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현장 농민 중심 선택형직불제 실현을 위한 토론회 - 종합토론

  • 입력 2022.07.24 18:00
  • 기자명 강선일·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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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장수지 기자]

그동안 공익직불제 관련 토론은 많이 진행됐지만, 선택형직불제에 초점을 맞춰 토론을 진행한 적은 없었다. 윤석열정부가 ‘농업직불금을 5조원으로 확대’한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으나, 정작 선택형직불제 확대 관련 내용은 아직 공식화되지 않고 있기에 농민들의 갈증은 여전하다.
이 갈증 해소를 위해, 윤석열정부 출범 뒤 처음으로 ‘선택형직불제 강화’에 집중한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친환경농업협회 및 이개호·위성곤·서삼석·윤재갑·이원택 국회의원 주최, 본지 주관, 대산농촌재단 후원으로 ‘현장 농민 중심 선택형직불제 실현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에선 김기흥 (사)한국유기농업연구소 부소장이 ‘현장 농민을 위한 선택형직불제, 어떻게 만들 것인가’란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김 부소장의 발제에 이어, 각지에서 농업의 공익기능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농민 및 시민사회 활동가, 전문가,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 등이 선택형직불제 관련 의견을 교환했다. 농민들은 새 정부가 ‘직불금 5조원’을 약속한 지금, 선택형직불제도 양적·질적으로 확대·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정리 강선일·장수지 기자 ■ 사진 한승호 기자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현장 농민 중심 선택형직불제 실현을 위한 토론회’에서 좌장인 김호 단국대 교수(가운데)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현장 농민 중심 선택형직불제 실현을 위한 토론회’에서 좌장인 김호 단국대 교수(가운데)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촌에 사람 불러모으는 직불제 설계해야

김진한 경남 밀양 다랑협동조합 농민

선택형직불제 논의 내용을 보며, 다랑협동조합이 추구해온 활동(다랑논 농사를 통한 다랑논 보전, 토종벼 농사, 논생물다양성 조사활동, 도농교류 등) 및 가치를 많은 이들이 함께 고민한다는 걸 느꼈다. 그러면서 ‘우리 활동이 지지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랑논은 경지정리된 논이 아니라서 농사짓기 쉽지 않다. 고령화된 주민들이 논농사를 포기하고, 깻잎 농사를 짓는 농가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경작이 중단된 다랑논이 늘어나면서 논의 형태가 계속 사라지는 추세다.

무엇보다 농촌에서 사람이 사라지고 있다. 다랑협동조합이 활동하는 밀양시 단장면 감물리 주민이 400명 미만인데, 실제 벼농사를 짓는 사람은 5명이다. 다른 마을도 마찬가지다. 선택형직불제 강화로 둠벙을 파는 농민을 지원한다 해도, 그 일을 할 수 있는 농민이 농촌에 남아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

그래서 선택형직불제 설계 시 농촌에 사람을 불러모으는 직불제를 만들었으면 한다. 예컨대 청년들이 고령농민의 ‘제초제를 쓰지 않는 제초과정’에 함께 할 수 있게 하고, 이에 대해 일정 부분 직불금을 나눌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다랑협동조합은 ‘다랑논 공유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민에게 다랑논 농지 일부를 공유하며 함께 농사짓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경남도에서도 이를 참고해 경남 각지의 다랑논 지구에서 다랑논 공유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아직 선택형직불제의 많은 영역이 개인 영역으로 구성돼 있는 상황에서 공동체 차원의 활동 강화방안, 특히 (다랑논 공유 프로젝트 사례처럼) 농민과 도시민의 연대활동에 대해 추가적으로 설계하면 좋겠다.

 

농민의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지원’ 필요

노현기 임진강-DMZ생태보전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남북 간 접경지대의 민간인통제구역(민북지역)에서 농사짓는 농민들은 (국가정책 차원에서 민북지역 개간에 나선 1970년대 이래) 50여년간 ‘특별한 희생’을 감수하며 농사지어왔다. 민북지역 농민은 해가 떠야만 민북지역 내 농지로 들어갈 수 있고, 해가 지면 무조건 나와야 한다. 또한 ‘갑질’이란 비판까지 제기되는 수준인 군부대의 출입통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제가 활동하는 파주시의 민북지역 논은 생태계가 살아있다. 수원청개구리·뜸부기 등 멸종위기종 생물들이 서식하는데, 이들은 농지보전 없이는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생물들이다. 50여년간 민간인통제구역으로 남아있었던 점에 더해, 이곳에서 농민들이 친환경 논농사를 계속해 왔기에 이 생물들이 지켜진 셈이다. 파주 장단반도 논의 경우 생태계의 보고일 뿐 아니라 경기도 학교급식에 공급되는 친환경 쌀 생산지다. 그러나 장단반도 논은 홍수예방을 위해 저류지로 지정된 농지라 장마 때마다 상습적 침수피해를 입는다.

