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쌀값 폭락, 쌀 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 - 주제발표

  • 입력 2022.08.21 18:00
  • 수정 2022.08.21 21:56
  • 기자명 장수지·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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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김태형 기자]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쌀값 폭락, 쌀 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김호 단국대 교수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쌀값 폭락, 쌀 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김호 단국대 교수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햅쌀 수확 앞두고도 폭락 중인 쌀값, 양곡관리법 개정이 시급하다

두 달여 간의 준비 끝에 조벼 수확을 코앞에 둔 지난 17일, 잘못된 시장격리와 쌀값 폭락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고 제대로 된 앞으로의 쌀 정책을 촉구하는 토론회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본지와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쌀생산자협회 및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 등 5개 농민단체가 주관하고, 양곡관리법 개정 필요성에 공감하며 윤석열정부의 쌀 수급 안정 대책의 시급성에 뜻을 모은 10명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더 늦어선 안 된다’는 농민의 절박함이 더해져 시종일관 긴장감있게 진행됐다.

주제발표에 나선 하승수 변호사는 개정된 양곡관리법과 2021년산 쌀 시장격리의 위법성을 낱낱이 파헤쳤고, 임병희 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양곡관리법 개정에 대한 농민들의 요구안을 전달했다. 농민단체 및 정부·연구기관, 농협 관계자 등은 토론을 통해 쌀값 폭락의 원인을 진단했으나, 이견을 좁히진 못했다. 이어진 청중토론에선 전국서 모인 농민들의 성토가 정부를 향해 끊임없이 쏟아졌다.

열기로 가득했던 ‘쌀값 폭락, 쌀 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지상 중계한다. 

  • 정리 장수지·김태형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주제발표 양곡관리법 입법 취지 ‘무력화’, 국회 차원 진상조사 필요

하승수 변호사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2021년산 쌀 시장격리 과정을 보면 정부 관료들이 고의적으로 양곡관리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 양곡관리법 개정 입법 취지는 변동직불제가 폐지되면서 이에 따른 여러 가지 농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양곡관리법을 개정하면서 흔히 ‘자동 시장격리제’라는 용어가 사용됐다.

2020년 1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의 입법 취지를 보면 양곡관리법 개정은 ‘변동직불금 폐지에 따른 농가의 불안 해소’, ‘기상·작황 등에 따른 쌀의 수급 및 가격 불안에 대비’, ‘체계적인 쌀 수급안정장치 마련’을 위해 이뤄진 것이다. 그래서 ‘양곡관리법’ 개정은 ‘자동 시장격리제’를 도입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언론에서도 그렇게 보도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변동직불제를 대체하는 하나의 대안인 것처럼 논의가 됐던 것이다.

그러면 이 취지에 맞게 법이 집행돼야 했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 농민들이 예측할 수 없도록 정부가 마음대로 격리 시기·물량·가격을 정했다. 양곡관리법의 입법 취지를 완전히 무력화시키고 근본적으로 훼손시킨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2020년 1월 개정된 양곡관리법의 내용을 살펴보겠다. 먼저, 10월 15일까지 쌀 수급안정 대책을 수립해서 공표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할 수 있다’가 아니라 ‘해야 한다’라고 돼 있다. 날짜도 10월 15일이라고 명시가 돼 있다. 당시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쌀 생산량 예측 결과가 10월 7~8일쯤 나오니 조금 넉넉하게 15일까지 쌀 수급 안정 대책을 수립해서 그날까지 발표하는 것으로 논의가 됐다. ‘기상 이변이 있으면 10월 15일보다 연장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그걸 악용해서 넘기면 어떡하느냐’라는 의원의 질문에도 농식품부 관계자는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다.

두 번째는 시장격리를 할 때 물량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다. 법을 보면 쌀을 매입하는 경우 그 물량은 해당 연도에 생산되는 쌀에 대한 수요량을 초과하는 생산량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게 당시 입법 취지였다. 가격이 급등하거나 예상되는 경우 약간 예외를 둘 수 있다는 식으로 예외조항이 있었다. 예외조항의 경우 국회 회의록을 보면 최소한 초과 생산량은 매입을 해야 하고, 플러스알파로 ‘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과 생산량 이하를 매입할 수 있는 경우는 초과생산이 됐는데도 쌀값이 급등하는 등 매우 예외적인 경우다.

