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CPTPP, 국내 농업·먹거리에 미치는 영향은? - 주제발표

각계가 말하는 CPTPP, 이대로 괜찮은가

  • 입력 2022.06.19 18:00
  • 수정 2022.06.19 20:02
  • 기자명 강선일·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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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CPTPP, 국내 농업·먹거리에 미치는 영향은?’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서삼석·이개호·신정훈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본지가 주관했으며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이 발제를 맡았다.

정부가 올해 4월 가입을 목표로 추진해왔던 CPTPP는 현재 농민들을 포함한 전 국민적 반발로 국회 보고를 남겨놓고 일시중지된 상태다. 바쁜 농번기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농민들이 일손을 내려놓고 토론회에 참석했다. 먹거리단체 등 여러 시민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그간 CPTPP는 국내 농업·먹거리 피해 규모에 대한 정확한 연구결과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돼왔다. 식량주권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시기에 우리 농업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모인 청중들은 정부를 향해 날카로운 지적과 비판을 이어갔다. 국가가 정말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지 앞으로 새 정부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정리 강선일·김한결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CPTPP, 국내 농업·먹거리에 미치는 영향은’ 토론회에서 농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CPTPP, 국내 농업·먹거리에 미치는 영향은’ 토론회에서 농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발제] 피해 산정도 안된 CPTPP, 어떤 파장 가져올까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올해 각종 생산비가 폭등했다. 비료값 200%, 농약값 50%가 오르고 인건비도 또 올랐다. 인건비 하나에도 농사를 줄여야 했는데 여기에 CPTPP까지 가입한다고 하니 얼마나 큰 피해가 닥쳐올지 우려된다.

CPTPP의 주된 내용은 예외 없이 전 품목에 대해 96.4% 관세철폐를 한다는 것이고, 그 외에도 11개 나라와 양자협상을 해야 한다. 국가마다 어떤 협의안을 가져올지 모르겠으나 CPTPP에서 다뤄졌던 각종 규범들을 그대로 승계해 협상 조건을 제시할 거라 보여진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CPTPP 가입을 추진한다고 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국회에 가서 공식화했고 이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보고한 후 CPTPP에 가입하는 것만 남아있다. 이로써 시장개방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현재 CPTPP 회원국의 농산물 관세철폐율은 평균 96.4%이고, 즉시 관세철폐율도 86.1%에 달한다. 한편 일본은 76.6% 관세철폐 협상을 추진했는데 축산물·낙농품 부분감축 및 TRQ 허용에 따른 추가 확대 가능성이 있다.

이 외에 추가로 주요품목에 대한 시장개방 가능성을 따져보면 이제까지 쌀은 민감품목으로 TRQ 물량 40만8,700톤을 빼고는 수입을 막아왔다. 그런데 앞으로 호주와 베트남이 쌀 시장개방에 관심을 많이 보일 걸로 예측된다. 일본도 호주에 쌀 8,400톤을 TRQ로 제공한 바 있다.

쇠고기는 그간 호주·뉴질랜드·캐나다와의 FTA를 통해 수입관세 40% 철폐를 양허했는데, 앞으로 이보다 더 요청해올 가능성이 크다. 또한 그동안 동식물위생검역조치(SPS)로 수입이 제한됐던 축산물의 경우 해당 수출국에 문제가 생겨도 구획화·지역화로 인해 수입이 증가하는 여건이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베트남에서 돼지열병이 발생했다면 베트남 전체에서 돼지 수입이 금지됐는데 앞으로는 돼지열병이 발생한 농장이나 지역에서의 수입만 금지할 수 있다. 과일도 마찬가지다. SPS로 수입이 제한됐던 사과·배·복숭아 등 많은 신선과일류도 개방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로 개방될 품목들 말고도 CPTPP는 농업 관련 제도에도 여러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농산물을 수출할 때 줬던 보조금을 유지할 수 없게 되고, 현대 생명공학 상품의 국내 승인과 관련해 자국의 관련 법률과 규정 및 해당 정책 등을 공개해야 한다. 이에 따라 향후 생명공학 농수산물에 대한 국내 승인 요구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어 GMO·LMO 관련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문제가 생겼을 경우 협력적 기술협의 절차 및 분쟁해결절차를 도입하게 되는데, 수입국에 불리한 지점이 있다. 신선 과일류 및 축산물의 경우 CPTPP 회원국의 구획화 요구가 쇄도할텐데 이를 통해 뉴질랜드·칠레로부터 사과, 베트남으로부터 신선 열대과일, 멕시코로부터 쇠고기 등이 수입될 걸로 예측된다.

정부는 농업 분야 피해를 연간 4,400억원으로 산정하고 있지만, 관세철폐로 인한 피해 말고도 정부가 누락한 것들이 많다. 각 나라와 협상을 통해 추가 개방될 수 있는 부분도 빠져있다. 예를 들면 일본이 대만과의 협상에서 국민건강권을 해칠 수 있는 후쿠시마산 농축수산물의 수입을 요구했던 것처럼 한국에도 요구할 수 있고,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나올 수 있다.

또한 관세율을 낮추기 위해 의무도입물량을 양보했던 쌀의 경우에도 피해액이 누락돼 있다고 본다. 이밖에도 SPS를 지역화·구획화함으로 실제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현대 과학으로 사전 입증해 내지 못하는 광우병이나 GMO 농축산물 수입 요구가 있을 때 수입하는 국가가 이를 입증해야 한다. 동식물 검역의 사전 예방 원칙이 붕괴할 가능성이 큰데 이런 피해에 관해서도 전혀 산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중국보다 CPTPP 가입이 늦어지면 중국과 양자협상을 통해 농업 분야의 피해가 막대할 걸 대비해서 CPTPP 가입을 서둘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중국이 CPTPP에 가입했을 때 나타나는 피해액에 대해선 산정하지 않았다. 오로지 관세철폐에 의한 피해액만을 다뤘을 뿐이다. 정부는 이런 부분에 대해 정확히 연구해 세세히 알려야 한다.

한-미 FTA가 발효된 지 10년이 됐다. 각종 FTA로 인해 이미 79.1%의 농산물이 개방된 상황에서 전면개방과 다름없는 CPTPP를 추진하는 것은 농민들에게 농업을 더이상 영위할 수 없게 하는 것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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