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생산확대·품질강화’ 성과 거둔 군산 회현농협

밀 품질 상승 위해 철저하게 순도 관리
토양검정 통한 적정시비 노력도 강화

  • 입력 2022.10.16 18:00
  • 수정 2022.10.20 18:57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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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전북 군산시 회현농협의 미곡종합처리장(RPC). 지역 농민들이 회현농협과의 계약을 통해 재배한 밀은 이곳으로 온다.
전북 군산시 회현농협의 미곡종합처리장(RPC). 지역 농민들이 회현농협과의 계약을 통해 재배한 밀은 이곳으로 온다.
군산 회현농협의 밀 건조시설.
군산 회현농협의 밀 건조시설.

명맥만 유지하던 지역 내 국산 밀의 생산 확대와 함께 밀 품질 상승 노력도 기울이는 전북 군산시 회현농업협동조합(조합장 김기동, 회현농협)의 사례가 눈에 띈다.

회현농협이 위치한 군산시 회현면 일대 농민들은 2020년까진 이모작 작물로서 흰찰쌀보리를 많이 심었다. 과거 회현면에서도 국산 밀을 재배했으나 수입밀의 파고 속에서 점차 밀 재배농가가 줄었다. 그러나 흰찰쌀보리 재배를 선택하는 농가가 늘면서 흰찰쌀보리 수취가격은 갈수록 하락했고, 농민들의 수익은 불안정해졌다.

농가 수익을 위해 골몰하던 회현농협의 선택은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장 김춘진, aT)가 진행한 ‘국산 밀 생산단지 경영체 육성 교육·컨설팅 지원사업’ 참가였다. 정부가 국산 밀을 대대적으로 육성하고 수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회현농협은 지역에서 국산 밀도 부활시키고 농협 조합원의 밀 생산 참여를 통해 농가 수익도 거둔다는 생각으로 사업에 참여했다.

사업 참여 첫해였던 지난해 7월, 50ha 면적의 농지에서 수확한 약 250톤의 금강밀을, 올해는 지난해보다 약간 줄어든 46ha 면적의 농지(일부 파종이 안 된 곳이 있어 재배면적이 일시적으로 줄었다)에서 수확한 약 283톤의 새금강밀을 정부에서 저장용으로 수매했다. 재배면적은 약간 줄었지만 수확량은 오히려 더 늘어났다.

수확량 증대엔 여러 요인이 있었다. 우선 새금강밀이 기존 금강밀보다 수확량이 높은 품종이기도 하며, 올해 군산에선 밀 재배에 적합하게도 건조한 날씨가 이어졌다. 이에 더해 컨설팅업체((주)미래농업전략연구원)와의 협업하에 맥류 병해충 방제 및 토양검정을 통한 적정시비 과정에서도 성과가 있었다는 게 강형석 회현농협 미곡종합처리장장의 설명이다.

강형석 회현농협 미곡종합처리장장이 RPC에서 밀의 불순물을 걸러내는 시설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강형석 회현농협 미곡종합처리장장이 RPC에서 밀의 불순물을 걸러내는 시설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회현농협이 사업 과정에서 특히 중점적으로 노력한 과제가 바로 밀 품종의 ‘순도 관리’였다. 어느 밀 품종이든 벼·보리 등 타 작물은 물론이고 다른 밀 품종과도 섞이면 순도, 즉 맛을 비롯한 해당 밀 품종 특유의 성질을 잃게 된다. 예컨대 금강밀과 새금강밀이 섞인 밀가루는 가공 빵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거나 국수 면이 툭툭 끊기는 상황이 발생한다.

순도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미래농업전략연구원 측 관계자는 “순도가 낮은 밀은 아예 (정부) 수매가 안 된다. 밀 순도가 80% 이상이어야 1등급 밀이며, 아무리 낮아도 순도가 60% 이상은 돼야 수매가 가능하다”며 “따라서 수매가 가능한 순도를 확보하는 것이 해당 사업의 관건으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강 장장은 “올해는 농가 재배단계에서부터 순도 유지를 위해 옆의 논·밭으로부터 타 작물 또는 밀 종자 등 불순물이 섞이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했다. 또한 밀식 파종(밀 간격을 안 띄운 채 빽빽하게 파종하는 것)을 하지 않고 적정 간격을 둬서 파종했으며, 적정시비·적정방제 노력도 병행했다”고 밝혔다.

회현농협의 컨설팅을 맡은 미래농업전략연구원은 국산 밀 계약재배 참여 농민들의 필지 전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관리했다. 이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회현농협과 미래농업전략연구원은 여러 차례(파종 전, 생육 시기, 웃거름 뿌릴 때 등)에 걸쳐 토양검정을 진행하며 농지마다 어느 정도 비료가 투입됐는지, 어느 정도까지가 적정시비량인지 등을 철저히 점검했다. 이상과 같은 노력으로 예년보다 높은 순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게 강 장장의 설명이다.

한편 회현농협은 공동계산제를 통해 농민들의 유통 관련 비용 경감에도 기여하고 있다. 개별 농민이 수매에 나설 시와 비교해, 공동계산제는 △톤백 구입비 및 건조비 등 각종 비용의 절감 △개별농가의 위험분산 등의 이점이 있다. 강 장장은 “개별농가가 수매에 나설 시 중량 부족 등의 이유로 수매를 거부당할 가능성이 있는데, 공동계산제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물론 아직 △밀의 단백질 함량 강화 △건조기 추가 설치 △저온 저장고 시설 마련 등 중장기 과제는 남아있다. 회현농협은 지난해와 올해 50ha 안팎이었던 밀 재배면적을 내년엔 100ha로 늘리고자 하며, 23명이었던 2022년산 밀 재배 참가 농민도 2023년산 밀 재배 시엔 그 2배인 50명 안팎으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건조기와 저온 저장고 시설 등이 갖춰져야 늘어나는 밀 생산량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게 회현농협의 입장이다.

이러한 과제는 남아있지만, ‘농가 수익 창출’을 위해 체계적으로 밀 생산 확대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지역에서 국산 밀을 복원시키고, 밀 품질 강화에 있어서도 성과를 거둔 회현농협의 사례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취재·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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