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국감장으로 옮겨간 쌀값 대책 … 박흥식 참고인, 현장 생생히 전해

2022 국정감사- 농림축산식품부

양곡관리법 개정안 두고 여·야 대립각 여전

야당, 수입쌀 수수방관 ‘질책’과 대안 제시

  • 입력 2022.10.07 14:44
  • 수정 2022.10.12 19:34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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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윤석열정부 첫 국정감사가 지난 4일 시작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 4일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를 통해 쌀값 폭락 대책과 정부가 수수방관하는 수입쌀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특히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꼽힌 농산물의 ‘억울한 누명’도 자료를 통해 제시하며 윤석열정부의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는 데 힘을 쏟았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는 가운데 모처럼 현장 농민이 참고인으로 출석해 농민들의 속 타는 심경을 생생히 전한 것도 돋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 현장을 지상중계한다.   원재정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윤석열정부에 대한 첫 국정감사가 지난 4일 일제히 시작된 가운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국감에서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쌀 자동시장격리를 명시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는 정황근 장관을 질타하고 있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첫 국정감사가 지난 4일 일제히 시작된 가운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국감에서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쌀 자동시장격리를 명시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는 정황근 장관을 질타하고 있다.
정황근 장관이 신정훈 의원이 준비한 ‘재배면적과 수확기 산지쌀값 추이’에 대한 자료화면을 본 뒤 쌀 자동시장격리에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정황근 장관이 신정훈 의원이 준비한 ‘재배면적과 수확기 산지쌀값 추이’에 대한 자료화면을 본 뒤 쌀 자동시장격리에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소병훈, 농해수위) 2022 국정감사의 핵심 쟁점은 쌀값 폭락 대책이었다. 그러나 방법론에선 여·야 간 차이가 컸다. 특히 쌀값 안정을 위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쌀 자동시장격리제와 생산조정제를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에 진력을 다하는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는 ‘절대 반대’ 입장으로 맞서는 상황이 국감장에서도 드러났다.

여당, 안건조정위 운영에 ‘반발’

소병훈 농해수위원장이 국감 시작을 알리자마자 여당 간사인 이양수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했다. 이양수 의원은 민주당 위원들이 일방적으로 상임위 운영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3일(국감 하루 전) 농해수위 안건조정위원회가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위원장을 단독 선출했다. 지난달 29일 민주당 의원들의 안건조정위 개회 요구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참석해 시간을 두고 신중히 논의하자고 제안했는데 이를 무시한 처사다. 단독으로 선출한 위원장 문제에 유감 표명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소병훈 농해수위원장은 “지난달 30일까지 안건조정위 토론을 시작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지난달 29일 회의에서 안건조정위원장 선출을 해야 이후 논의를 할 수 있는데, (위원장 선출이) 진행되지 않았다”면서 위원장 선출 건은 여당이 주장하는 ‘신중히 논의’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밝혔다. 지난 3일 안건조정위는 윤준병 민주당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쌀문제, 구조적 과잉과 일시적 과잉 해법 찾아야

쌀 수급 대책과 쌀값 안정에 대해 신정훈 의원은 농림축산식품부에 구조적 과잉과 일시적 과잉 각각의 해법을 제시했다. 신 의원은 “정부가 농민들에게 해야 할 가장 필요한 역할은 수급과 가격 안정이다. 전 국민이 먹는 쌀의 수급과 가격 안정은 정부 외에 할 사람이 없다. 정부 보고자료를 보면 평년작을 기준으로 연간 20만톤 가량 과잉된다. 일시적 과잉은 조건(3% 초과생산, 5% 가격 하락)에 따라 시장격리를 하되 구조적 과잉은 생산조정제로 해소하는 방안이 있다”면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이 두 가지를 담고 있다. 정황근 장관이 강조하는 분질미와 같은 타작목 재배 역시 중요한 정책 방향이다. 이런 정책을 통해 생산조정을 하면 1년에 1,500억원이면 구조적 과잉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정부와 여당이 우려하는 시장격리제 자체가 불필요하다. 시장격리를 하더라도 장관이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말처럼 1조 몇천억원씩 세금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정황근 장관은 ‘쌀 자동시장격리’ 문제엔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정 장관은 “생산조정제 효과를 낼 수 있는 게 전략작물직불제”라면서 “취지에는 동의하나, 법에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건 부작용이 너무 분명하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그동안 법에서 정한 요건에 따라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시장격리를 했다”면서 “필요하면 올해처럼 과감히 시장격리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말이 끝나자마자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식과 속도가 맞지 않았다”고 나무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쌀수급 안정 대책과 가격안정 대책의 해법은 ‘양곡관리법 개정’에 있다고 입을 모았고, 국민의힘과 정황근 장관은 쌀 생산이 늘어나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으며 결국 농민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간다고 맞섰다. 이 상반된 주장은 농식품부 국감 내내 격돌했다.

