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CPTPP, 국내 농업·먹거리에 미치는 영향은? - 토론

  • 입력 2022.06.19 18:00
  • 수정 2022.06.20 16:19
  • 기자명 강선일·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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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김한결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토론 1] “CPTPP로 과수산업 절반 무너진다”

권혁정 전국사과생산자협회 정책실장

2015년 과수화상병이란 듣도 보도 못한 전염병이 퍼졌고 현재 충청도 쪽은 사과 과수원이 거의 다 사라졌다. 지난해 과수화상병이 주산지 안동까지 내려왔고, 올해도 여러 곳에서 번지고 있다. 한번 걸리면 전체 과원을 폐원해야 하는 심각한 병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 위생검역은 매우 중요하다. 수많은 FTA를 체결하면서도 신선과일은 동식물위생검역조치(SPS)를 통해서 수입을 막고 보호해왔다. CPTPP를 통해 SPS 장벽이 붕괴되면 우리가 겪지 못했던 수많은 병해충이 국내로 유입돼 우리 과수산업과 농업을 망칠 수 있다.

국내 사과 총생산량은 50만톤 내외로, 1조2,000억~1조5,000억원 규모다. 배의 시장규모는 4,500억~5,000억원이다. CPTPP 가입 시 국가별 SPS 기준을 적용하면 국내 사과 산업은 연간 5,980억원, 배 산업은 연간 2,090억원의 피해가 예상된다. 우리나라 사과 시장의 50%가 외국 수입사과에 잠식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중국·일본·뉴질랜드는 사과농업의 강대국이다. 중국은 전 세계 사과 생산의 42%를 차지한다. 뉴질랜드의 경우 4~8월에 사과를 수확한다. 10~11월에 수확해 이듬해 6월까지 저장·판매하는 우리나라 유통 구조상 중국·뉴질랜드산 사과가 들어왔을 때 가격·신선도 등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FTA로 피해가 컸던 포도·복숭아 농가들이 사과·배로 넘어왔고 나름대로 20년 동안 자구책을 만들며 버텨왔다. CPTPP를 통해 SPS가 붕괴되고 사과·배 등의 수입이 허용되면 우리나라 과수 산업은 더이상 버틸 수 없다.

 

[토론 2] “CPTPP 논의, 즉각 중단해야 한다”

최병찬 한살림생산자연합회 정책부장

한살림생산자연합회의 입장은 확고하다. 한살림생산자연합회는 생명살림·농업살림·밥상살림·지역살림이라는 한살림운동의 가치를 생산자·소비자의 주권 확립을 통해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여기는 입장에서, CPTPP 가입 논의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주권을 짓밟는 행위라고 여긴다. 타협의 여지가 없다. CPTPP 논의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다.

한살림생산자연합회는 지난달 18일 발표한 성명서에서도, CPTPP로 인한 관세철폐와 시장개방이 저가의 해외농산물 수입을 증가시키고, 그 결과 국내 농업기반이 붕괴돼 농업 말살로 이어지고 식량안보에 큰 위협이 되리라고 경고했다. 또한 CPTPP 협상조건으로 일본이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로 인한 오염 가능성이 큰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수입을 요구한다면 국민 먹거리안전도 위협받으리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농업계와 국민의 심각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CPTPP 강행에 나선다면, 국민 식량주권과 먹거리안전을 지키기 위해 생산자·소비자가 연대해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임을 경고한다.

정부의 소통방식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하고 싶다. 정부에서 CPTPP 협상 진행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해야 하는데, CPTPP 협정문 번역본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영어 원문자료를 뉴질랜드 정부 누리집에 들어가서 구한 뒤 구글 번역기로 돌려서 읽었다. 정확한 번역은 아니었지만 일단 내용을 읽어보니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의 관계 마냥, 가입국인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정부에서 정확한 번역문을 제공해, 국민들이 CPTPP 협정문 내용을 보고 제대로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본다.

 

[토론 3] “극히 미미한 경제효과 위해 농민 희생시킬 텐가?”

