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물가, 그래서 잘 잡았나

  • 입력 2022.08.28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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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밥상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농식품부의 노력(관련기사: 농민 등진 농식품부 … 농업은 ‘국정공백’)은 과연 농업·농민을 등져야 할 정도로 가치가 있는 일일까. 그나마 국민들의 삶에 확실한 보탬이 된다면 농민들의 억울함도 반감될 수 있겠지만, 실상은 물가안정 효과조차 의문이다.

일단 표면적으로 볼 때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 중 농축수산물지수는 쌀값억제·농축산물수입 정책이 이뤄지기 전과 후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1년째 110포인트 안팎 유지). 일부 정책품목에서 큰 폭의 가격하락이 일어났지만 농축수산물지수는 워낙 많은 품목으로 구성돼 단일품목의 기여도가 낮기 때문이다. 다만, 농식품부 입장에선 “추가 물가상승을 억제했다”고 주장할 소지가 있다. 이는 사실검증이 어려운 부분이다.

방법을 바꿔, 본지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가 제공하는 월평균 농산물 소매가격을 이용해 가상 장보기(목록: 쌀 5kg, 양파·대파 각 1kg, 감자·당근 각 500g, 고춧가루·깐마늘 각 200g, 청상추 100g, 배추·양배추 각 1포기, 무·애호박 각 1개)를 해봤다. 조사기간은 최근 3년이며 수급정책 실패로 농산물이 폭등·폭락한 경우가 모두 포함됐다.

조사 결과 같은 목록으로 비용이 가장 적게 든 달은 농산물 전 품목 동반폭락 사태가 있었던 2019년 8월(3만5,696원), 가장 많이 든 달은 기록적 폭우·대홍수가 덮친 2020년 9월(5만2,941원)이었다. 전체 평균비용(4만1,820원)과 비교하면 각각 6,124원과 1만1,121원 차이다.

즉 2020년 9월의 이례적인 시장상황을 생각하면, 정책으로 가격상승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는 이 목록 기준 1만원을 넘기기가 매우 어렵다고 추정할 수 있다. 더구나 정책은 전체 수급불안 품목 중 일부 품목의 일부 가격억제만을 목표로 하며 그 효과도 100% 작동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실제론 기껏해야 몇천원의 효과밖에 못 낼 공산이 크다.

국내 승용차 평균 주행거리(37.2km)에 연비 15km/ℓ를 가정하면 휘발유값이 500원 오르는 것만으로 매달 3만7,200원의 가계부담이 발생한다(차량 1대 보유 기준). 위 장보기 목록의 소비 주기는 가정마다 다르겠지만 설령 빈도를 넉넉히 잡더라도 유류비나 다른 물가에 비해 농산물의 정책 수혜효과가 결코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물가가 상승하면 정부는 늘상 농산물을 주범으로 꼽고 가격억제에 총력을 쏟는다. 하지만 이것이 실리 없는 ‘정책적 생색’을 위해 농민을 희생시키는 일은 아닐지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물가는 못 잡고 농민만 잡았다”는 비판은 올해도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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