수입쌀, 부정유통 막고 해외원조 활용해야

매년 들여오는 40만8,700톤의 수입쌀 문제도 집중 거론됐다. 신정훈 의원은 “올해 8월까지 가공용 수입쌀을 부정 유통해 적발된 물량이 415톤에 달한다”면서 “지난해 33톤과 비교해 12.7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부정유통 수입쌀 98.2%(407.8톤)는 모두 ‘원산지 거짓표시’이다. ‘밥쌀용 수입쌀’ 부정유통 물량은 올해 8월까지 24.2톤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상황이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소주 원료인 주정용쌀에 수입쌀 비중이 압도적으로 늘어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양수 의원은 “주정용쌀의 수입산 비중이 지난 2020년 30%였는데 2021년엔 75%, 2022년엔 93%로 치솟았다”고 밝히면서 “소주를 생산하는 대기업부터 국산쌀을 사용하게 하자”고 쌀 소비대책을 촉구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외원조에 수입쌀을 사용하면 비용면에서도 이익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 의원은 “현재 5만톤의 쌀을 해외에 원조하고 있는데, 올해 최초로 4만5,000톤의 수입쌀(5,000톤은 국산쌀)로 유엔식량원조계획(WFP)에 발송했다”면서 수입쌀 원조의 가능성을 확인시켰고 “수입쌀로 해외원조를 하면 매수가격과 판매가 차액 보전 비용이 낮다”고 전했다. 안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2018년과 2019년 수입쌀을 활용해 식량원조사업을 추진했을 경우 약 280~500억원 수준의 비용 절감이 가능했다. 안 의원은 특히 “수입쌀 중에서도 밥쌀용 쌀 4만톤을 국내 반입 후 곧바로 해외원조 한다면 보관비용도 감축되고 국내 쌀값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농업직불금 5조원, 공약 이행 의지 ‘도마 위’

윤석열정부의 첫 국정감사인 만큼 공약 이행 의지도 국감 주요 이슈였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획재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2022~2026년 국가재정운영계획의 농림수산식품분야 예산증가율로 ‘농업직불금 5조원 공약’을 지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원택 의원은 “국가재정운영계획에 따르면 농림수산식품분야 예산이 올해 23조7,000억원에서 2026년 24조9,000억원으로 1조2,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농업직불금 5조원 공약을 지키려면 기존 2조4,000억원 직불금 예산에 2조6,000억원을 임기 중에 늘려야 한다. 국가재정운영계획 상 2026년에 현재보다 1조2,000억원만 증가하는데 수산분야를 빼면 더 축소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농식품부 국감에 참고인으로 참석한 박흥식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쌀값 폭락에 직면한 농민들의 고충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박 전 의장은 “농민들은 나락값이 중요하다. 정부가 쌀값을 21만원 선으로 유지한다는 기준이라도 밝혀야 시장이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 국감에 참고인으로 참석한 박흥식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쌀값 폭락에 직면한 농민들의 고충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박 전 의장은 “농민들은 나락값이 중요하다. 정부가 쌀값을 21만원 선으로 유지한다는 기준이라도 밝혀야 시장이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할당관세·할인쿠폰, 소비자 효과 없고 농민 피해만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물가안정 정책에 농민과 소비자 모두 불만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 6월부터 추진한 할당관세로 농가 불만은 커졌는데 과연 물가안정에 효과가 있었는지 자료를 통해 확인시킨 것이다.