백일 울산과학대 교수

15년간 진행된 각국과의 FTA 체결 과정에서 국내총생산(GDP) 중 농업의 비중은 2007년 9~10%대에서 올해 6%대까지 감소했다. FTA로 농민을 희생시키며 나라 전체가 이득을 봤나? 그렇지도 않았다. 한-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FTA에서 흑자를 본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나라들과의 FTA에선 거의 다 적자 증가 또는 흑자 감소를 기록했다는 게 확인됐다.

2012년 한-중 FTA 체결 후 한국의 대(對)중국 무역수지는 2012년 535억3,700만달러에서 지난해 242억8,400만달러로 반토막 났다. 한-미 FTA 후 대미 무역수지는 흑자를 기록했다고 하나, 이는 반도체 등 전기·전자제품류 수출 증가에 따른 것이다. 전기·전자제품은 WTO 정보기술협정에 따라 관세 자유화 품목이 된 지 오래라 한-미 FTA와는 상관없는 분야로, 이를 제외하면 대미 무역수지는 오히려 적자였다.

정부는 이제 CPTPP를 추진한다고 한다. (96.1%인) CPTPP의 농업부문 관세양허율(관세철폐율)은 기존 FTA의 평균 관세양허율보다 약 20% 더 높다. CPTPP 가입에 따른 피해로부터 농업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명시한 상태도 아니고, CPTPP 가입에 따른 기대효과가 큰 것도 아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선 CPTPP 가입으로 GDP가 0.2~1.6% 증가하리라고 분석했다. 1.6% 증가는 미국이 가입해야 가능한 수준인데, 중국이 CPTPP에 가입한다고 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CPTPP에 복귀하진 않으리라고 본다. 조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0.2% 증가면 효과가 사실상 없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왜 농민들을 희생시키며 CPTPP 가입을 강행하려는지 의문이다.

 

[토론 4] “CPTPP 가입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

문한필 전남대 교수

CPTPP 가입이 불가피하다면 농업 분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협상 전략이 필요한데, 일단 쌀은 양허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 또 일본의 CPTPP 관세철폐율이 76.2%인데 우리나라가 90% 이상 관세를 철폐한다는 건 국민정서상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다.

CPTPP에 가입하면 그동안의 FTA에서 개방하지 않았던 보리·감자·대두·감귤·오렌지 등의 품목에 영향이 갈 것이다. 해왔던 수준만큼은 분명히 막아야 하고, 고추·양파·꿀에 미칠 영향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CPTPP에서 농업 관련 규범의 경우 SPS·지역화조항·분쟁해결절차 등이 기존 협정과 다른 부분인데, 농산물 수입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어떤 FTA에서도 분쟁해결절차를 갖고 있지 않았는데 CPTPP는 수출국이 요구할 시 대응하기 어렵도록 기간을 명시(180일)했다. CPTPP 11개 국가들이 대부분 수출국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 불리한 측면이 있다. SPS 조항에 대해선 해석의 차이가 있으나 한 번도 수입하지 않았던 품목들에 대한 피해는 충분히 우려된다.

FTA 국내보완대책들이 농업 일반 정책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농어촌상생기금도 1조원 규모로 만들겠다 했지만 잘 안 되고 있다. 농업예산은 다른 예산의 증가율보다 낮게 잡히고 있는데,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고 관련 기금을 확실하게 조성해야 한다. 그동안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만 피해보전 얘기를 했는데 경쟁력 강화만이 FTA 대책이 아니다. 러-우 전쟁과 기후위기가 겹쳐 식량이 무기화될 수 있는 시기에 CPTPP 가입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정부는 지속가능성·생존전략 차원에서 농업·농촌 종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토론 5] “농업분야 매년 최대 4,400억원 피해 발생”

임영조 농림축산식품부 동아시아자유무역협정과장

정부가 경제적·전략적 가치, 통상환경 등을 고려해서 CPTPP 가입을 추진했으나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추진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CPTPP를 통해 98%에 달하는 농산물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면, 농업분야에 매년 최대 4,4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진단이다. 여기에 중국이 가입하거나 SPS 규범 이행에 따른 피해가 가중되면 피해액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사과·배 품목에도 큰 피해가 간다.

