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농업·농촌 정책 기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 - 주제발표

  • 입력 2022.12.04 18:00
  • 수정 2022.12.04 19:47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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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농민·농업·농촌 정책 기본법’ 제정, 의미있는 첫 걸음

본지가 주관하고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진보당, 이개호·신정훈·안호영·이원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 윤미향 무소속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한 ‘농민·농업·농촌 정책 기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달 28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렸다.

농민기본법 제정을 위한 그동안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법안 마련의 필요성, 법안에 담긴 내용과 그 의미를 나누기 위해서다. 토론에는 발제자 및 토론자를 비롯해 5만 국민청원에 앞장섰던 전국의 농민들과 지자체 관계자 등도 참석해 4시간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자리를 지켰다.

한편 같은날 토론회에 앞서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은 전국 농민 2차 릴레이 상경투쟁의 막을 열었다. 세찬 겨울비가 내렸지만 농민들은 다시금 트럭에 쌀을 싣고 지난달 16일 전국농민대회 이후에도 해결되지 않은 쌀값 폭락 및 농업생산비 대책 마련, 양곡관리법 전면개정을 재차 촉구했고 농업·농촌·농민 현실을 외면한 농업 예산 편성을 규탄했다.

농정 틀 전환을 통한 농업 대개혁을 주장하는 농민들에게 농민기본법 제정은 법률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역에서부터 손으로 직접 일군 노력의 결과며, 지속가능한 농업과 식량주권 사수를 위한 필수요소다. 이날 토론회를 지상 중계한다.

기록 장수지·김수나 기자, 정리 장수지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지난달 28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농민·농업·농촌 정책 기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농민기본법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농민·농업·농촌 정책 기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농민기본법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주제발표 ‘농민·농업·농촌 정책 기본법’ 제정, 모두를 위한 농업 대개혁

이정희 국민입법센터 대표

「헌법」제123조 제4항에 ‘국가는 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한다’고 적혀 있다. 농축수산물 수급균형과 유통구조 개선에 노력해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하라는 의미다.

「농민·농업·농촌 정책 기본법(농민기본법)」은 이러한 헌법과 2018년 유엔 농민권리선언, 30년 농민운동의 역사를 담아 성안했다. 농민기본법은 기존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농업식품기본법)」의 문제의식에 따라 전부 개정안 형식을 띈다.

농민기본법안의 가장 큰 변화는 농민이 법률 제일 앞에 온다는 것이다. 유엔 농민권리선언을 반영해 농민에 대한 정의를 제1장 제3조에 담았다. 농민을 폭넓게 정의하되 직불금이나 농지 소유, 농민수당 등 개별 정책 적용에 필요한 대상은 별도로 규정했다. 현행법의 농지면적과 판매액, 농업 종사일수 등의 요건을 삭제해 기존 범위에서 제외된 여성농민과 은퇴농, 농촌 거주 농업노동자 및 다원적 기능 종사자 모두를 농민에 포함시켰다. 농업법인 정의에도 변화를 뒀다.

제2장에는 농민권리를 담았다. 식량주권, 종자권, 안전하게 농사지을 권리, 유전자변형 생물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물에 대한 권리와 농산물 가공권, 농업노동자의 권리까지 폭넓게 포함한다. 여성농민에 대한 동등대우 정책 수립·시행을 담았으며, 가족 구성원의 평등 권리 보장과 농업노동자에 대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도 선언했다.

아울러 식량주권은 농민기본법안의 기본이념이다. 법안은 곡물, 열량자급률의 분명한 목표치를 제시하며, 농민·농업·농촌 정책 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이관해 식량자급 목표 실현 이행현황을 매년 점검·보고토록 했다. 또 농민 소득 보장을 위해 주요농산물 공공수급제와 공익직불제 보완 조항, 농민수당을 담았다.

이렇게 두다가는 농지가 얼마나 남아날까 하는 걱정에 농지 소유 제한도 강력히 규정했다. 농업회사법인의 농지보유 자격을 농지법 도입 당시 수준으로 환원하고 농지 소유의 예외적 허용은 축소시켰다. 단 제주특별자치도는 예외적 허용에서도 제외했다. 농지면적 보전을 위해 공공농지를 확충하도록 하고 농지관리청을 신설해 농지 임대차 현황을 일괄 파악·관리하는 한편 임차인 보호에 앞장서게 했다. 또 농지총량관리제 및 우량농지 확보 목표를 설정하도록 했고 농촌 복리 증진 목적이 아니라면 농지 전용을 못하도록 제한했다.