양파의 경우 할당관세 인하정책으로 지난 8월 17일 9만2,000톤이 들어왔는데 가격은 kg당 2,395원에서 9월 28일 2,637원으로 되레 올랐고, 커피 할당관세 역시 0%로 관세 없이 수입이 됐으나 수입가격과 소비자가격 모두 인상됐다. 축산물도 마찬가지다. 지난 7월 20일 할당관세를 추진한 이후 수입쇠고기 값은 잠시 내려갔다가 전보다 더 오름세를 보였다. 윤 의원은 농식품부 물가안정정책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를 통해, 73%가 체감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할당관세 품목의 관세인하 분이 소비자가격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고, 수입유통업자 이득만 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농업인들 반발을 뒤로 하고 기재부의 물가정책을 뒤따랐지만 농업인도 소비자도 외면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특히 과도한 물가 인상 차단을 위해 지난 2월 도입한 ‘프랜차이즈 외식가격공표제’를 3개월 만에 폐지된 것에 대해 윤 의원은 “설문조사를 해보니 91%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소비자후생에 도움이 된다고 답한 것도 91.4%로 거의 찬성하는 제도”라며 정황근 장관을 향해 “기재부와 업체에 끌려다니는 물가정책 말고 농식품부 장관으로서 농업인들의 이익에 중점을 두라”고 호통을 쳤다.

농업 생산비 대책 절실

폭등한 생산비 대책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농업생산비가 식품비보다 비싸다. 어떻게 농사짓는 비용이 농산물값보다 더 들어가나. 인건비가 25~30% 올랐다는 게 통계에 나온다. 면세유는 80%가량 폭등했다. 이러니 농사를 지을 수가 없다. 농민들 적자가 이만저만이겠나”고 실태를 전하며 “정부는 이걸 알아야 한다. 장관은 국무회의에 가서 반드시 말하라”고 당부했다.

현장 농민 ‘참고인’, 농촌 현실 일깨워

이날 국정감사장에는 윤준병 의원이 참고인으로 요청한 박흥식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참석해 쌀값에 대한 현장 농민들의 심경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목받았다. 윤준병 의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18만원선이 무너진 쌀값문제, 정부가 시장격리 45만톤과 공공비축 45만톤, 90만톤을 매입한다고 발표한 이후의 현장 반응, 생산비가 보장되는 적정 쌀값 등을 질의했다.

박흥식 전 의장은 “말로 할 수 없게 현장은 참담하다. 엊그제 70대 어르신 얘기를 들으니 3,300평 농사지어서 1,655만원 소득이 있었는데, 올해 1,030만원으로 전년 대비 600만원의 소득이 줄었다고 하더라. 정부가 수확기에 90만톤을 매입한다고 발표했지만 현장은 전혀 움직임이 없다”고 개탄하면서 “임시방편으로 90만톤 묶어뒀다가 내년에 방출해버리면 소용이 없지 않나. 정부가 쌀값을 21만원 선으로 유지한다는 기준이라도 밝혀야 시장이 반응하리라고 생각한다. 현재 나락값이 신동진벼 기준으로 5만2,000원(40kg)이다. 농민들은 나락값이 중요하다. 대통령비서실장이 태국 사례를 가지고 양곡관리법 개정을 반대했다고 하는데 공부 좀 했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나라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사례다. 분명히 말하지만 양곡관리법을 바꾸는 것도 필요하나 예시가격도 반드시 나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정감사 증인으로는 안호영·이원택 의원이 요청한 임형찬 CJ제일제당 부사장, 박민규 오리온농협 대표, 박상규 농심미분 대표 등이 참석해 수입쌀 대신 국산쌀 사용 방안을 약속했다.

임형찬 CJ제일제당 부사장이 미국산 쌀을 사용한 일부 덮밥에 대해 국내산 쌀 대체를 검토하겠다고 답변하고 있다.
임형찬 CJ제일제당 부사장이 미국산 쌀을 사용한 일부 덮밥에 대해 국내산 쌀 대체를 검토하겠다고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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