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폭락 사태, 쌀 정책이 나아갈 방향은?

  • 입력 2022.08.21 18:00
  • 기자명 장수지·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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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태형 기자]

하늘에 잔뜩 드리운 먹구름은 현재의 쌀값 폭락을 지켜보는 농민들의 심정일까. 햅쌀 수확을 코앞에 둔 요즘, 농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바로 쌀값의 향방이다. 지난 9일 전북 김제시 죽산면 연포리 들녘에서 피사리 중이던 한 농민이 숙였던 허리를 펴며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하늘에 잔뜩 드리운 먹구름은 현재의 쌀값 폭락을 지켜보는 농민들의 심정일까. 햅쌀 수확을 코앞에 둔 요즘, 농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바로 쌀값의 향방이다. 지난 9일 전북 김제시 죽산면 연포리 들녘에서 피사리 중이던 한 농민이 숙였던 허리를 펴며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최근 쌀값 하락세가 45년 만의 최대치로 폭락했다. 2020년 개정된 양곡관리법이 받아든 성적이다. 정부는 양곡관리법에 따라 쌀 초과 생산량이 생산량의 3%를 넘을 경우 또는 단경기(7~9월)나 수확기(10~12월) 쌀값이 전년보다 5% 이상 하락할 경우 시장에서 쌀을 격리할 수 있다. 변동직불제를 폐지하면서 쌀 수급안정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변동직불제는 농가소득 안정을 위해 정부가 정한 목표가격에 쌀값이 미치지 못할 경우 차액의 85%를 지원하는 제도다.

새로 도입된 ‘쌀값 안정 장치’는 지난해 말 첫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통계청의 ‘2021년 쌀 예상생산량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산 쌀 예상생산량은 382만7,000톤으로 나타났다. 한 달 뒤 발표된 확정 생산량은 388만2,000톤이었다. 2021년 쌀 예상 수요량 357만~361만톤 보다 27만~31만톤 초과 생산된 것이다. 2021년산 쌀 생산량이 수요량을 넘어 양곡관리법에서 정한 격리 기준을 충족했기에 농민들은 선제적 시장격리를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움직이지 않고 ‘쌀값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는 사이 쌀값 하락세는 지속됐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8일 당정협의에 따라 시장격리 방침을 수립, 2021년산 쌀 초과물량 27만톤 중 20만톤을 먼저 최저가 입찰방식으로 격리하기로 했다. 실제 시장격리 매입은 올해 2월 8일 이뤄졌다. 그 결과 14만5,280톤만이 낙찰됐다. 이후에도 정부는 두 차례 더 같은 방식으로 시장격리를 시행했다. 3차례에 걸쳐 총 37만톤을 매입했지만, 쌀값 하락세는 결국 45년 만의 최대치 폭락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농민단체들은 정부의 ‘뒤늦은 시장격리’와 ‘최저가 입찰 방식’을 쌀값 하락 주요 요인으로 지목한다. 변동직불제를 폐지하면서 개정된 양곡관리법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당장 농협 RPC 창고에는 2021년산 쌀 재고가 산적한 가운데 신곡 출하를 앞둔 농민들은 쌀값이 더 떨어질까 우려하면서 올해 수확기 쌀값 안정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시장격리 요건을 충족하면 자동으로 시장에서 쌀을 격리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정부는 쌀 과잉생산과 소비량 감소에 따른 재고량 증가를 쌀값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고 밀과 콩 등 타작물 재배 지원, 쌀가루 산업 육성 등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0일 ‘새 정부 농림축산식품 업무보고’에서 식량자급률 제고를 통한 ‘식량주권 확보’를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제시했다. 1990년 70.3%에 달했던 식량자급률이 2020년 45.8%까지 떨어지는 등 지속적으로 자급률이 떨어지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밀과 콩, 분질미와 밀의 이모작 도입을 위해 정부는 ‘전략작물 직불제’ 등을 시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농식품부는 앞서 지난 6월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밀가루 수요 일부를 쌀로 대체하기 위한 대안으로 가공 전용 쌀 종류인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수확기를 코앞에 둔 지난 17일, 쌀 생산 농민들은 이번 쌀값 폭락 사태의 원인을 분석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국회로 모였다. 농식품부와 농협,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도 함께 모여 토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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