이밖에 기후위기 대응은 농업 생산·가공·유통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비용 등을 지원하고 재생에너지 시설 난개발을 방지하는 조항으로 넣었고, 농촌 난개발을 막기 위한 조항과 의료서비스, 돌봄, 다문화가족 지원 확충 등도 포함했다.

남북 주민 모두의 식량권 보장을 위해 남북농업협력 확대 내용도 담고 있다. 또 통상협정 체결 시 식량자급률을 고려하고 농민 참여를 보장하게 했다. 영향평가 결과와 달리 특정 품목에 대한 중대 피해가 발생한다면 통상조약 개정 추진 등의 대책을 강구하도록 한 게 골자다.

결과적으로 농민기본법안의 핵심은 바로 기후·식량위기 시대에 농업 대개혁으로 우리 모두를 구하자는 것이며 식량주권을 실현하자는 것이다.

 

주제발표 농업에 닥친 동시다발적 불안요인, 기본법 제정으로 해결해야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농업 현실을 먼저 되돌아보자면, 지난 1~2년 사이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기후와 코로나19로 피어오른 식량위기 전쟁위기로 폭발했다. 세계는 2019년부터 코로나19라는 대위기를 겪으며 식량위기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하게 됐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국방력을 강화하듯이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식량주권을 확보하는데 국가의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전 세계가 식량위기에 대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만은 거꾸로 가고 있는 모양새다. 신개방주의 농정이라는 낡은 틀에 갇혀 식량주권을 외면하고 있다. 이 사이 우리 농업은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물가와 금리, 환율이 동시에 상승하는 3고 시대를 맞아 생산비 폭등이라는 직격타를 맞았다. 반면 (사)전국쌀생산자협회 발표에 따르면 지난 9월 25일 산지 평균 쌀값은 지난해 대비 24.9% 폭락했다. 농민들은 논 200평 당 약 14만원 적자를 입게 돼 빚더미에 나앉게 됐다. 농민은 파산 위기에 처해 있고 농업·농촌은 파탄 위기다.

농민기본법이 제안된 이유는 이러한 농업·농촌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인구 감소 및 고령화로 인한 지역 소멸 위기와 농촌 난개발, 수급 불안정으로 인한 농업·농촌의 생산 지속성 감소, 기후위기로 인한 농작물 피해, 대규모 가축질병, 감염병과 전쟁으로 인한 국제 정세 변화 등 먹거리의 안정적 공급을 가로막는 요인이 폭발하고 있다. 이러한 동시다발적 불안요인은 산발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근본문제를 찾고 힘을 집중해야 해결할 수 있다. 또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 농업이 그간 같은 문제를 반복해왔던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현안이 발생하면 그것에 대응하기 급급했을 뿐 근본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구조적 대책이 전무했다. 농업을 바라보는 관점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국가가 농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어떤 농정을 펼칠 것인지 그 철학을 담은 기본법이 잘못돼서다. 이제 농정의 틀을 바꿔야 한다.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한 소비자로서 국민들도 새로운 농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농정을 바꾸기 위해선 농업 관련 80개 법류의 모법인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농업식품기본법)」부터 바꿔야 한다.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에 기반해 제정된 농업식품기본법은 식량자급률 확보방안, 농민의 권리, 농산물 최저가격보장, 농지 보전 등 그 어떤 것도 담고 있지 않다. 또 반복되는 기후위기와 감염병, 요동치는 국제정세 속에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농업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관점, 새로운 농정 철학을 담은 새로운 기본법이 필요한 이유다. 국민 먹거리를 공공재로 인식하고 그걸 생산하는 농업·농촌·농민을 공공의 영역에서 책임지고 지속시키는 농정, 즉 국가책임농정과 그 철학의 필요성이 기본법 제정의 배경이다.

농민수당과 농민수당을 뒷받침하는 조례를 농민 손으로 직접 만들었듯 농민기본법도 농민들의 올바른 이해와 많은 호응으로 제정할 수 있을 거라 본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지역에서 관련 논의를 더욱 활성화시켜 개선해 나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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