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식품부 그리고 윤석열정부, 농민을 바로 보라

고창건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

  • 입력 2022.08.28 18:00
  • 기자명 고창건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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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시대는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의 위기, 재난 수준으로 변모한 기후위기,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글로벌 공급망체계 붕괴로 인해 에너지·식량 위기가 한꺼번에 동반되는 상황이다.

이런 위기는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서, 전 세계의 민중들이 에너지·식량·물가폭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WEF(유엔세계식량계획) 발표에 따르면 2021년 식량위기에 처한 전 세계 인구가 2억7,000만명에 달한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사료포함)이 21.7%로 식량수입 5위,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농지가 식량생산 및 국토 보전을 위한 기반이 아니라 망국적인 투기대상으로 전락된 지 오래다. 누구나 농지를 전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가 문제다.

이런 국제적 환경에서 농업을 회생시키기 위한 농식품부의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식량안보 차원에서도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하며,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필수농자재 폭등으로부터 농민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정부가 예산 확보에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또한, 실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농지를 소유한 지주들의 횡포 때문에 직불금과 비료 등 필수농자재 지원에서 배제되는 실정이다. 이를 제도적으로 개선해주고 농민 삶의 질 향상과 소득보전을 위한 직불제를 개편하여 실제 농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정부는 취임하자마자 비료값 지원 추경안을 반토막내려고 하다가 농업계 반발로 물러섰다. 취임 100일이 지난 윤석열정부는 최근 물가폭등이 지속되자,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를 통해 그 책임을 ‘밥상물가’에 뒤집어씌우며 TRQ로 농산물을 수입하는 정책만 펼치고 있다. 쌀은 45년만에 최대치로 대폭락을 하고 있다. 어찌된 일인가? 농식품부는 쌀 자립을 해온 농민들을 격려하여 가격안정을 책임지고 기후재난으로 농작물이 폐작되는 등 제대로 소출이 나지 않는 상황을 미리 예비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농식품부가 앞장서서 ‘쌀 역공매 최저가 입찰’로 가격을 떨어뜨리고, TRQ로 마늘·양파·감자·소고기·돼지고기 등 농축산물 수입을 주도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농민의 소득이 오르는지 살펴봐야 한다. 현재 고랭지채소 주산지 농민들은 아우성이다. 배추 밭떼기로 평당 2,000원에 팔았는데 소비자가격은 3만원대 고공행진을 한다. 더욱이 뿌리혹병 때문에 밭떼기 잔금마저 깎아달라는 상인들의 횡포에 농민들이 시름을 겪고 있다. 배추값은 10%가 농민 소득이며 수집상·운수·경매·판매상이 90%를 가져간다.

가락동 공영도매시장 5대 법인이 농산물 경매수수료로 벌어들이는 돈은 시중은행 법정이윤의 몇 배에 달한다. 최고 16.7%까지 벌어들이고 있다. 5대 법인은 이미 호반건설 등 자본이 소유한 지 오래됐다. 농식품부는 이런 유통구조를 개선해서 농가소득을 높여야 하는 주무부서인데도 가락시장 공익형 생산자직거래소 운영 등에 대한 노력은커녕 오히려 막고 있다.

작년 말부터 필수농자재가 오르더니 올해는 폭등하고 있다. 무기질비료·면세유·인건비·농약값 등 모든 농자재값과 인건비가 폭등했고, 농민들이 가진 부채 이자율 또한 폭등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올가을 수확기 이후 농자재 구매비용과 부채를 상환할 시기가 도래하면 많은 농민들이 빚더미에 오르게 될 것이 자명하다. 농민들의 생존권이 심대하게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예년보다 빠른 추석으로 수확기가 당겨지며 아직 처리하지 못한 재고미와 출하되는 조곡이 혼재돼 쌀값 불안정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하반기 쌀 TRQ 물량마저 수입된다면 쌀값 대폭락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128년 전 갑오년 농민들이 들었던 죽창을 들자는 얘기가 나온다. 그 죽창이 누구를 항했는지 윤석열농정은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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