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농업·농촌 정책 기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 - 종합토론, 청중토론

  • 입력 2022.12.04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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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농민·농업·농촌 정책 기본법’ 제정, 의미있는 첫 걸음

본지가 주관하고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진보당, 이개호·신정훈·안호영·이원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 윤미향 무소속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한 ‘농민·농업·농촌 정책 기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달 28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렸다.

농민기본법 제정을 위한 그동안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법안 마련의 필요성, 법안에 담긴 내용과 그 의미를 나누기 위해서다. 토론에는 발제자 및 토론자를 비롯해 5만 국민청원에 앞장섰던 전국의 농민들과 지자체 관계자 등도 참석해 4시간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자리를 지켰다.

한편 같은날 토론회에 앞서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은 전국 농민 2차 릴레이 상경투쟁의 막을 열었다. 세찬 겨울비가 내렸지만 농민들은 다시금 트럭에 쌀을 싣고 지난달 16일 전국농민대회 이후에도 해결되지 않은 쌀값 폭락 및 농업생산비 대책 마련, 양곡관리법 전면개정을 재차 촉구했고 농업·농촌·농민 현실을 외면한 농업 예산 편성을 규탄했다.

농정 틀 전환을 통한 농업 대개혁을 주장하는 농민들에게 농민기본법 제정은 법률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역에서부터 손으로 직접 일군 노력의 결과며, 지속가능한 농업과 식량주권 사수를 위한 필수요소다. 이날 토론회를 지상 중계한다.

기록 장수지·김수나 기자, 정리 장수지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토론 농정 전환 기본 법체계 정비 취지에 깊이 공감

이호중 더불어민주당 농림축산식품전문위원

농민과 농업에 국가의 경제, 생태, 사회 원천이 있다. 건강한 국민먹거리와 식량주권, 농민 기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농정을 대전환해야 한다. 농민기본법 제정의 취지가 바로 대전환 시대의 농업·농민·농촌 위상을 법제화하는 데 있다. 이런 취지라면 농민기본법은 과거 농정에 대한 평가와 새로운 청사진에 입각해야 한다.

법안을 검토해보자면 제2장에 담은 농민권리를 시대 규정으로 전환해 그 안에 농민권리와 농업·농촌의 가치·위상을 담고 새로운 시대 농촌의 가치를 망라할 수 있으면 한다.

제4장은 우리가 지향하는 새로운 농정 전환의 정책 골격의 장인만큼 그에 맞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7절의 ‘생산고도화’라는 표현은 과거 경쟁력 지상주의로 생산과 효율성만 추구하는 농정에서 주로 쓰는 표현이므로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5장에는 추진방안이 담겨야 한다. 자치분권 농정으로 가야 한다는 걸 분명히 명시하고, 예산 구조 개편 문제도 꼭 포함해야 한다.

현재 법안은 완결성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 내용이 방대하고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선행연구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계속 보완해 나가야 할 것 같다.

토론 제도 개혁 위한 농민기본법, 촛불혁명에서 시작

안주용 진보당 나주시위원장

촛불혁명과 사회대개혁을 요구하는 흐름 속에 농민 진영에선 농업혁명을 내건 농민헌법 제정에 앞장섰다. 결국 반영되지 못했지만 농민헌법을 바랐던 농민들의 흐름이 농민기본법 제정이라는 큰 물줄기로 이어졌고 여기에는 전국적인 농민수당 추진 운동도 그 몫을 했다.

농민수당 운동을 하면서 얻은 교훈 중 하나가 농민계층에 대한 정확한 규정이 없으면 안 되겠다는 것이었다. 산업화를 거치며 제대로 된 ‘계급(계층)’으로 정리되지 못한 농민의 권리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본법은 농민에 대한 개념을 포괄적으로 가져가되 농업정책 추진이라는 측면에서는 적용 대상을 세밀하게 적시하는 방향으로 농민에 대한 개념을 만들어야 한다. 큰 방향은 잡았지만 아직도 여전히 채워야 할 내용이 많다.

