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포괄적·점진적으로 농민을 말살할 텐가

  • 입력 2022.06.19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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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4월 4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인근에서 열린 ‘CPTPP 저지 한국 농어민 총궐기대회'에서 상복을 입은 한 농어민단체 대표가 국회의사당 앞으로 행진하는 무대차량에 올라 CPTPP 가입 즉각 철회를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4월 4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인근에서 열린 ‘CPTPP 저지 한국 농어민 총궐기대회'에서 상복을 입은 한 농어민단체 대표가 국회의사당 앞으로 행진하는 무대차량에 올라 CPTPP 가입 즉각 철회를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해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0주년이었으며, 올해는 한-미 FTA 발효 10주년이다. 당시 농민·시민사회의 수많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대한민국은 개방형 통상국가로서 무역 확대를 통해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하에 FTA를 강행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지난 3월 15일, 정부·국회 대표단은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미국 무역대표부 등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 함께 한-미 FTA 체결 10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학영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은 “과거 한-미 FTA 체결·비준 과정에서 일부 국민들의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나, 10년이 지나 긍정적 효과가 큰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FTA의 ‘긍정적 효과’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선 평가가 분분하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FTA 추진 과정에서 농업분야에 대한 대대적 희생이 강요됐다는 점이다. 자동차 등 공산품 수출 분야에서 일부나마 존재한다는 긍정적 효과를 위해, 국가의 생존이 걸린 산업인 농업을 희생하는 것이 과연 맞느냐는 질문은 10년 내내 제기됐다.

자유무역 체제의 본격화는 우리 농업에 외래 농산물 수입량의 폭증을 안겨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EU FTA 발효 이래 EU산 농식품 수입금액은 FTA 발효 전 21억1,100만달러(한화 약 2조7,124억원)에서 발효 10년차였던 2020/2021년 49억400만달러(한화 약 6조3,021억원)로 2배 이상(발효 전 평년 대비 132.4%) 증가했다. 특히 과일·채소류의 경우 발효 전 평년 4,700만달러에서 2020/2021년 1억7,400만달러로 수입금액이 발효 전 평년 대비 266.4% 폭증했다. 반면 국산 농식품의 대(對)EU 수출액은 발효 전 1억9,800만달러에서 2017/2018년 4억5,900만달러로 늘었다가 2020/2021년 3억2,700만달러로 감소하는 등 정체 상태다.

한-미 FTA는 어땠을까. 농경연은 지난 9일 발표한 보고서 <한미 FTA 10년, 농식품 교역 변화>에서 한-미 FTA 발효 뒤 대미 농축산물 무역수지 적자가 2012년 FTA 발효 전 평균 55억4,000만달러에서 FTA 이행 6~10년차에 평균 80억9,000만달러로 46.1% 늘었다고 분석했다. 고강도의 농산물 시장개방 과정에서 우리 농업·농촌은 ‘농업 선진국’들의 농산물 수출 폭격으로 인해, 정부가 입버릇처럼 강조하던 ‘경쟁력’이 강해지긴커녕 더욱 취약해졌다.

지난 10년 세월에 대한 학습효과가 없었던 걸까. 정부는 현재 ‘초대형 FTA’라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추진 중이다. CPTPP 기존 회원국들의 관세철폐율은 평균 96.1%이며, 회원국인 일본·칠레·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농업 강국들이다. 우리나라 자체의 이렇다 할 농업 보호대책도 없이 농업 강국들에 완전히 시장을 열어버리려는 상황이다.

세계 각국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기후위기 등을 맞닥뜨리며 ‘식량 보호무역주의’ 추세가 강해지건만, 정작 곡물자급률이 20.2%인 우리나라는 왜 식량주권에 역행하는 CPTPP를 추진하는지에 대해 농민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10년간의 FTA, 그리고 CPTPP로 인해 ‘포괄적·점진적’으로 농업·농촌·농민이 말살당할 상황을 우려하면서.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CPTPP, 국내 농업·먹거리에 미치는 영향은?’ 토론회에 참가한 전국 각지의 농민들은 “CPTPP에 대해선 타협의 여지가 없다. 가입 시도 당장 중단하라”고, “CPTPP에 가입하면 사과나무에 목 매달고 죽겠다”고 하며 강력한 CPTPP 반대 입장을 보였다. 농민들이 CPTPP를 반대하는 논리와 근거, 이날 토론회 지상중계를 통해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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