.

결국 지역 먹거리계획을 제대로 운영하며 먹거리돌봄을 지역농업·먹거리와 연계하는 것, 먹거리돌봄을 시혜적·일시적 사업으로 여기는 대신 전체 주민의 먹거리기본권을 포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중장기적 관점에서 진행하는 것 등이 과제라 할 수 있다. 최근 각지의 민간영역에서 먹거리돌봄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려면 향후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모색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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