또 기본법은 새로운 시대적 전망을 공공농업으로 제시해야 한다. 토론 과정에서 공공농업의 적절성에 대한 공감은 도출됐지만 수많은 농민과 이를 공유하는 시간적 과정과 연구·검토가 부족했다. 현실적으로 공공농업 대신 국가책임농정이 현실적으로 제시됐다. 공공농업으로 넘어가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거라 보지만 더 많은 연구·논의로 그 영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토론 시기적절한 농민기본법 제정, 고쳐야 할 쟁점도

박웅두 정의당 전 농어민먹거리위원장

농민기본법 개정안을 위한 5만 국민청원이 한 달 만에 완료된 것은 농업·농촌·농민을 둘러싼 위기가 고조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농민기본법에 유엔 농민권리선언의 정신을 반영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생산 주체이자 농촌공동체의 주인인 농민과 여성농민, 농업노동자, 외국인 농업노동자의 권리를 법체계 안에 담아낸 것은 사람 중심 농정을 뒷받침하는 법률안의 성격을 분명히 하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기존 농업식품기본법의 식품 관련 내용을 삭제하고 먹거리기본법(가칭)으로 대체하는 것은 ‘농업-식품산업 일원화’라는 농업계 투쟁성과를 무위로 돌리는 것과 같다. 농민기본법에서 해당 내용을 제외하는 것이 맞는지 재고해야 한다.

아울러 정책 대상으로서의 농민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도 문제다. 법안에서처럼 농민의 개념을 확장하면 사업 영역에 따라 정책적으로 선별하고 대상을 특화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또 소농 적정소득 보장을 위한 공익직불제 시행도 농민 내에서 소득불균형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같은 농민이라 해도 수령 폭이 매우 넓어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어서다. 농민기본법이 농민 내 불평등 해소 수단으로 활용되면 좋겠다.

토론 구조적 문제 해결 위해 각개격파 형태 개선해야

유찬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농민기본법 제정 취지와 내용에 공감하지만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 지금의 법안으론 농업·농촌의 여러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기술적 문제도 있고 현재 성안된 기본법은 농민 정의와 농지, 그리고 정책지원이라는 각각의 농업·농촌 문제를 각개격파하려는 느낌이 크다.

먼저 농지관리청 신설에 대한 부분이다. 농지법 개정으로 지역에 농지위원회를 설치할 근거가 마련돼 농지관리청을 별도로 둬야 할 이유가 부족하다.

또 농민등록제 신설의 경우 조금 성급하다는 생각이다. 논의가 더 복잡해질 우려도 있다. 이에 기본법 제정에 앞서 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먼저 손보고 농민등록제를 의무화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농민수당 제정은 적극 지지한다. 지역 경제 기여도 때문이다. 지자체가 농민수당으로 7,900억원을 지급했을 때 지역에서 도는 돈의 규모는 1조4,000억원 이상이다. 혜택을 농민과 지역주민 모두가 누린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를 별도로 법제화하기보다는 선택직불제와 통합 운영하는 방식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이중 지원 논란을 피하고 지역 특성을 고려하는 한편 농민과 농촌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론 공공농업 실현 위한 기본법 제정은 시대의 요구

박형대 전남도의원

1999년 농업·농촌기본법이 제정되며 관련 내용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당시는 우리나라에서 세계화 물길이 가장 거세게 일어났던 때다.

이 시기 정부는 오직 자본의 입장에서 농업을 희생양으로 삼아 더 많은 경제적 혜택을 얻고자 했다. 모든 게 법에 그대로 드러난다. 2007년 제정된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농업식품기본법)’의 핵심 역시 경쟁력과 효율성 추구다. 결과적으로 이 법에 의해 오늘날 우리나라 농업·농촌은 희망을 찾을 수 없게 됐다.

이에 ‘농민·농업·농촌 정책 기본법(농민기본법)’은 정말 절박한 요구고 미래를 위해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생각한다. 농민기본법 제정으로 식량자급률과 농지 보전, 농산물 적정가격 등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국가 책임 전환 농정의 필요성이 바로 여기 있다. 그리고 농민기본법안은 이걸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농업식품기본법으로는 농업을 살릴 수 없다. 농업·농촌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있다. 농업·농촌·농민을 살리기 위해 농민기본법 제정을 더 이상 미룰 순 없다. 농민운동 진영에서 힘차게 외치고 나가면 모든 사회구성원이 함께 화답할 것이다.

토론 기본법의 방향성, 농식품부 정책과 다르지 않다

이재식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정책과장

농림축산식품부의 우선순위는 농민이라는 점을 우선 알아주면 좋겠다.