접경지역 및 저류지 등에서 농사지으며 공익을 지켜온 농민들의 이 같은 ‘특별한 희생’을 더는 당연시해선 안 된다. 선택형직불제 논의에 참여하기로 결심한 것도 그래서다. 우선 기존 제도(환경부의 생태보전협력금, 생태계서비스 직불제 등)부터 적극 활용하고, 선택형직불제도 이와 연계시키는 게 필요하다.

아울러 선택형직불제에 ‘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써 공익기능이 지켜지는 사례’도 지원하는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 예컨대 멸종위기종 서식 논을 성토·객토하지 않음으로써 멸종위기종 생물보전에 기여하는 농민에게 직불금을 지급할 근거를 마련하자는 뜻이다.

 

생물다양성 위한 다양한 실천활동 지원 절실

방미숙 논살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선택형직불제는 어떻게 만드냐에 따라 ‘생물다양성 강화를 통한 논 생태계 보전’이라는 공익기능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그 실천내역은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개인 단위에선 친환경농업 실천, 나아가 논 일대에서 화학적 제초방식을 쓰지 않음으로써 다년생 키 작은 식물(수염가래·제비꽃·쇠별꽃·벼룩이자리 등)이 논 일대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해, 예초 없이 생물보전 노력을 기울이는 농민을 지원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공익증진 단체프로그램 설계 시 지역사회에서의 생물 조사방법 교육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현재는 생물조사 시 대체로 전문 조사·연구단체와의 계약사업 위주로 진행되는데, 궁극적으론 지역주민 참여 활성화를 위해 인재 양성교육, 특히 주민이 직접 생물 현장조사 방법을 익힐 수 있게 해야 지역단위 논생물다양성 보전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지역주민의 생물조사와 연계해, 생물조사 방법의 정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예컨대 수중트랩(생물 채집도구의 일종) 제공, 생물다양성지수 표본 제공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또한 둠벙 및 수로가 지역 특성에 맞게끔, 실질적인 생물 피난처 역할을 할 수 있게끔 둠벙·수로 복원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과거 둠벙이 있었던 지점을 찾아내 둠벙을 복원하고, 소량의 물이 나오는 지역에선 ‘물 돌려대기 수로’를 활용하는 식으로 말이다.

궁극적으론 선택형직불제 확대로 농민·도시민이 함께 논생물다양성 강화에 나서고 그 가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생물조사 내용을 활용한 지역학교 생태전환 수업 강화 △생물보전 농업지역에서의 교육·치유·관광활동 연계 등의 방식이 필요하다.

 

공익기능에 대한 법적 정의부터 확대해야

박일진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농어업분과위원

선택형직불제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논의하기에 앞서 ‘공익기능’에 대한 법적 정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행 법적 기준 상 공익기능이 굉장히 제한적이기 때문인데, 축산 분야를 예로 들어 얘기해볼까 한다.

축산은 농가 소득원으로서 훌륭한 기능을 하고 있으며, 축산 분뇨는 토양 양분을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수단이다. 또 국민에게 훌륭한 단백질을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축산은 공익적이다.

하지만 공익적으로 기능을 하느냐는 것과 공익직불금을 지급할 것인가는 다른 문제다. 축산은 공익적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공익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부분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축산의 경우 기후위기와 식량위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축산 규모 확대를 위해선 엄청난 양의 곡물을 생산해야 하고, 곡물을 생산하려면 산림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정부 정책은 축산의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쪽으로만 나아가고 있다. 2050년까지 축산 규모를 계속 확대할 계획인데, 정작 식량안보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농지가 줄어드는 것은 방치하고 있다. 축산의 공익적 기능에도 불구하고 공익직불 지급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쉽게 이끌 수 없는 이유다.