매입 시기나 절차에 대해서는 고시에 나와 있다. 농식품부 장관이 만든 고시에서는 쌀의 매입은 공공비축미 매입 시기에 함께 실시한다고 돼 있다. 매입 시기가 같으면 매입 가격이 같을 수밖에 없다. 매입 절차도 공공비축미 매입 절차를 준용한다고 돼 있다. 법을 지키면서 시장격리를 해야 한다.

위법성을 따지려면 2021년산 시장격리 과정을 봐야 한다. 지난해 10월 8일 통계청이 ‘쌀 예상생산량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 그때 이미 초과생산량 21만톤 이상을 예상했다. 그리고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15일 발표한 ‘2021년 쌀 생산량 조사 결과’에서는 초과생산량이 최소 27만톤 이상 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쌀 수급안정대책을 수립하고 공표해야 하는 10월 15일이 한참 지난 다음에야 시장격리 대책을 발표했다.

두 번째는 물량문제다. 앞서 설명했듯이, 지난해 11월 통계청의 생산량 조사 결과 초과생산량이 27만톤으로 나왔으면, 최소한 그만큼은 매입하고 가격이 또 떨어지면 추가로 매입하라는 게 법의 취지인데, 정부는 1차 시장격리물량을 20만톤으로 책정했다. 이렇게 1차 시장격리물량을 초과생산량에 미달하게 책정한 것 역시 양곡관리법 위반이다. 따라서 농식품부 장관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다.

세 번째는 가격문제다. 최저가 입찰방식이라는 가격 결정 방식을 사용했는데, 고시에서는 공공비축미 매입 절차를 따르도록 돼 있다. 그러면 가격도 똑같이 하는 게 시장격리와 관련된 양곡관리법 입법 취지라고 볼 수 있는데, 공공비축미 매입 가격을 적용하지 않고 최저가 입찰방식을 적용했다.

네 번째는 시장격리 과정에서 농민들의 의견이 무시됐다는 것이다. 관료집단에 의한 자의적인 의사결정을 막기 위해 양곡관리법 제16조 제2항에서는 미곡(쌀)의 경우 기획재정부장관 및 생산자단체 대표 등과 협의해서 매년 10월 15일까지 수급안정대책을 수립·공표하도록 하고 있다. 최소한 ‘협의’라고 하면 협의상대방이 제출한 의견에 대해 책임 있게 검토하고 답변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법률에서는 ‘협의’라고 표현했는데, 하위 규정에서는 위원회에서 ‘논의’하는 정도로 바꿔놓았고, 실제로는 의견을 무시하는 식으로 운영했다.

국회가 양곡관리법을 개정한 입법 취지와 개정된 법조항의 내용이 철저하게 무시됐다는 것이 2021년산 쌀 시장격리의 핵심적인 문제다. 위법한 법집행에 대해서 국회 차원에서 조금 더 명백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또한, 조속한 보완 입법과 예산확보가 필요하다. 위법한 법집행으로 쌀값은 폭락했고 농민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주제발표 지난 과오 답습한 쌀 정책 … “올해 쌀값 2018년보다 떨어질 것”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

때를 놓친 뒤늦은 쌀 시장격리, 분할 방식의 쌀 시장격리에 대한 문제점은 이미 언론과 연구기관, 심지어 농림축산식품부의 자체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적정량 이상의 초과 생산이 예상될 땐 즉시 격리해야 한다는 대안까지 수차례 보도·언급됐고 2016년 국정감사에서도 “정부 시장격리가 쌀값이 하락 추세인 수확기 중에 뒷북으로 발표되고 2회에 걸쳐 분산되면 가격지지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정부는 결국 잘못을 반복했다. 지금의 쌀값 하락의 책임이 전적으로 정부에 있는 이유다.

최근 5년간의 산지 쌀값 변동 상황을 살펴보면, 최근의 쌀값 하락 상황이 2016년 및 2017년과 비슷한 걸 알 수 있다. 다만 2014년부터 2017년까지의 쌀값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기록했는데, 올해의 경우 지난해 수확 후 10개월도 채 안 되는 동안 큰 폭으로 급락한 것이 차이점이다.