농민기본법 중 농민 정의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자면,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스마트팜·수직농장 등 새롭게 농업을 이끄는 이들이 생겨나는데 이들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선을 그으면 안팎이 구별되고 사각지대와 편법이 생길 수 있다.

농식품부는 식량주권과 농업의 경영안정, 농업 성장·혁신, 안정적인 국민 먹거리 공급, 살기 좋고 매력적인 농촌 만들기 등 5가지 주요 정책 과제를 추진·계획 중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식량자급률이다. 목표치를 재설정하고 가루쌀과 통밀 생산·비축·소비기반을 늘려 식량자급률을 전체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식량 자급기반은 결국 농지에서 나온다. 적정 농지 확보를 위해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를 어떻게 보전할지 다듬어 갈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농촌 난개발을 막고 농촌 정비여건을 개선하는 것에 목적을 둔 농촌공간계획법이 현재 논의 중이다. 농촌마을의 공장·축사 등 위해시설을 이전·재배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차질없이 준비해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

좌장 기본법 제정에 앞서 관계부처 변화해야

김은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금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농업식품기본법)에 따른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이 올해로 끝나고, 내년에 새로운 5차 계획이 나와야 한다.

현재 계획(2018~2022년)에 들어간 내용 중 하나가 식량자급률 제고였는데, 목표가 54%였고 목표 달성을 위한 농지 규모도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식량자급 목표 54% 달성에 필요한 농지규모는 2019년에 이미 무너졌다. 5개년 계획을 세웠는데 1년도 못 지킨 것이다.

다음 5개년 계획도 걱정이다. 정부는 5개년 계획을 어떻게든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농지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대한 농민들의 관심이 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토교통부와 미친 듯이 싸워야 한다. 국토부에서는 산업단지를 만들기 위해 농지를 전용한다. 마음대로 전용할 수 있다. 농식품부가 맞서야 한다. 5개년 계획 달성에 필요한 농지가 이만큼인데 왜 자꾸 전용하는 거냐고 싸워야 한다. 농식품부 공무원이 해야 할 일이 바로 이거다. ‘노력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대답만 할 게 아니라 우리가 이렇게 싸울 테니 농민들도 함께해 달라고 해야 한다. 이런 공무원이 나타나길 기다린다.

청중토론 정부의 태도·인식 변화 재차 촉구

이날 청중토론에선 농림축산식품부 를 향한 질의가 주를 이뤘다. 정책 담당자로서 농민·농업·농촌 정책 기본법 제정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앞으로 펼쳐질 지난한 투쟁에 농식품부는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등에 대해 물은 농민들은 오늘날 농촌 현장의 상황을 전하며 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문철 단양군농민회 사무국장은 “농민기본법 제정에 지난한 투쟁이 예상된다”며 농촌·농지 파괴에 대한 농식품부의 대책을 지적했고, 이석하 영광군농민회 사무국장은 “기본법 전면개정에 대한 농업정책과장의 견해는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노병남 영광군농민회장 역시 “절박한 농업·농촌·농민 문제 해결을 위한 농민기본법 제정이 실현가능하다고 보는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이에 이재식 농식품부 농촌정책과장은 “고쳐야 될 부분이 굉장히 많다. 법률간 충돌·중복 문제도 있지만 앞으로의 논의 과정에서 정리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식량자급률 확보와 이를 위한 농지 보전, 지역먹거리 체계 등에 대한 오늘 의견을 충분히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정리했다.

한편 이밖에도 먹거리기본법과 농민기본법 연계 필요성, 지역 먹거리 체계 구축 방안, 농산물 적정가격 결정 구조 마련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4시간 가까이 자리를 지킨 농민들은 앞으로 지역 현장 등에서 추가적으로 진행될 논의에도 관심을 보였다.

미래 국가경쟁력은 단순히 경쟁력이나 산업 발전을 넘어 식량주권 확보에 달려있다. 농업의 위기는 대한민국 ‘생명줄’의 위기다. 농업의 가치와 농촌의 역할을 고민하고 굳건히 그 기반을 다져야 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과 정책, 철학을 담은 ‘국가책임농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수만 농민들의 염원이 담긴 국민동의 청원은 농정의 근본적 전환을 모색하고 현행법의 한계를 뼈대부터 바꾸기 위한 노력이었다. 농업이 직면한 위기를 진단하고 정부의 역할을 다시 정립하는 농정개혁 과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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