또한 양자 간 협상 과정에서 추가적인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말에도 동의한다. 다만 4,400억원의 피해액은 기존 회원국들이 원하는 품목을 전부 관세철폐했다는 가정하에 분석한 결과이다. 고로 이외에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한다고 보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

CPTPP를 추진하게 된다면 쌀은 양허 영역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엔 이견이 없다. 과수·축산·채소 등 우리 농업의 근간이 되는 품목들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데, 가능한 한 양허 제외가 되면 좋겠다. 불가피하게 관세철폐를 해야 한다면 장기철폐나 수입이 늘어났을 때 다시 관세를 올릴 수 있는 농업 세이프가드(특정 물품의 수입이 늘어나 자국 산업에 중대한 손해가 있을 시 해당 품목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도입하는 방안들도 중요할 것이다.

협상의 핵심은 경쟁력이 부족한 우리 국내농업을 얼마만큼 지켜낼 것인가에 대한 검토·준비다. 주요 수출국들이 어디이고 생산하는 품목은 어떤 것인지, 그 품종들이 수입됐을 때 국내산과 경쟁할 것인지, 제3국과 경쟁할 것인지 등 하나하나 짚어보고 있다. 향후 농업계와의 소통을 강화하면서 근본적 보완대책을 검토할 계획이다.

 

[토론 6] “불확실성 속 경제동맹 확보 위해 CPTPP 불가결”

안창용 산업통상자원부 자유무역협정상품과장

산업통상자원부는 CPTPP 가입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부족했다는 판단하에 현재는 CPTPP 가입신청을 하지 않은 상태다. 우리나라는 현재 가입신청 이전 단계에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내수시장만을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는 나라는 아니며, 여러 나라와의 무역 확대를 통해 수출을 늘리면서 성장해 온 나라다. 우리나라 전체 교역량의 24% 수준인 CPTPP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역내 공급망을 강화하며, 불확실한 국제 무역환경 속에서 더 많은 경제동맹을 확보하기 위해 CPTPP 가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게 산자부의 입장이다.

중국의 CPTPP 가입 건과 관련해선, 지난해 9월 중국이 CPTPP 가입을 신청했지만 현재까지 CPTPP 참가국 사이에서 중국 가입 관련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가입 과정의 장애물도 많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멕시코·캐나다의 경우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을 체결했는데, USMCA에선 비(非)시장권 국가와의 FTA는 체결하지 못하게 하며, 체결 시 USMCA에서 탈퇴해야 한다.

따라서 중국의 가입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만약 중국 가입 시 중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협정을 변화시킬 가능성도 높기에, 현재 상태에서 중국 가입 시 피해에 대한 시나리오 예측 및 피해금액 환산은 의미가 없으므로, 그 내용에 대해선 대외적으로 말씀드리지 않는 데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중국의 가입 가시화 시 정확히 상황을 분석하며 적합한 대책을 세우겠다. CPTPP 가입에 따른 농어업 분야 피해에 대해서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제적 지원 및 CPTPP 활용 대책을 준비하겠다고 약속드린다.

 

[좌장] “CPTPP 가입, 서민의 삶 위협”

김호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단국대 교수)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CPTPP 저지 국민운동본부가 만들어졌고 101개 단체가 가입해 본격적으로 반대운동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오늘 CPTPP 문제에 대해 진단하는 토론회가 열려 뜻깊게 생각한다.

CPTPP뿐 아니라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이르기까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서 시작된 블록경제 체제가 형성되고 있다. 문제는 식량주권·식량안보다. 농업은 생산기반이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식량은 국민의 생존과 관련된 부분이지 화폐가치로 계산할 수 있는 단순한 산업의 일환이 아니다.

쌀을 포함한 기초곡물의 생산기반이 무너지면 생산량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최근 각국의 식량 보호주의 강화 추세를 보면 향후 결코 식량 수입이 용이하리라고 볼 수도 없다.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반도체를 먹고 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근본적으로 CPTPP는 수출 위주의 대기업·재벌에게만 이익을 가져다주고 중소기업과 농민·서민의 삶의 기반을 위협한다. 소득불평등 또한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사실을 무시한 채, 국익이란 이름으로 농업을 희생시키려 하는 CPTPP 가입은 합리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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