정부의 축산 규모 확대 정책을 그대로 둔 채 축산의 공익을 논의할 수 없다. 축산에서의 공익기능은 부정적 효과를 줄이는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축산 분야의 공익직불은 국민 식량안보를 위해 곤충·배양육 등 단백질 공급원을 다양화하는 축산 자체의 전환을 먼저 논의하고 난 뒤 다양한 공익기능에 대해 얘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선택직불, 농민 자치권 보장으로

유찬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농업농촌공익직불법 제1조의 ‘농업·농촌의 공익기능 증진과 농업인 등의 소득 안정’이라는 목적은 농민과 일반 국민이 함께 편익을 누려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에 공익직불은 사회와 농민 간의 계약으로 볼 수 있다. 농민과 농촌에 사는 주민들이 공익적 역할을 대신해 주는 대신 사회가 그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다. 뭘 계약하는지 분명해야 하고 양쪽이 계약 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우선 계약의 내용은 공익기능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규정은 농업·농촌의 공익기능이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하고 있지 않다. 농업·농촌의 공익기능에 대한 범위를 넓히는 것은 물론이고 농업 부문이 발생시키는 역효과를 줄이겠다는 뜻을 담아 공익기능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계약 조건에 대한 부분이다. 직장인을 예로 들어 기본직불은 월급 줄 테니 주 5일 9시에 나와서 6시까지 일하라는 것인 반면 선택직불은 7시 반부터 일하는데 야근도 좀 하고 가끔은 주말에도 나와라, 근데 강제하는 건 아니고 자발적으로 하라는 것과 같다. 기본직불도 공익기능을 실천하는 것인데, 선택직불은 보다 엄격한 실천을 요구한다. 결국 선택직불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더 지급해야 한다. 이 부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지켜야 할 공익기능만 늘리면 현장 농민의 참여를 이끌 수 없다.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선택직불은 초반에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참여자인 농민에게 자치권을 부여해야 한다. 농촌 지역 주민과 농민을 믿어야 진정한 의미의 선택직불을 만들 수 있다.

 

선택직불제 개편, 이행 점검이 가장 큰 과제

김재경 농림축산식품부 공익직불정책과 서기관

2020년 5월 공익직불제 통합 이후 3년이 지났다. 개편 목적은 농업의 공익기능 증진과 농민 소득 안정 두 가지였다. 직불제가 전부 커버할 순 없지만 기본직불제가 소득 안정에 치우쳐 있다면 고도화된 공익기능은 선택직불제가 담당하도록 설계했다.

다만 기본직불제를 중심으로 개편이 이뤄지다 보니 선택직불제는 기존 4종의 직불제를 그냥 가져오는 정도에 그쳤다. 때문에 농식품부에서도 개편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선택직불제는 기본직불제 이상의 추가적 활동을 했을 때, 그 부가적인 활동에 대한 보상이다. 때문에 선택직불제가 제시하는 다양한 추가적인 활동 프로그램에 대한 농민의 자발적 이행을 어떻게 모니터링할 것인지가 정부 입장에선 가장 중요하다. 현재로선 공적인 조직이 모든 것을 운영하고 점검할 수 없기 때문에 지역의 많은 조직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과제다. 농촌 지역 내 청년농민 등의 자발적인 인원을 참여시키고 정부는 그들을 적극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농업·농촌 여건이 사실 녹록지 않다. 대내적으로 고령화 및 영세화, 고투입 농법과 농촌 소멸 문제 등에 직면해 있고 대외적으로는 개방화와 탄소중립, 식량안보 등을 맞닥뜨리고 있다. 직불제가 모든 걸 해결할 순 없지만 하나의 방안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현재 농식품부에서는 선택직불제 단가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관련 포럼도 올해 말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책을 실현함에 있어 사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예산이다. 기획재정부와 충분히 논의해 당초 국정과제를 통해 발표됐던 방향대로 시행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

 

선택형직불제 명칭부터 바꿔야

김호 단국대 교수

최근 <한국농정>과의 인터뷰에서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한 발언들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중소농 보호를 위해 단계적으로 농업직불금을 현재 공익직불금 수준(2조4,000억원)의 2배 이상인 5조원으로 확대하겠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일단 농식품부에선 현 정권 임기 말까지 5조원을 채운다고 하는데, 예산 확보를 위해 장관께서 최선을 다한다고 하시니 공익직불제, 특히 선택형직불제 확대에 대해서도 기대를 가져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토론회에서 다양하고 생생한 현장 사례를 들으며 감명받았다. 현장 농민 및 시민사회 주체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식품부도 아무쪼록 선택형직불제 설계 과정에서 현장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으면 한다.

한편으로 공익직불제는 첫 단추를 잘못 뀄다고 보는데, 우선 명칭부터 잘못됐다. 기본형·선택형이라는 표현 자체가 잘못됐다. 무엇이 ‘기본형’이고 무엇이 ‘선택형’에 해당하는 공익 내용인지도 애매하다.

‘농업·농촌의 공익기능에 대한 보상’이라는 성격이 명확히 드러나도록, 예컨대 농민이 식량자급 또는 생태·경관보전과 관련해 이러이러한 활동을 하기에 직불금을 지급한다는 명분이 명확히 드러나도록 공익직불제, 그리고 그 안의 선택형직불제도 명칭을 변경하는 게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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