2017년 문재인정부가 들어서고 당시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쌀값 안정 대책으로 공공비축 35만톤과 시장격리 37만톤을 선언했다. 통계청이 생산량 발표를 하기 전에 수확기 최대 물량을 농민으로부터 사들인 거다. 이후 2018년 1월 5일부터 4월 5일, 7월 5일까지 산지 쌀값은 가시적인 상승세를 그렸다. 이후 기상이변으로 수확량이 줄어 쌀값은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기록했다.

이어 10월 5일 신곡 첫 조사에서 2021년산 쌀은 20kg 기준 5만6,803원이었지만, 3개월만인 지난 1월 5일 5만889원으로 10% 넘게 폭락했고, 이후 4월 5일 4만8,464원을 기록한 쌀값은 7월 5일 4만4,851원으로 떨어졌다. 신곡 첫 조사 이후 10개월도 지나기 전에 약 21% 하락한 것이다.

농식품부는 2021년 양곡년도 쌀 소비예상량 361만4,000톤 대비 쌀 생산량 388만2,000톤을 따져 약 26만8,000톤이 과잉될 것으로 추정했다. 그 결과 2021년 12월 28일 “쌀 시장 안정을 위한 시장격리 27만톤”을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격리는 2월에야 이뤄졌고 그마저도 물량을 나눠 1차와 2차로 진행됐다. 농가로부터 직접 사들이지 않고 늦게, 분할 방식으로 시장격리를 한 것도 문제지만 역공매 최저가 입찰이라는 방식 또한 잘못됐다.

2017년 15만7,000톤 시장격리 때도 농식품부는 역공매 방식을 택했지만 RPC 대상이었기 때문에 폐해가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물론 당시 품종 제한과 보관비용 낙찰자 부담 등의 조건이 불합리하고, 농민이 보관 중인 쌀을 격리에 포함시키지 않아 농민을 배제한 정책이라는 비난이 존재했는데 결과적으로 정부는 그걸 올해 똑같이 답습했다.

양곡관리법에 근거한 시장격리의 오류 또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개정 취지와 개정 당시 농업계의 요구 등을 얘기하려 한다. 일단 농민단체에선 지난해 10월부터 양곡관리위원회를 통해 빠른 시장격리 대책 발표·시행을 요구했다. 농민들은 콤바인 한 번 돌려보면 그해 수확량을 꽤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시장격리를 지속적으로 얘기했던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9년 10월 당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취지는 쌀 자동시장격리제 도입으로 안정적인 수확기 쌀값 견인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농업계에서는 당초 양곡관리법 개정을 목표가격제를 폐지하기 위한 것으로 인식해 반대 의사를 표했고, 목표가격제는 정부 정책 중 쌀 농가들로부터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이를 폐지한다는 것에 대한 반발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쌀 생산농업인에 대한 정부의 제도화 약속과 쌀값 안정이라는 개정안 발의 취지를 믿고 목표가격 폐지에 동의했다. 가장 한탄하는 부분이다.

양곡관리법 개정 및 자동시장격리에 대해 농업계에서는 법제화 필요성과 수확기 과잉물량 이상에 대한 격리를 요구했지만 이는 협의 과정에서 전부 묵살됐다. 농민단체장이 함께하는 양곡수급안정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높았지만, 결국 전부 미이행됐다.

양곡관리법을 하루빨리 수정해야 한다. 시장격리 방식과 매입단가, 매입량, 양곡 수급 안정 활성화에 대한 부분을 전부 바꿔야 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시장격리 의무화다. 농식품부의 자의적 판단이 아니라, 정확한 수치를 통해 기준 이상의 생산이 예측되면 무조건 격리해야 한다는 걸 법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지금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9월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이번 수확기 적용은 불가하다. 적용시한이 3개월 소요돼서다.

당장 쌀 농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올해 수확기 쌀값이다. 때문에 이번 수확기를 위한 특단의 대책 또한 필요하다. 문재인정부 첫 농정이 역대 최고 물량 격리였던 것처럼 윤석열정부에서도 의지를 보여야 한다. 2017년보다 더 많은 물량을 격리하겠다고 즉각 발표해야 한다. 전업농에서는 올해 공급과잉물량보다 많은 약 30~45만톤을 추가격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수매자금 지원 대상을 확대해 농민이 가진 물량이 최대한 많이 매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을 위한 정부 및 국회 협조가 시급하다. 내년을 위해서라도 농민들이 계속 관심 가지고 양곡관리법 개정을 위해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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