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올해도 역시’ … 성과 부실 지적 잇따르며 단골 소재 총집결

2022 국정감사 - 농촌진흥청·한국농업기술진흥원

  • 입력 2022.10.13 15:57
  • 수정 2022.10.14 15:42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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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전북 전주 농촌진흥청(농진청) 본청에서 열렸다. 농진청을 비롯한 한국농업기술진흥원(농진원), 축산물품질평가원,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축산환경관리원을 피감기관으로 한 이날 국정감사의 주인공은 단연 농진청이었다. 단골 소재인 연구 성과와 기관 운영 문제가 어김없이 등장했으며 최근 농업계 최대 현안 중 하나인 가루쌀 품종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았다.
지난 11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농촌진흥청 본청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촌진흥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조재호 청장이 가루쌀 품종에 관한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018년 이후 4년 만에 돌아온 현장감사에 농진청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경직돼 있었다. 그럼에도 이날 농해수위 국감은 같은 날 진행된 여타 상임위에 비해 무난하고 평이하게 흘렀다.

 

가루쌀, 보급 확대 전 품종개선 시급

신정훈·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내건 가루쌀 보급 확산 목표를 향한 현장 농민들의 우려를 전하며 품종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신 의원은 “품종 개발과 보급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재배 적응성과 시장성이다. 하지만 오는 2026년 4만ha 재배를 목표로 하고 있는 가루쌀 품종은 일반 쌀보다 수량이 10% 적고 수확기에 4일만 비가 내려도 그 상태 그대로 수발아가 되며 낟알이 떨어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라며 “재배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고 농민들도 우려를 제기하는 상황에서 품종을 무조건 보급·확산하면 안 된다. 시장에서 밀가루를 대체할 만한 쌀가루 품질이 나오는지도 품종 보급·재배 전에 확인을 해야 한다. 정부와 농진청이 입장을 항상 같이할 필요가 없는 만큼 품종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원택 의원 역시 “쌀값 최대치 폭락 등으로 가루쌀이 대체 작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벼 재배면적 자체를 조정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는데 현재 가루쌀 품종은 재배과정에서 수발아와 병충해 등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데다 지난 농림축산식품부 국감 때도 제기됐듯 가공 적합성에 대한 문제도 있다”며 “벼 재배면적을 대체한다는 당위성만으로 농민에게 가루쌀을 심으라 할 순 없다. 현장 적합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조재호 농진청장은 “완벽한 품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단점보다 장점을 많이 가진 품종이다. 장점을 적극 활용해 재배·가공에 문제가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답했다.

 

“하나 마나 농업위성, 사업 접으라”

이날 오전 질의에서는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활약이 가장 컸다. 농진청의 ‘농업위성’ 사업 실효성을 지적하며 ‘엉터리’라 일갈한 위 의원은 “농진청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과 함께 1,169억원을 들여 농산물 수급조절 정책에 활용할 목적의 농업위성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주요 활용 목적에 맞게 사업이 잘 추진되면 좋겠는데 계획과 전혀 다른 사업이 돼 버렸다”라며 “사과·감귤·배추 등 농작물의 크기가 아무리 커도 지름 50cm를 넘기 어려운데 농진청은 지난 2017년 예비타당성 조사 시 보고서로 제출한 3개의 위성 가운데 가장 낮은 성능의 위성을 개발하게 됐다. 총사업비가 낮아지며 이뤄진 결정인데 지금 상태로는 분석 기술이 아무리 좋다 해도 위성을 띄워 수집한 자료를 수급정보로 활용하기 어려울 지경인 만큼 사업비를 늘리거나 사업을 아예 접든가 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덧붙여 위 의원은 “농진청이 발간한 위성관측 사례집을 보면 국외 위성사진으로 관측한 양파·마늘 재배면적 추정은 행정통계와의 일치율이 85%에 불과했다. 5% 차이만으로도 가격이 폭등락해 통계 오차를 3% 이내로 줄여야 하는 상황인데 농진청은 수급정책 수립에 관여하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과 설계·성능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지도 않았다”라면서 “예산을 증액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국회에서 직접 예산을 삭감해 사업을 접도록 하겠다”고 강하게 말했고 조 청장은 “위성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보완할 부분을 추가 검토해 전달하겠다”고 답변했다.

농진청의 연구 성과와 기관 운영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은 오전·오후 내내 계속됐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숱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독성 농약 온라인 판매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며 올해 농약 유통·관리 업무가 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 이관되지만 농진청에서도 연말까지 취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또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애인 고용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도 모자라 최근 5년간 발생한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시험연구비로 납부해 기획재정부 지침을 위반했다고 지적했으며,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청년농 육성을 위한 농진청의 역할 강화를 주문하는 한편 플럼코트 등 신품종에 대한 사후관리 및 대응 시스템 구축 필요성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 주철현·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년간 계속 제기된 여성친화형 농기계 실효성과 밭농업 기계화 실적에 대한 문제를 재차 지적했다.

한편 이날 농진원과 관련해선 종자 수출 부진에 대한 지적이 눈여겨볼만했다.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은 안호근 농진원장을 향해 종자 수출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고, 안 원장은 “과거에는 종자 현지 적응성 시험과 수출 계약대행 등 행정 업무를 중점적으로 수행했으나 올해부터 해외 종자 판매 업체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국내 특허 기관과 함께 해외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진청에 대한 국감을 종료한 뒤 현장시찰에 나선 여야 의원들이 각종 농기계를 살펴보는 가운데 소병훈 국회 농해수위원장이 조파식 마늘파종기를 직접 시운전해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관심·참여 뜨거웠던 현장시찰

질의가 끝나고 농해수위 위원들은 현장시찰에 나섰다. 현장시찰은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유전자원센터와 농업공학부 일원에서 진행됐는데, 의원들의 관심과 참여가 뜨거웠다.

먼저 농업유전자원센터에선 국내 유전자원 관리 현황과 더불어 가루쌀과 마늘·포도 등 국내서 개발한 여러 품종들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의원들은 여러 품종을 살피고 맛보며 궁금증을 쏟아냈으며, 종자은행을 직접 살펴보기도 했다.

이어 농학공학부에서는 점파·조파식 마늘파종기와 자주식 마늘 수집기, 휴립피복기와 붐 방제기, 자동 정식기 등의 밭농업 기계를 비롯해 자율 주행 트랙터와 스마트 로봇 방제기 등 최첨단 농업기계 시연을 참관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호평이 잇따르진 않았다. 위성곤 의원은 점파식 마늘 파종기의 성능을 보고 “아직 기술이 완전하진 않은 것 같다. 마늘 위아래가 거꾸로 심겨 일을 두 번 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생기겠다”고 날카롭게 꼬집었으며,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파종기와 굴취기, 수집기 등 작업마다 필요한 농기계를 전부 구비하려면 농가 부담이 크겠다”고 말했다.

두둑 성형과 제초제 살포, 비닐피복을 동시에 작업하는 휴립피복기를 향해서는 실제 농업현장에 비해 폭이 좁다는 점을 지적했으며, 옥수수·배추 모종으로 시연을 보인 자동 정식기에 대해서는 성능이 온전치 못하다며 “이 기계에 투자는 못하겠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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